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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고리오 영감

by nitro 202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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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유럽은 그야말로 복마전이라 할 수 있었다. 1%도 안되는 부유층과,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10%의 고급 노동자, 그리고 죽지 못해 살아가는 하층민이 나머지 90%를 차지하는 현실 속에서 축복받은 이들은 ‘오만과 편견’을 찍고 버림받은 이들은 ‘레미제라블’을 찍는 상황.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출세를 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어떻게든 결혼을 잘 해서 상류층으로 편입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요즘으로 비유하면 의사나 변호사로 아무리 성공해봤자 조그마한 건물 한 채 갖고 있는 건물주가 버는 수입 발끝도 못 따라가는 경우랄까. 물론 그 당시에는 건물주라기보다는 농장이나 사업체를 가진 귀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의 제목은 ‘고리오 영감’이지만 주인공은 으젠 라스티냐크라는 젊은이다. 두 딸에게 무제한의 애정과 돈을 퍼부으며 끝내 궁색하고 쓸쓸하게 죽어가는 고리오 영감은 라스티냐크가 야심을 불태우며 “나는 저렇게 끝나지 않겠다”라고 다짐하는 계기가 된다. ‘고리오 영감’ 이전에 발자크가 발표한 ‘나귀 가죽’을 읽어보면 라스티냐크가 얼마나 훌륭하게 성장 - 혹은 타락 -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이 소설은 라스티냐크 프리퀄인 셈.

  홀린듯이 읽게 만드는 중독성은 없지만 읽다보면 당시의 사회상이 손에 잡힐듯이 생생하게 느껴지며 굉장히 현실적, 냉소적, 물질만능주의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딱 맞는 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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