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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Nonfiction_비소설

발자크의 식탁

by nitro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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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의 식탁 / 앙카 멀스타인 지음, 김연 옮김. 이야기나무 (2016)

고리오 영감을 읽고 나서 발자크의 다른 책을 검색하던 와중 발견한 책.

음식에 대한 묘사를 통해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우회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작가들은 많다. 하지만 작가마다 문체가 다르듯,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여 메세지를 전달하느냐 역시 천차 만별이다.

예를 들어 빅토르 위고나 찰스 디킨스가 거칠고 양이 부족한 음식을 통해 궁핍함을 묘사하듯, 발자크는 화려한 음식을 통해 세속적인 열망과 더 높은 지위로의 상승에 대한 욕구를 세세하게 드러낸다.

이 책의 저자인 앙카 멀스타인이 말하듯 “굴의 맛보다는 굴을 주문하는 젊은이의 취향에 흥미를 느끼고, 차갑고 달콤한 크림의 맛보다는 그 크림의 가격에 관심이 간다면, 입안에서 녹는 아스픽보다 아스픽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가계 형편에 관심이 간다면 발자크를 읽어야 한다.”

발자크의 생애와, 그에 얽힌 발자크의 미식 취향과, 그러한 경향이 드러난 발자크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탐구하기에 좋은 책이다. 그리고 한층 더 나아가 19세기 파리의 급변하는 사회상에 맞물려 독특하게 발전해나가는 당시의 음식 문화에 대해 공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커피 한 잔을 내리기 위해 한나절 꼬박 걸려가며 몽블랑 가에서 부르봉 원두를, 파리 제3구 비에유 오드리에트 가에서 마르티니크 원두를, 생 제르멩 근교의 위니베르시테 가에서 모카 원두를 구입하고 이를 배합하여 두 개의 용기가 필터로 구분된 샤프탈식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내리는 발자크의 모습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작가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수록 소설에 대한 이해 역시 한층 더 깊어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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