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가야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등따습고 배부른 상황은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각종 차별을 받으며 자신의 일을 완수해야 하는 것이 외노자의 비애다.
"한창 취업준비에 힘 쓸 당시, 이력서에 그렇게 적었었다. '저의 장점은 어떠한 업무환경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하고. 뽑아만 주면 어디로 보내더라도 갈 생각이 있었으니깐 말이다. 마라도 지사도 좋고 아프가니스탄 특파원도 좋고. 그래도 무림은 좀 선을 넘었지."
그렇다. 현대인이 무협 세계로 넘어가면 언제나 언어와 지식이 패치된 상태로 넘어가곤 한다. 심해봤자 현지인의 몸에 들어간 영혼이 적응하면서 두통 좀 일으키는 정도.
하지만 무림 (중국)에 떨어진 현대인이라면 저쪽 변방의 외국인 (조선인) 노동자에 불과할 뿐. 현대의 서양인들만 인종 차별하는 것이 아니다. 무협 세상 사람들도 "뭐시여? 오랑캐여? 고려인? 동이족?"이라며 차별한다.
그런 세상에서 일용직 노동자 (쟁자수)로 하루 벌어 먹고 살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의 모험이 소소하게 재미있다.
"자잘한 기운까지 모두 마무리되자 나는 내공을 전신 혈도로 일주천했다. 그러자 느껴지는 확연히 달라진 내공의 사이즈에 마치 확대시술을 받은 남성마냥 자신감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중략) 나는 길게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러자 세상이 달라보였다. 이것이, 이년내공(二年內功)이 바라보는 풍경인가."
고작 십년하수오 하나 씹어먹고 일년치 내공 더했다고 일대 종사라도 된 것 마냥 장대한 소감을 읊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소설 전체가 이런 분위기, 이런 느낌. 나중에 갈수록 어지간히 강해지고 스케일이 큰 물에 뛰어들기야 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코믹 무협에 가깝다.
하지만 어찌 보면 우리네 살아가는 일상 역시 이런 소소한 발전과 이벤트들이 모여서 만드는 것이기에 왠지 모르게 동질감이 들 때도 있다.
총평: ★★★☆☆ 종합적으로 봤을 때 엄청 잘 썼다거나 몰입도가 끝내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피식피식 웃으며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소설. 관건은 이런 쪼렙 주인공을 데리고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긴 이야기를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일 듯.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