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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

애린 왕자

by nitro 2021.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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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 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최현애 옮김. 이팝 (2021)

경상도 사투리 버전으로 번역한 어린왕자.

처음에는 이게 무슨 장난인가 싶다가도, 마지막 장에 127개 언어 - 그것도 주요 언어가 아니라 방언이나 잘 쓰이지 않는 문자, 심지어는 모르스 부호까지 - 로 번역된 목록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경상도 사투리 버전의 어린 왕자가 주는, 이미 아는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읽는 것마냥 생소한 그 느낌에 다시 한 번 놀란다.

표준 맞춤법으로 읽을 때는 외국인(혹은 외계인) 느낌 물씬 나던 어린 왕자가, 단지 문자만 다르게 썼는데도 어디 바닷가 백사장에 표류한 부산 얼라 느낌으로 돌변한다.

이 책을 보며 언어의 보존과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매스미디어를 넘어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살면서 표준화된 언어와 문자가 ‘효율성’이라는 깃발을 휘두르며 방언을 몰아내는 풍경을 보고 있지만

그로 인해 애린 왕자가 “보아뱀 안에 코끼리는 실타마. 보아뱀은 위험코 코끼리는 억수로 은슨시러버가. 내 사는 데는 쪼매해가 양이 갖고 시픈데, 양 한마리만 그려도.”라고 말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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