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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사건들이 무작위로 튀어나오는 이야기들은 흔히 생각하기에 별 재미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의외로 명작이 많다.
그리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하 은.히.안) 역시 SF문학에 있어서 이러한 위치에 있다.
물론 SF불모지라는 우리나라에서 은.히.안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SF와 더불어 펼쳐지는 두서없는 이야기의 나열은 어느정도 글을 읽는데 익숙한 사람들마저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그런 이유로 서구권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은.히.안의 영화화가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을 통틀어 단관개봉이라는 처참한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불행은 정작 SF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호재로 작용했으니,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모인 사람들 대다수가 이미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외한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부분에서도 함께 웃으며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아무 사전지식 없이 그냥 가서 아무런 생각없이 봐도 재미있는 영화이긴 하다.
하지만 은.히.안은 또한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단행본을 한번 읽고 가면 더 많은 웃음을 자아낼 수 있고, 나름대로 SF문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 다른 사람들은 왜 웃는지 그 이유를 모를 부분인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는 지금까지 베스트 셀러였던 은하대백과사전을 압도했다'는 장면에서 폭소를 터뜨릴수도 있을 것이다. (은하대백과는 SF문학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에도 등장한다)
어쨌건간에 결론은 하나.
"명작은 괜히 명작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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