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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

책도둑

by nitro 2009.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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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말살정책이라는게 그렇게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약간만 범위를 확대하면 또 그렇게 희귀한 것도 아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빨갱이-반동분자 학살을 겪어보지 않았던가.

그렇기 때문에 안네의 일기가 세계적인 명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이고, '쥐'가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퓰리처상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대다수의 작품들이 '억압받는 자'의 눈에서 보인 것 또한 사실. 물론 '유태인 학살 만세'라고 외치는 책이 나와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그러한 비정상적인 사회에서도 열정적으로 찬동하는 사람과, 무지함으로 인해 따르는 사람과, 두려움으로 인해 복종하는 사람과, 양심을 따르며 억압받는 자들을 돕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책도둑'은 우리가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다. 전쟁의 와중에 성장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독일인이지만 과연 그녀의 가정을 보면서 이들이 히틀러와 동급으로 놓일만한 존재인지 생각해보게 만들어 주니까.

미쳐돌아가는 사회와 단체는 2차대전 당시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 곁에 유태인 학살을 지시하는 국가는 없지만, 이라크를 침공하는 미국, 팔레스타인을 폭격하는 이스라엘, 티벳을 억압하는 중국, 흑인들을 불태우는 KKK단, 공장에서 쇠파이프와 곤봉을 들고 싸우는 노동조합과 전경까지 다양한 갈등이 제정신이 아닌듯한 형태로 불거져 나온다. 이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욕하기 전에, 최소한 그 행동에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왜 그래야만 했을지 이해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한 노력을 하기 위해 한템포 쉬면서 진정하게 만드는 여유도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러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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