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악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무협 소설은 찾기가 힘든데, 이 소설은 참으로 독특한 성격을 지닌 주인공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주인공의 이름은 장두이. 왠지 주인공의 이름이라기보단 어디 조그만 객잔 점소이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 실체는 온갖 흉계와 음모를 능수능란하게 꾸며내는 희대의 악당. 보통 악당이라고 하면 약한 악당과 강한 악당으로 나뉘고, 약한 악당은 쪼잔한 범죄를 저지르다가 주인공의 경험치나 올려주는 존재인 반면 강한 악당은 세계 정복의 야망을 불태우며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다가 막판에 주인공에게 패배당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장두이는 그 본연의 무공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으면서도 머리를 써서 목적을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비정함도 보여주며, 눈 앞의 이익을 쫓기에 급급한 조무래기 악당들과는 다르게 야심도 있다.
무림의 쟁쟁한 거물들이 벌이는 암투와, 그 사이에서 이리저리 줄타기하며 자신의 이익은 다 챙기고 이용할 건 다 이용해먹는 주인공. 게다가 마지막 부분까지 개과천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악당이 주인공인 소설의 본분을 충실히 지킨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1인칭 시점으로 생각을 풀어내는데 나쁜 짓을 하면서도 그걸 나름 정당화시키며 자기가 그렇게까지 나쁜 놈은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볼만하다. 예를 들면 자신의 의형제를 죽이고 그 아내를 도적 두목놈에게 (팔아)넘기면서도 이게 모두의 행복을 위한거라고 스스로를 속인다던지...
독특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도 그 전개가 상당히 재미있고 몰입도가 높은지라 나름 수위에 꼽을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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