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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의 얼음별 대모험 지난 여름에 아이들과 함께 봤던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 버전. TV에서 방영되던 찐 녹색 둘리를 보면서 자란 세대인지라 둘리 극장판은 꽤 최근에 상영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내 착각이었다. 극장판 최초 상영 년도가 1996년인데 왜 최근작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거의 30년 전의 작품인지라 리마스터링 했어도 기본적으로 어지간히 유치하다는 건 감안하고 봐야 한다. 등장인물들을 한 방에 몰아서 설명하려다보니 전반부는 너무 휙휙 지나가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추억보정 때문에 나름 재미있게 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바요킹이 좀 더 강력하고 포쓰 넘치는 악당이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반면에 소드마스터 고길동씨는 그야말로 극장판에서 그 존재감이 떡상한 케이.. 2023. 9. 7.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돌베개 (2015)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와 한 세트. 파스타의 역사를 따라 이탈리아 문화를 살펴본다. 우리가 흔히 먹는 파스타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가 인상적. 하지만 프랑스 과자에 비하면 아무래도 파스타 한 가지만으로는 이야기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사실. 파스타의 종류는 엄청나게 다양하지만, 각각의 파스타가 외형 만큼이나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인지 정작 파스타 자체에 대한 비중이 좀 부족한 느낌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요리로서의 파스타에 집중하는 건 “각 주의 명물 파스타”를 소개하는 중반부의 8페이지 뿐. 맥앤치즈나 까르보나라, 알리오 올리오 등 요즘도 많이 먹는 파스타의 요리법.. 2023. 9. 6.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최윤영 옮김. 인디고 (2018) ‘고독한 미식가’는 만화로도, 드라마로도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많은 인기를 얻었다. 평범한 중년의 아저씨 혼자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며 밥 먹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낸 것은 그만큼 음식에 대한, 약간은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감탄하고 반기는 그 모습이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요리만화처럼 한 입 먹자마자 배경이 우주로 바뀌고 집중선이 폭발하는 등의 오버스러운 리액션은 없으니, 그 무덤덤한듯 보이는 반응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침샘을 자극한다. 그 작가가 쓴 에세이 역시 ‘아, 이제보니 자신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쓴 거였구나’ 싶을 정도로 식탐과 미식에 대한 찬양으로 가득하다... 2023. 8. 26.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 사라 앤더슨 지음, 심연희 옮김. 그래픽노블 (2016) 인터넷 뒤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서 한 번 쯤 봤을법한 내용과 그림체. 내향적이고 게으르고 철들지 못하는 주인공의 생각과 일상이 4컷 (때로는 2컷이나 5컷) 만화로 이어진다. “와이파이가 안 될 때 할 수 있는 것들: 1) 독서, 2) 밖에 나가 산책하기, 3) 친구에게 연락하기, 4) 청소와 정리정돈 와이파이가 안 될 때 실제로 하는 것: “아, 빨리 연결되라고~ 와이파이 새끼” 몇 시간이고 이 짓을 한다.” 왠지 스노우캣이 떠오르는 글과 그림이기도 하다. 책 뒷부분은 영어 원문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영어 공부하기에도 좋을 듯. 하지만 더 많은 만화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똑같은 내용이 언어만 바꿔서 반복되기에 .. 2023. 8. 3.
맛 Une Gourmandise 맛 Une Gourmandise /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홍서연 옮김. 민음사 (2018) 세계 최고의 요리 평론가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지나 온 맛의 기억을 더듬어가는 이야기.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한 그의 여정은 대다수의 독자가 예상치 못했던 결말을 맞는다. 하지만 그 전체적인 이야기보다도 더 매력적인 것은 각 장의 요리와 맛에 대한 묘사, 맛 뿐 아니라 그와 연결되어 맛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모든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가 관능적으로 전개된다는 사실이다. “날것. 그것이 조리하지 않은 재료를 야만적으로 먹는 것으로 요약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근거 없는 일인가! 날생선의 살을 베는 것은 돌을 자르는 것과 같다. 초보자에게 대리석 암괴는 하나의 덩어리로 보인다.그는 끌을 아무 데나 대고 찍지만 돌은 .. 2023. 7. 26.
제법 빵빵한 날들 제법 빵빵한 날들 / 민승지 지음, 레몬 (2020) 짤막한 단상이 녹아있는 카툰 에세이. 작가가 좋아하는 40여가지의 빵과 직접 그린 그림, 그에 얽힌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체는 아니고, 함께 있는 글도 에세이라고 하기엔 좀 짧다 싶어서 확 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사람, 참 빵을 좋아하는구나’ 정도는 대번 알 수 있는 글과 그림. (그리고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다) 각잡고 집중해서 읽기보다는 조그맣고 달콤한 빵에 커피나 차를 곁들여 먹을 때 에피소드 한두개 읽고 어디 치워뒀다가, 달달한 과자 먹을 때 또 잠깐 봤다가 하는 식으로 가볍게 읽는 게 좋은 것 같다. 2023. 7. 20.
판타지 웹소설 감상: 아포칼립스의 유일한 흑마법사가 되었다 멸망한 세상에서 캐릭터를 키우고 국가를 키우고 세계를 통일하는.... 게임, "월드 리빌드". 주인공은 게임에서 압도적 랭킹 1위를 유지하는 고인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서버 종료 소식에 화를 내다가, 당연한 전개로 게임 속 세상이 현실이 되어버린다. 시스템적인 제약으로 인해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흑마법사라는 직업을 갖고, 게이머 시절 능력을 발휘해서 이놈저놈 다 씹어먹고 본인의 능력은 물론, 부하들 키워주고 영지를 업그레이드 시키며 잘나가는 줄거리. 이렇게 놓고 보면 굉장히 흔하디 흔한 전개인데, 읽다보면 김밥천국 김밥과 라면마냥 '어디서 많이 본 맛이지만 그래도 배고플때 이정도면 괜찮지 뭐... 냠냠'이라는 느낌. 무엇보다도 '죽일까, 살릴까, 기회를 한 번 더 줄까' 고민하지 않고 요즘 대세.. 2023. 7. 17.
고기굽기의 기술 고기굽기의 기술 / 가와테 히로야스 지음, 용동희 옮김. 그린쿡 (2018) “표면은 바삭하게 구워지고, 표면에 가까운 부분은 단백질이 하얗게 응고되며, 이것이 안쪽으로 갈수록 점점 색깔이 변해서 중심 부분에는 아직 핑크색이 남아있다. 이렇게 굽는 것을 그러데이션 굽기라고 표현한다.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 이베리코 돼지, 지방이 층층이 들어 있는 카레다뇨 등을 구울 때 적합한 방법이다.” “고르게 익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고기를 구울 때는 반드시 좋다고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알맞은 정도로 차이가 나게 구우면 타거나 맛이 농축된 부분이 하나의 고기 안에 섞여 있게 되므로, 이로 인해 질감과 맛에 변화가 생겨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그런데 모든 부분이 고르게 익으면 먹는 사람이 쉽게 질리게 된다... 2023. 7. 13.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돌베개 (2015) 프랑스의 역사와 과자의 발명을 엮어서 설명한 미식 역사책. 프랑스의 종교, 절대 왕정과 혁명, 프랑스 공화정에 이르기까지 과자와 케이크, 초콜렛 등의 ‘프랑스 디저트’들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프랑스는 17세기 말부터 앤틸리스 제도에서 플랜테이션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스페인이 교황으로부터 서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조달할 권리를 부여받아 대서양에서 사탕수수 재배를 주도해 나갔지요. 이후 18세기에 들어와서는 영국, 그 뒤를 이어 프랑스가 설탕 경제를 중시해 유럽에서 패권을 쥐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주로 귀리죽을 먹었는데, 거기에 단맛을 더해 먹는 습관이 퍼졌습니다. 타르.. 2023. 7. 6.
현대판타지 웹소설 추천: 시간을 달리는 소설가 현대판타지는 잘난 주인공의 향연이다. 돈버는 재주는 너무 흔한 나머지 식상할 정도고, 천상의 노래 실력, 스포츠 스타, 손대는 것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감독, 천재 배우 등 예체능계에서도 먼치킨 주인공들이 쉴새없이 튀어나온다. 다만 이런 장르에도 명백한 한계가 있는데, 소설 속에서는 모든 사람이 눈물 흘리며 찬양하는 그 실력을 독자가 실감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그나마 스포츠 선수들은 형편이 조금 나은 편이다. 시속 17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나 열 한명을 제치고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축구선수와 같이 객관적인 지표를 들이밀 수 있으니까. 반면 신들린듯한 연기라거나 불후의 명작 반열에 오를만한 그림, 듣는 사람 혼을 빼놓는 노래는 (당연하게도) 글자를 읽는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다만.. 2023. 7. 4.
라면의 재발견 라면의 재발견 / 김정현, 한종수 지음. 따비 (2021) 음식과 사회상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라면 하나만 놓고 봐도 한국의 현대사, 문화를 반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꿀꿀이죽의 대안으로 만들기 시작한 라면의 역사. 군사정권의 혼분식 장려정책과 함께 경제성장기의 가파른 성장세 만큼이나 가파른 매출 증가를 보였던 라면. 편의점의 확대와 함께 부쩍 불어난 컵라면 판매. 그리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창의적인 라면 레시피가 제품으로 출시되기까지. 부잣집에서는 라면에 달걀 넣어 먹고, 가난한 집에선 수제비와 된장 넣어 양을 불려 먹었다는 이야기나 역대 최악의 먹거리 (허위) 사건이었던 공업용 우지 파동 등, 라면과 관련된 다양한 읽을 거리가 넘쳐난다. 라면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에게는 그야말.. 2023. 6. 28.
판타지 웹소설 추천: 인연살해 무장상선대 겸 약탈단을 이끄는 옛 왕의 부하, 미치광이 빌이 겪는 파란만장한 모험담. 스케일이 작은 늑대 사냥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느덧 가지를 치고 뿌리를 뻗어나가며 대륙을 뒤흔드는 거대한 전쟁으로 이어진다. 전체적인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초창기 판타지 소설의 전개와 비슷하게 흘러가는데 세세한 부분에서 엄청난 필력을 자랑한다. 시론은 킬킬 웃으면서 빌에게 농담을 건넸다. “결혼이라. 졸지에 대장이 중매를 선 꼴이 됐군.” “미친 빌이 중매라. 죽은 자의 왕더러 주례 서달라고 할까?” “대장이 부탁하면 진짜로 오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축가는 귀신늑대가 부르고.” “그만해줘. 실현될까 무서워.” (중략) “오랜만이네?” 검은색 긴 생머리에 짙은 파란 눈을 가진 소녀가 술잔을 양손으로 든 채 밝게 웃었다.. 2023.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