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써니의 첫 캠핑 사이트는 치즈퀘이크 공원. 치즈케이크가 아니라 치즈퀘이크라는게 매우 헷갈리기 쉬운 이름이다.
첫 캠핑이라고는 하지만, 어릴적 소년탐험단을 5~6년간 다닌 경험이 있기에 완전 쌩초보는 아니다.
사실 그 당시 캠핑이 상당히 하드코어한 미니멀 캠핑이었는데, 초등학생이 침낭과 텐트, 쌀과 반찬 등을 짊어지고 무인도 해변에서 7박8일 지내는 등 캠핑의 쓴맛을 톡톡히 맛봤다. 백사장에 구덩이 파서 화장실로 쓰고, 굴 양식장에 들어가서 바위에 붙은 석화를 맥가이버칼로 깨먹고, 세제 대신 모래와 나뭇잎으로 설거지한 경험은 아직도 새록새록 기억난다 ㅠ_ㅠ
그래서인지 이젠 캠핑도 좀 편하게 다니자는 심정에서 럭셔리 캠핑, 글램핑 컨셉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자가용이 SUV가 아니라 일반 승용차인지라 짐 꾸리는데도 나름 고생했다. 무슨 테트리스 블럭 끼워 맞추듯이 쑤셔 넣었는데 트렁크는 물론 뒷자석까지 짐이 가득.
집에서 출발한지 30분만에 목적지인 치즈퀘이크 주립공원에 도착. 팻말 뒤에 보이는 건물이 공원 사무소. 여기서 체크인을 하고 영수증을 받아서 캠핑 사이트 앞에 걸어둬야 한다.
공원 안쪽으로 꽤 들어가면 이렇게 캠핑장 이용객들만 들어갈 수 있는 경계구역이 나타난다. 처음엔 텐트 잠깐 비워놓으면 도둑이 들까봐 걱정했는데, 관리사무소 직원 말로는 도둑맞았다는 신고를 받은 적 없으니 그건 걱정하지 말고, 먹이를 노리는 야생동물이나 신경쓰란다. 이렇게 경고 표지판 붙여놓고 구역을 나눠놓은 것 보니 나름 이해가 간다.
배정받은 캠핑 사이트. 한국이었다면 대략 텐트 네다섯동은 칠법한 공간을 한명에게 배정해준다. 미국 있을 때 실컷 해두면 좋은게 골프, 스키, 캠핑이라더니....
한쪽에는 테이블과 캠프파이어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덕분에 안그래도 미어터지는 짐칸에 테이블을 따로 챙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됐다.
바닥을 대충 정리하고, 타프를 깔아서 습기와 냉기를 막아준다. 타프 위에 텐트를 설치하고, 러그를 깔고, 에어베드를 부풀린 다음 침구류를 깔고, 각종 가구와 상자를 셋팅하고, 마지막으로 배너와 조명을 설치하면 완성.
텐트는 콜맨의 인스턴트 8인용. 글램핑을 하려면 높은 침대가 필요하고, 높은 침대를 넣으려면 높이가 높은 텐트가 필요하고, 자가용에 들어갈 정도로 너무 크지는 않으면서 높은 텐트를 찾다보니 거의 유일한 선택지가 되어버렸다. 워낙 얇은 탓에 사계절 사용은 불가능하고, 우중 캠핑도 힘들다는게 단점. 대신 혼자서도 2~3분이면 가능할 정도로 설치와 철거가 엄청나게 간단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냥 한여름 날씨 좋을 때에만 캠핑하기로 생각하고 구입한 텐트. (그래서 캠핑 프로젝트 이름도 캠프 써니라고 붙였다)
입구에 매단 드림캐쳐와 플래그, LED 스트립. 드림캐쳐는 예전에 진짜 인디언이 만들어서 파는 공예품 상점에서 구입한 것인데, 평소엔 침실에 걸어놓던 걸 텐트 입구에 걸어놓으니 은근 그럴 듯 하다.
왼쪽에는 접이식 가방 정리대를 놓고, 옷가지가 든 여행가방과 보물상자처럼 보이는 조미료 상자를 올려놨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는 가져오면서도 '과연 쓸모가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써보니 완전 필수 아이템. 흙먼지 쓸어내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도 벌레를 쫓아내거나, 자기 전에 텐트 안에 뿌린 살충제 맞고 죽은 벌레 시체 처리하는데 엄청 유용하다.
오른쪽에는 캠핑용품 상자와 피크닉 바스켓을 배치한다. 한살짜리 딸내미가 사방을 휘젓고 다니기 때문에 촛불은 다 LED로 바꿔버렸다. 캠핑 나와서까지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마시는건 나름 조그만 사치. ㅎㅎ
피크닉 바구니와 조미료 상자. 나름 깔끔하게 정리가 가능하다. 2 in 1 유리병을 두개 마련해서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유, 맛술과 간장을 담고, 다른 유리병에는 설탕과 팬케이크 가루를 담았다. 여행용 향신료키트는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완소 아이템.
캠핑이니까 터프한 조리기구가 어울릴 것 같아서 롯지 무쇠 스킬렛만 두개 가져왔는데, 무겁긴 해도 나름 잘 써먹었다.
아마존을 둘러보면 좋은 평가를 받는 에어베드는 찾기가 쉽지 않은데, 기적과도 같은 별점 다섯개짜리 에어베드를 발견했다. 500건이 넘는 리뷰가 거의 다 칭찬 일색. 사용해보니까 역시 마음에 든다. 단점이라면 아웃도어용으로 만든게 아니라 보조 침대용으로 제작된거라 전기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고, 퀸사이즈 한종류밖에 없다는 점.
하지만 자동차 시거잭에 연결해서 돌려보니 캠핑하면서 무리없이 사용 가능하다. 내장 모터로 빨리 부풀고, 공기 빼낼때도 압축한거 마냥 쫙 빠지고, 높이가 높아서 냉기도 안올라오고, 옆사람이 움직여도 출렁임이 덜하다.
옆에서 본 모습. 입구 양옆에 조명을 설치하고 앞에는 발판 대신 야외용 러그를 하나 더 깔았다.
이웃 사이트에는 캠핑 트레일러를 주차시켜 놨는데, 일반 집처럼 뾰족지붕이 있는게 신기. 옆에는 태양광 발전판도 달려있고..
주인은 하루 종일 보이지 않다가 해 떨어지니까 차타고 등장. 아마 일주일쯤 장기로 끊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여기로 퇴근하는 것일지도.
해떨어질 무렵 모기향 피우고 한컷.
도자기 모기향 홀더는 진짜 저렴하고 예쁘고 좋은데 주문하면 절반 이상은 깨져서 오기로 악명높다. 두개 주문했는데 한개 살아남은걸 다행이라고 여기는 중. 어떤 사람은 깨질거 감안해서 네개 주문했는데 몽땅 박살났다는 후기를 올렸다.
조명 켜고 사진 한장~
LED 스트립은 직접 볼때는 그냥저냥 크리스마스 장식 분위기인데 사진으로 찍어놓으니까 완전 예쁘게 나오는 듯.
바닥쪽에 박아놓은 조명은 야간에 텐트 바깥으로 나가면서 휴대용 플래시로 쓰기에도 딱 좋다.
다음날 아침, 산책하면서 찍은 한컷.
미국은 캠프 사이트를 개인 영역으로 간주해서 다른 사람의 캠프 사이트를 침범하는건 대단한 실례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큰길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좌우를 둘러보면 참 각양각색의 캠핑 라이프를 볼 수 있다.
텐트만 다양한 게 아니라 해먹이나 타프, 테이블에 이르기까지 그 집 주인의 성향을 짐작하게 한다.
텐트가 얇은지라 아무래도 새벽엔 쌀쌀하다. 문을 다 닫아놨는데도 내부 온도는 확 떨어지는 듯. 다행히 이번에 가져온 침구류가 오리털 이불인지라 이불 속은 따뜻하다. 난방용품을 따로 구비해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어차피 여름 한철 캠핑인데'라는 생각에 포기.
화장실 겸 샤워시설. 오기 전에는 뜨거운물 안나오면 어쩌나 많이 걱정했는데, 따뜻한 물 잘 나오고 청소도 깨끗하게 잘 되어있어서 만족. 부대시설은 대체적으로 다 괜찮은 편이다. 특히 캠프파이어용 장작을 싸게 파는게 마음에 든다. 쌀가마니만큼 커다란 비닐백에 묵직하게 들어있는 장작 한포대가 5천원 정도.
캠핑장에서 조금 나오면 수영할 수 있는 호수가 나온다. 호숫가인데도 백사장처럼 모래가 깔린게 신기하다.
수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모래밭 가장자리인지라 물이 흙탕물이다 -_-; 수영은 패스하고 그냥 나무그늘에만 앉아있어도 에어컨 저리가라 할만큼 시원한 바람을 실컷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텐트 안에서 바깥을 바라본 풍경.
캠핑 와서 실컷 먹고,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낮잠도 자고, 읽고 싶었는데 못 읽은 책도 읽고, 그야말로 감성 만땅 충전하고 철수.
왠지 앞으로 여름 방학 끝나기 전에 자주 돌아다니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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