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청아출판사 (2005)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나치의 수용소에서 죽었지만 적지 않은 수는 살아남아서 자신들의 경험을 후세에 전하는 데 성공했다.
꽤나 많은 책과 영화들이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수용소에서의 삶을 보여주는데 전혀 다른 사람들이 묘사한 그 내용이 서로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물론 수용소에서의 삶이라는게 군대나 교도소처럼 철저히 통제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공통점이 많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긴 하다.
건더기 없는 멀건 국과 특식으로 나오는 손가락만한 소시지, 전기 철조망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사람들, 카포(죄수 감독관)들의 횡포는 아우슈비츠 어디에서나 똑같은 풍경일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똑같은 환경에 처하더라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보여주는 모습은 다를 법도 한데 그 또한 의외로 판에 박은 듯 똑같다는 점은 뭔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용소에 들어오기 전 부자였거나 가난했거나 고학력자였거나 육체노동자였거나 하는 것은 상관없이 모두가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감정이 거세되는 와중에 극히 일부만이 악마가 되거나 성자가 된다.
저자가 수용소에서 겪은 일에 대해 스스로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지만, 로고테라피를 다루는 2부는 좀 애매한 측면도 있다.
수용소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보기에는 좀 무미건조하고 심리학 내용이 많고
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자면 이 작은 책의 일부에 적힌 내용이 아니라 저자의 다른 책 - 본격 심리학 서적들 - 을 읽는 것이 온당한 접근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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