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화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비채 (2014)
“탁상 위에는 차가 든 페트병과 찻잔이 놓여 있었는데 방석에 쏟아진 것은 차가 아니라 순수한 물이었다고 하더군요. 물을 쏟은 게 아키야마 씨인지, 아니면 범인인지, 왜 물인지, 모두 불명인 상태입니다.”
“커피는 아니다. 차도 아니다. 그럼 무엇을 위해 물을 끓였나. 진상은 매우 단순합니다. 마시기 위한 물입니다. 이른바 백탕이라는 거죠. 아키야마 씨는 차 대신에 백탕을 찻잔에 넣어 마셨습니다. 이는 차를 끊은 사람에게는 매우 일반적인 일입니다.”
백비탕에 대해 알아보다가 백탕이 트릭으로 사용된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한 몽환화.
이제는 멸종되어 역사 기록 속에서만 존재하는 신비의 노란색 나팔꽃. 그리고 이 꽃을 길러보려던 노인의 죽음을 그 손녀와, 이 사건과는 영 관련이 없어보이는 (하지만 실제로는 깊은 관련이 있는) 소년과, 노인에게 신세를 진 경찰이 파헤치는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일본인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공공도서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일본인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임이 분명하다. 워낙 다작을 한데다가 술술 읽히도록 쉽게 쓰는게 엄청난 장점.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소설마다 편차가 좀 심하긴 하다.
몽환화같은 경우에는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추리의 분위기만 풍기는’ 그런 소설.
범인도 뜬금없고 대단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트릭이 고급스러운 것도 아닌, 그냥 읽기 쉽고 필력이 나쁘지 않다 수준.
기대하고 읽었던 백탕 역시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그나마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었다는 게 위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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