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독립 빵집 이야기 / 닐 패커 지음, 홍한별 옮김. 꽃피는책(2024).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 건 노부부가 식탁에 앉아 막 아침을 먹으려던 때였습니다.
문밖에는 도시 사람들 거의 다가 모려와 있었는데요, 질서를 갖춰 선 줄이 어찌나 긴지 동네 밖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다들 "제발 부디 그 맛있는 빵을 다시 살 수 없나요?"라고 물었고요.
- 본문 중에서
우리 주변에서, 그리고 세계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
대기업이 중소 영세 상점을 잠식하고, 대량생산된 공산품을 마구 찍어내면서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다시 예전의 손맛 가득한 빵을 원한다.
보통의 동화라면 "빵공장의 악덕 사장이 쫓겨나고 늙은 제빵사 부부가 다시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끝."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조금 더 현실적이다.
사람들이 공장빵 불매운동을 벌이자 회사는 망하고, 직원들은 단번에 실업자가 되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 맛없는 빵 사먹을 돈도 없게 되어버리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부부가 빵 만드는 법을 공개하면서 사람들이 저마다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은 다품종 소량생산의 장점을 깨달으며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난다.
파리의 조그만 몽둥이빵이 한국 베이커리를 거의 점령하다시피 한 요즘 상황에 뭔가 와닿는 바가 큰 이야기이기도 하다.
흔히들 공장빵이 비싸고 맛없다는 이유로 악의 축 취급을 하지만, 제대로 만드는 빵을 한 동네에 공급할 정도로 많이 만드는 일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자랑한다 (직접 해봐서 안다).
그렇다고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맛있는 빵 먹고 싶다는 일념하에 누구나 빵집을 차리는 게 정답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 결과는 이미 기록적인 폐업률을 자랑하는 소규모 카페 업계의 현황을 보면 나오니까.
일상적으로 먹는 가성비 빵은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에게 맡기고, 정말 맛있는 빵이 먹고 싶다면 그냥 직접 만들어 먹는 게 가장 확실한 거 아닌가 싶다.
이미 훌륭한 선례가 있으니까. (빵은 인생과 같다고들 하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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