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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Movie_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by nitro 2004.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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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경기라고 하면 내게 떠오르는 것은 딱 두가지.
휴일이면 종종 켜져있는 야구 중계를 보면서 '저 재미없는 것을 뭣때문에 보나'라고 생각했던 것과,
난생 처음 아버지 손을 잡고 갔던 야구 경기장에서 팔던 햄버거가 무척 맛있었다는 기억. 이 두가지뿐이다.

비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대적으로 봐도 내 또래 이후의 세대가 자라날 당시는 3S정책의 약발이 슬슬 떨어지기 시작할 때였고,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야구는 (일부를 제외하면) 어필하기 힘든 영화주제임이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감독은 '로키가 권투영화가 아니듯, 이 영화는 야구영화가 아니다'라고 역설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볼때, 이 영화는 야구 영화다. 아니, 야구 경기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그렇게 재미없게 보던 야구경기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지를 보여줌으로 해서, 마지막 장면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일 뿐.

게다가 그 대상이 20연승(실제로는 16연승이었다지만)의 박철순이 아닌, 기록적인 연패의 감사용이라는 사실은 아마도 대부분의 분야에서 감사용의 수준 - 즉, 패전처리 전문투수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관객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런지도 모른다.

우리가 처한 상황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업계 1위, 학과 수석, 고액 연봉계약과 같은 번쩍번쩍 빛나는 화려한 단어들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리고 현실에 눌려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영화의 마지막 경기 부분은 단순한 하나의 야구 게임이 아닌, 관객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쫓아가는 한 선수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터의 카피라이트처럼)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1승을, 온 국민이 응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반부 80~90%정도는 약간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후반 10~20%에서 이를 충분히 만회하는 영화. 반드시 극장가서 볼 필요는 없지만 비디오로 한번정도는 반드시!

특히 도중에 자신의 꿈을 접고 현실과 타협해야 했던 사람이라면 필견.


- 2004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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