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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

향수

by nitro 2006.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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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꼭 읽어봐야지'라고 마음먹었다가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흘러가 버린 책 중의 한권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한번 읽어본 후, 그 즉시 주문해서 곧바로 구입했습니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인간과 냄새가 관련된 한편의 재미있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향수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에센셜 오일에 빠져서 아예 직접 집에서 증류까지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책을 읽는 동안 누구나가 상상할 수 있는 냄새에 대한 묘사 - 일상 생활에서 맡을 수 있는 여러가지 냄새와 몇종류 꽃향기 - 뿐만 아니라 세세한 부분에서 그 이름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벤조인과 오렌지 블러썸, 로즈마리, 몰약, 유향, 네롤리, 유칼립투스, 사향, 시나몬, 나르시스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겁니다.

알람빅에 불을 때는 부분을 읽으며, 수많은 허브를 쑤셔넣어 얻어낸 단 몇방울의 에센스 오일이 증류기의 마지막 유리관을 통해서 떨어질 때의 그 기쁨을 떠올리고

조심스러운 향수 원액과 알콜의 혼합과정을 읽으면서, 지금 서랍 속에서 숙성 중인 오리지널 향수를 떠올릴 수 있었다는 거지요.

물론 마지막 부분에서 대규모 군중을 집단 최면 수준으로 홀려버리는건 좀 억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일단 향기의 힘이 어떠한 것인지를 아는 사람에게는 그마저도 애교넘치는 허풍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더군요.

18세기 프랑스에 진동하던 악취와 이를 압도하는 향기를 넘나들며 천국과 지옥을 번갈아 경험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은 오히려 부수적인 요소로 여겨질 정도로 말이죠.

아울러 책이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을 자극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입에 저절로 침이 고일 정도로 미각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몇번 봤지만,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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