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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휘두르며 앞길을 가로막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서울로 상경한 후, 서울대 입학하고 변호사가 되어 잘나가는 딸.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마을 사람들이 먹던 막걸리에 독약을 탔다며 살인범으로 몰린, 치매 걸린 엄마.
자폐증 동생, 수상쩍은 마을 사람들,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지역 유지들의 반응...
딸이 엄마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고군분투하는 스릴러, 혹은 가족 드라마(?)
쉴 새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며 시선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졸립지는 않다.
배우들도 연기 잘 하고.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지만 실화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의 줄거리 자체도 나쁘지 않고.
하지만 결정적으로 아쉬운 건 연출.
똑똑한 딸내미 변호사 캐릭터는 잘 잡았는데 정작 그 똑똑함을 보여줄 곳이 없네? 명석한 두뇌로 증거를 찾아내고 사람들을 논리로 압박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실마리가 자연스럽게 하나씩 툭툭 떨어진다.
치매 걸린 엄마나 자폐증 동생, 시장 등 모두 연기는 좋은데 정작 그 등장인물들 캐릭터에 맞게 활약 할 기회가 주어지지를 않는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영화가 스릴 넘치는 긴박감이 아니라 진행 경로 하나뿐인 재판 게임을 하듯 설렁설렁 넘어가는 느낌.
여기에 억지로 쑤셔넣은 신파는 극혐. 이럴 거면 아예 처음부터 범죄가 아니라 모녀관계의 회복에 초점을 맞춘 가족 영화로 가던가.
시간때우기용으로 보기엔 나쁘지 않은 영화이긴 한데, 제대로 살렸으면 훨씬 더 굉장한 물건이 되었겠다 싶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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