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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타지 웹소설 추천: 웹소설 교수가 되었다 웹소설 교수가 되었다 / 퍼플프린스 / 현대판타지 / 2022년 5월 ~ 연재중 모름지기 국문과라면 오래 전 문학작품과 작가들만 연구해야 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교수들이 가득한 하늘대학교 국문과. 이에 반기를 들며 대중매체와 장르문학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쟁취해낸 주인공, 신한준. 그에 대한 보복인지, 교수들은 신한준을 새롭게 만든 '웹소설전공'의 교수 (더 정확히는 대우교수)로 임명한다. 학교에서 만들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대충 만들었다가 치워버릴 똥 취급하는 웹소설전공에 말 안듣던 졸업생 박아놓고 단번에 쓰레기통에 버릴 예정이었던 것. 하지만 이런 속셈을 다 알면서도 흔쾌히 자리를 맡은 주인공은 학생들을 이끌어 나가며 웹소설계와 학계 양쪽에서 파란을 일으킨다는 내용. 일단 왠지 익숙한 것 같으면.. 2023. 3. 31.
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 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 / 김광연 글, 박승희 그림, 지콜론북 (2019) “혼자 조용하게 작업할 공간이 필요했지만 그런 장소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어떤 카페는 지나치게 노래소리가 컸고 어떤 카페는 의자와 테이블의 높이가 미묘해 작업하기 불편했다. 빵보다는 밥을 좋아하는데 밥을 먹고 나서도 오래 있을 수 있는 카페는 없었다. (중략) 노트북 하나만 가지고 하는 번역 일인데 무슨 작업실까지 필요하냐는 말에 대한 명분을 위해 메뉴를 구상하고 음료를 갖춰 구색을 맞추던 것이 광장의 시작이었다. 가게를 꾸려 수익을 낼 생각보다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낸 수익으로 적자를 메울 생각이었다.” 인터넷에서 “모든 대학생의 미래는 굶어죽거나 치킨집을 차리거나”라는 농담을 본 적이 있다. 문과를 선택하건 이과를 선택.. 2023. 3. 30.
경양식집에서 경양식집에서 / 조영권 지음, 린틴틴 (2021) 맛집을 찾아가려면 택시 기사님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 리뷰가 발달한 요즘에도 워낙 뒷광고니 바이럴마케팅이니 못 믿을 정보가 난무하는지라 오히려 신뢰가 가는 아날로그 정보의 사례다. 같은 맥락에서 전국 출장을 다니는 피아노 조율사가 식도락에 관심이 있다면 그만큼 맛집 탐방기에 적합한 사람도 흔치 않을 것이다. 전국의 중국집을 돌아다니면서 썼던 전작, “중국집”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는지 그 후속작으로 “경양식집에서”가 출판되었다. 시판 수프는 맛만 보고 멀리 밀어놓고, 햄버거에 소주 한 병 시켜 먹는 그 모습이 왠지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상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글만 놓고 보면 깊이가 있는 수필이나 에세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식사 일기에 가.. 2023. 3. 23.
대체역사 판타지 소설 감상: 알래스카의 독재자 장르소설 작가였던 주인공이 교통사고로 죽었다가 깨어난 곳은 1902년의 조선. 일제강점기를 코앞에 둔 그 암울한 시점에서 과감하게 미국으로 건너가서 각종 미래지식을 바탕으로 돈도 벌고 무력도 키우는 이야기. 특이사항이라면 알래스카를 미국 정부로부터 매입해서 그곳에 자신만의 지상낙원-_-;을 만든다는 거. 초반에는 나쁘지 않았는데 알래스카 지하도시를 만들면서부터 이게 대체역사인지 SF인지 모를 전개가 시작된다. 결정적으로 표절 논란이 터지면서 현재는 연재가 중단된 상태. 대체역사라는 장르가 일단 '실제 존재하는 세계에서 이미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쓰다보니 표절 논란에 휘말리기 딱 좋은 장르이긴 하다. 굉장히 독특하고 참신한 소재를 고안하던지, 아니면 필력이 독자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뛰어나서 빠져들게 만.. 2023. 3. 22.
쩝쩝박사 쩝쩝박사 / 김준형, 이금라, 임세아, 한주희 지음. 부크크 (2020) 네 명의 저자가 자신만의 음식 이야기를 엮었다. 그런데 글 자체도 거의 음식일기 수준의 단상이고, 요리도 그닥 대단할 것은 없어서 별로 큰 감흥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요즘엔 워낙 대단한 사람들이 요리책이나 요리 에세이를 내는 경우가 많다보니 눈이 높아진 탓일까. 에세이로 보기엔 글의 깊이가 얕고, 요리책으로 보기엔 요리의 깊이가 얕다. 2023. 3. 16.
사람의 부엌 사람의 부엌 - 냉장고 없는 부엌을 찾아서 / 류지현 지음, 낮은산 (2017) 나름 요리학교도 졸업하고 업계에서 짧게나마 일해 본 얼치기 요리사의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것에 무조건 가산점이 붙는 것이 약간 불합리하게 보이기도 한다. 한식이라고 하면 무조건 한복 입은 할머니들이 전통적으로 빚은 항아리에서 전통적으로 담근 장을 퍼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요리하는 장면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못마땅하달까. 물론 그런 방식이 갖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모두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지나치게 신성시하는 것 역시 잘못된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책은 실용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공감가는 글은 아니다. 아이캔이 우주선 타고 아빠찾아 외계로 떠나는 2020년도 지난 마당에 “냉장고 없이 살자”는 주.. 2023. 3. 10.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 이옥순 지음. 책세상 (1997) 인도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인도 역사를 전공한 저자가 쓴, 인도 안내서. 멀게는 영국인들이 ‘미개한 인간들’이라고 멸시하며 세상에 널리 흩뿌린 편견에서부터 가깝게는 단기 배낭여행족들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흝어본 후 아는척하며 퍼뜨린 잘못된 지식까지, 우리에게 인도는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이며 베일에 싸인 이미지로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도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그 역사와 문화를 깊이있게 공부한 저자는, 그 표면적인 현상의 허구와 진실을 공정하게 보여주면서 그 이면에 감춰진 근본적인 이유까지 언급한다. 식당에서 주는 숟가락이나 포크가 과연 내 입에 넣을만큼 깨끗한가? 대도시에 사는 서구화된 계층과 일부 젊은이들을 제외하면 아직도 많은 인도인이.. 2023. 3. 2.
판타지 웹소설 추천: 내 인권을 돈주고 구독함 모든 나라를 해체해서 전 인류를 돈으로 다스리자 말하는 메가콥의 첨병 유토피아 드림. 로봇은 비싸고 시민들 굴리는 건 표를 잃으니까 사람을 배양시설에서 찍어내 굴리는 정부. ‘진짜 우열을 쉽게 가릴 수가 없는 놈들이다.’ "돈으로 안되는 것이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돈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이 돈으로 해결되는 자본주의-황금만능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결혼은 사랑으로 하는 것이었지만, 오늘날 결혼 조건은 애정에 앞서 (혹은 비슷한 무게로) 집과 자동차, 연봉에 중점을 둔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회귀, 빙의, 환생을 하고 나서 가장 먼저 외치는 말이 '상태창'이지만, 실제로는 돈이야말로 가장 직관적이.. 2023. 2. 21.
청담동 프라이빗 요리수업 청담동 프라이빗 요리 수업 / 목진희 지음, 다독다독 (2020) 옛날부터 백화점의 문화 교양 강좌에는 요리 수업이 빠지지 않았다. 백화점의 주요 고객인 주부, 특히 고급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주부들에게 요리 역시 자신을 뽐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잘나가는 동네의 대명사 청담동의 ‘프라이빗 요리 수업’이란 어떤 것일지 궁금해진다. 실제로 진행되었던 프라이빗 쿠킹 클래스 (이 단어가 너무 멋부리는 느낌이라면 ‘소규묘 요리 강좌’로 치환시키자)를 계절별로 4주씩, 한 주당 세 개의 요리를 다뤄 총 48개의 레시피를 담고 있다. 르 꼬르동 블루 스탠다드이면서, 일반인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의 요리를 구성하다보니 좀 애매한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하다. 완전 고급도 아니고 완전 집밥도 아닌, 가볍게.. 2023. 2. 16.
현대판타지 웹소설 감상: 내가 옳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푹 빠져들게 만드는 세기의 명작이 아닌 바에야 대다수의 소설들은 주요 독자층을 갖고 있다. 특히 독자의 나이와 성별에 따라 좋아하는 장르가 급격하게 갈리는 웹소설판은 그런 현상이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난다. 중고등학생에게 회사원 성공담은 하나도 공감되지 않는 다른 세상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고, 30~40대 아저씨에게 드래곤이 깃든 마검으로 보이는 괴물마다 썰어버리는 10대 소년의 모험담은 유치하게 보이기 십상이다. 그러니 잘 쓴 웹소설이라면 잠재적 독자층이 분명하고, 또 그런 주요 고객층에 입맛에 잘 맞는 내용과 전개를 풀어낼 줄 아는 작품이다. 이 소설, “내가 옳다”의 주인공은 40대 이혼남. 일단 제목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 꼰대의 아우라가 주인공의 설정과 맞물리며 “이 소설은 마누.. 2023. 2. 14.
파인다이닝 파인 다이닝 / 최은영 외. 바통 (2018) 읽으면서 ‘아 씨바 할 말을 잊었습니다 (feat 이외수)’를 계속 중얼거렸다. 내게 있어서 음식이란, 요리란, 화려하거나 소박하거나를 떠나서 뭔지는 몰라도 어쨌든 행복함이나 그 비스무레한 것과 연관된 개념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무언가를 먹는다는 건 곧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고, 삶을 이어가려는 의지는 최소한의 긍정적인 사고를 요구하니까. 하지만 이 소설은 일곱 명의 작가가 죄다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분위기는 비오는 날 하늘처럼 꾸무럭하다. 그러면서 깨닫게 되는 거다. 내게 있어서 밀푀유 나베가 즐거운 경험이었다면, 채식주의자 레즈비언 애인을 둔 누군가에게는 “절대로 닿을 수 없는 어떤 아득한 세계의 상징, 영원한 불가능의 표지”일 수도 있다는 사.. 2023. 2. 9.
밥이 그리워졌다 밥이 그리워졌다 / 김용희 지음. 인물과 사상사 (2020) 음식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는 에세이. 어쩌다 한 편 정도를 잡지 등에서 조각글로 본다면 모르겠는데, 280페이지짜리 책에 50개의 에피소드를 꽉꽉 채워놓으니 “빵에 양귀비 씨앗을 너무 많이 뿌린 느낌”이랄까.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떠오르는 감정 - 추억, 아련함 -이 비슷한데다가 거의 매번 다른 소설이나 영화 등을 인용하고도 삽화 제외하면 4페이지 정도밖에 안되는 짤막한 글들인지라 깊이가 좀 얕게 느껴진다. “미슐랭 별 다섯 개를 받은 파스타”라거나 (미슐랭은 별 세 개가 최고), 간장게장을 담그는데 “한 계절을 지내야 하리라” 라고 하는 등 (간장게장은 냉동하지 않는 이상 2~3일 정도 숙성시켜 열흘 내에 먹어야 한다) 요리 측면에서 보면 오류.. 2023.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