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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Une Gourmandise 맛 Une Gourmandise /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홍서연 옮김. 민음사 (2018) 세계 최고의 요리 평론가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지나 온 맛의 기억을 더듬어가는 이야기.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한 그의 여정은 대다수의 독자가 예상치 못했던 결말을 맞는다. 하지만 그 전체적인 이야기보다도 더 매력적인 것은 각 장의 요리와 맛에 대한 묘사, 맛 뿐 아니라 그와 연결되어 맛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모든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가 관능적으로 전개된다는 사실이다. “날것. 그것이 조리하지 않은 재료를 야만적으로 먹는 것으로 요약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근거 없는 일인가! 날생선의 살을 베는 것은 돌을 자르는 것과 같다. 초보자에게 대리석 암괴는 하나의 덩어리로 보인다.그는 끌을 아무 데나 대고 찍지만 돌은 .. 2023. 7. 26.
제법 빵빵한 날들 제법 빵빵한 날들 / 민승지 지음, 레몬 (2020) 짤막한 단상이 녹아있는 카툰 에세이. 작가가 좋아하는 40여가지의 빵과 직접 그린 그림, 그에 얽힌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체는 아니고, 함께 있는 글도 에세이라고 하기엔 좀 짧다 싶어서 확 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사람, 참 빵을 좋아하는구나’ 정도는 대번 알 수 있는 글과 그림. (그리고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다) 각잡고 집중해서 읽기보다는 조그맣고 달콤한 빵에 커피나 차를 곁들여 먹을 때 에피소드 한두개 읽고 어디 치워뒀다가, 달달한 과자 먹을 때 또 잠깐 봤다가 하는 식으로 가볍게 읽는 게 좋은 것 같다. 2023. 7. 20.
판타지 웹소설 감상: 아포칼립스의 유일한 흑마법사가 되었다 멸망한 세상에서 캐릭터를 키우고 국가를 키우고 세계를 통일하는.... 게임, "월드 리빌드". 주인공은 게임에서 압도적 랭킹 1위를 유지하는 고인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서버 종료 소식에 화를 내다가, 당연한 전개로 게임 속 세상이 현실이 되어버린다. 시스템적인 제약으로 인해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흑마법사라는 직업을 갖고, 게이머 시절 능력을 발휘해서 이놈저놈 다 씹어먹고 본인의 능력은 물론, 부하들 키워주고 영지를 업그레이드 시키며 잘나가는 줄거리. 이렇게 놓고 보면 굉장히 흔하디 흔한 전개인데, 읽다보면 김밥천국 김밥과 라면마냥 '어디서 많이 본 맛이지만 그래도 배고플때 이정도면 괜찮지 뭐... 냠냠'이라는 느낌. 무엇보다도 '죽일까, 살릴까, 기회를 한 번 더 줄까' 고민하지 않고 요즘 대세.. 2023. 7. 17.
고기굽기의 기술 고기굽기의 기술 / 가와테 히로야스 지음, 용동희 옮김. 그린쿡 (2018) “표면은 바삭하게 구워지고, 표면에 가까운 부분은 단백질이 하얗게 응고되며, 이것이 안쪽으로 갈수록 점점 색깔이 변해서 중심 부분에는 아직 핑크색이 남아있다. 이렇게 굽는 것을 그러데이션 굽기라고 표현한다.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 이베리코 돼지, 지방이 층층이 들어 있는 카레다뇨 등을 구울 때 적합한 방법이다.” “고르게 익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고기를 구울 때는 반드시 좋다고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알맞은 정도로 차이가 나게 구우면 타거나 맛이 농축된 부분이 하나의 고기 안에 섞여 있게 되므로, 이로 인해 질감과 맛에 변화가 생겨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그런데 모든 부분이 고르게 익으면 먹는 사람이 쉽게 질리게 된다... 2023. 7. 13.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돌베개 (2015) 프랑스의 역사와 과자의 발명을 엮어서 설명한 미식 역사책. 프랑스의 종교, 절대 왕정과 혁명, 프랑스 공화정에 이르기까지 과자와 케이크, 초콜렛 등의 ‘프랑스 디저트’들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프랑스는 17세기 말부터 앤틸리스 제도에서 플랜테이션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스페인이 교황으로부터 서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조달할 권리를 부여받아 대서양에서 사탕수수 재배를 주도해 나갔지요. 이후 18세기에 들어와서는 영국, 그 뒤를 이어 프랑스가 설탕 경제를 중시해 유럽에서 패권을 쥐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주로 귀리죽을 먹었는데, 거기에 단맛을 더해 먹는 습관이 퍼졌습니다. 타르.. 2023. 7. 6.
현대판타지 웹소설 추천: 시간을 달리는 소설가 현대판타지는 잘난 주인공의 향연이다. 돈버는 재주는 너무 흔한 나머지 식상할 정도고, 천상의 노래 실력, 스포츠 스타, 손대는 것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감독, 천재 배우 등 예체능계에서도 먼치킨 주인공들이 쉴새없이 튀어나온다. 다만 이런 장르에도 명백한 한계가 있는데, 소설 속에서는 모든 사람이 눈물 흘리며 찬양하는 그 실력을 독자가 실감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그나마 스포츠 선수들은 형편이 조금 나은 편이다. 시속 17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나 열 한명을 제치고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축구선수와 같이 객관적인 지표를 들이밀 수 있으니까. 반면 신들린듯한 연기라거나 불후의 명작 반열에 오를만한 그림, 듣는 사람 혼을 빼놓는 노래는 (당연하게도) 글자를 읽는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다만.. 2023. 7. 4.
라면의 재발견 라면의 재발견 / 김정현, 한종수 지음. 따비 (2021) 음식과 사회상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라면 하나만 놓고 봐도 한국의 현대사, 문화를 반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꿀꿀이죽의 대안으로 만들기 시작한 라면의 역사. 군사정권의 혼분식 장려정책과 함께 경제성장기의 가파른 성장세 만큼이나 가파른 매출 증가를 보였던 라면. 편의점의 확대와 함께 부쩍 불어난 컵라면 판매. 그리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창의적인 라면 레시피가 제품으로 출시되기까지. 부잣집에서는 라면에 달걀 넣어 먹고, 가난한 집에선 수제비와 된장 넣어 양을 불려 먹었다는 이야기나 역대 최악의 먹거리 (허위) 사건이었던 공업용 우지 파동 등, 라면과 관련된 다양한 읽을 거리가 넘쳐난다. 라면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에게는 그야말.. 2023. 6. 28.
판타지 웹소설 추천: 인연살해 무장상선대 겸 약탈단을 이끄는 옛 왕의 부하, 미치광이 빌이 겪는 파란만장한 모험담. 스케일이 작은 늑대 사냥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느덧 가지를 치고 뿌리를 뻗어나가며 대륙을 뒤흔드는 거대한 전쟁으로 이어진다. 전체적인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초창기 판타지 소설의 전개와 비슷하게 흘러가는데 세세한 부분에서 엄청난 필력을 자랑한다. 시론은 킬킬 웃으면서 빌에게 농담을 건넸다. “결혼이라. 졸지에 대장이 중매를 선 꼴이 됐군.” “미친 빌이 중매라. 죽은 자의 왕더러 주례 서달라고 할까?” “대장이 부탁하면 진짜로 오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축가는 귀신늑대가 부르고.” “그만해줘. 실현될까 무서워.” (중략) “오랜만이네?” 검은색 긴 생머리에 짙은 파란 눈을 가진 소녀가 술잔을 양손으로 든 채 밝게 웃었다.. 2023. 6. 22.
혼밥판사 혼밥판사 / 정재민 지음. 창비 (2020) 도와 덕이 없기에 예의범절로 사람들을 교화하고, 예의범절이 땅에 떨어졌기에 법으로 사람들을 강제한다고 했던가. 법정에 들어서야 해결이 되는 인생사는 그만큼 파란만장하다. 판사가 밥 먹으며 늘어놓는 인생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결혼식 음식 이야기를 하다가 이혼 재판 이야기가 나오고, 피자로 해장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탈리아 마피아 이야기로 넘어가더니 사법연수원 검찰 시보를 하면서 잡은 조폭 이야기가 나오는 식이다. 모든 사람이 음식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는 요즘, 드디어 판사(님)도 짜장면 위에 얹은 달걀 후라이에 대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2023. 6. 17.
푸른 수염 "요리는 하나의 예술이자 권력이오. 내가, 그것이 누구든, 누군가의 권력에 복종하는 일은 있을 수 없소. 당신이 내가 하는 식사를 함께하고 싶다면 그건 대환영이오만, 반대의 경우는 사절이오." "사람들은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이렇게 말하지. 그런 여행을 하려면 나에게는 없는 단순함이 필요하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 사람들은 정말로 자기들이 나이아가라 폭포를 만들었다고 믿는다오. (역자 주: 프랑스어 동사 는 와 두 가지 뜻을 다 가지고 있다) 집주인은 순금으로 된 잔을 가지러 갔고, 부드러운 노른자 크림으로 그것을 채웠다. 사튀르닌은 넋을 잃고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바로크 양식의 금잔에 담긴 불투명한 노른자 크림이 너무 아름다워요!"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돈 엘레미리오는 처음으로 진정한 호의를.. 2023. 5. 25.
무협 웹소설 추천: 회귀수선전 나이먹은 아재가 되다보니 이젠 새로운 뭔가를 머리에 쑤셔넣는게 조금 지겨워진다. 선협물에 쉽게 손이 가질 않았던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묵향이라는 놈이 나타나서 절정, 화경, 현경, 생사경 등의 체계를 세울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는 신선들이 나타나며 연기,축기,결단,원영 등의 단계를 만드는 것도 모자라서 수많은 단계들을 덕지덕지 붙여댄다. "수도자의 경지 중에서 가장 낮은 경지를 연기기라고 부르지. 연기기는 총 14단계로 나누어진다" "나는 단순한 축기 후기가 아닌 축기 대원만이라는 경지의 수도자이니, 그대는 결단기 직전의 수도자와 믿을 수 없는 분전을 한 것이니라" "신선의 경지에 도달한 대경계, 신선에 근접한 중경계, 사람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소경계가 그것이네. 소경계의 6단계 단수,.. 2023. 5. 23.
대체역사 웹소설 추천: 사관이 항해를 너무 잘함 #대체역사 #조선시대 #해양원정 항해사였던 주인공이 조선 시대로 환생하며 겪는 이야기. '낮과 밤, 별자리의 움직임이 바뀌는 이유'에 과학적인 근거를 대며 답지를 제출, 임금님의 덕이 부족한 탓입니다 운운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며 과거에 급제하고 사관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조용히 사관 노릇 하던 것도 잠시, 삼보태감 정화의 대원정에 조선국 사관으로 참관하라는 명을 받으면서 본격 해양제국 건설에 나서는데... 일단 "회귀 현대인의 미래지식 최고"일변도로 나가는 게 아니라, 조목조목 현실성있게 따져가며 유학 탈레반들을 비롯한 당대의 사회 문화에 너무 큰 이질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속도를 조절하는 게 재미있다.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킬방원과 조카를 죽이고 황위에 오른 영락제. 신하 모가지 .. 2023.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