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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Nonfiction_비소설79

여행 가는 날 여행 가는 날 / 서영 지음. 스콜라 (2018) 밤 늦은 시각, 할아버지의 집 문을 두들긴 낯선 손님.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 손님을 오랫동안 기다린 듯, 반갑게 맞이하며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장롱 밑의 비상금 동전들을 효자손으로 꺼내 모으고, 깨끗하게 목욕도 하며 먼 길을 떠난다. 아동 독자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기에 아이들이 낯설 수도 있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책.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처음 몇 페이지만 읽어도 '여행'의 실체를 알게 됨에도 불구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없는 통에 달걀이 다 익지도 않았을 텐데 봉지에 가득 담았어요. - 여행 가는 날, p10 여행 중에 길안내 손님과 나눠먹을 달걀 일곱 개를 삶는 .. 2022. 9. 15.
발자크의 식탁 발자크의 식탁 / 앙카 멀스타인 지음, 김연 옮김. 이야기나무 (2016) 고리오 영감을 읽고 나서 발자크의 다른 책을 검색하던 와중 발견한 책. 음식에 대한 묘사를 통해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우회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작가들은 많다. 하지만 작가마다 문체가 다르듯,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여 메세지를 전달하느냐 역시 천차 만별이다. 예를 들어 빅토르 위고나 찰스 디킨스가 거칠고 양이 부족한 음식을 통해 궁핍함을 묘사하듯, 발자크는 화려한 음식을 통해 세속적인 열망과 더 높은 지위로의 상승에 대한 욕구를 세세하게 드러낸다. 이 책의 저자인 앙카 멀스타인이 말하듯 “굴의 맛보다는 굴을 주문하는 젊은이의 취향에 흥미를 느끼고, 차갑고 달콤한 크림의 맛보다는 그 크림의 가격에 관심이 간다.. 2022. 9. 8.
미식견문록 미식견문록 /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마음산책 (2009) 러시아어 동시통역사 겸 작가인 일본인의 음식 이야기. 직업과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과 그에 얽힌 이야기와 추억이 담겨 있다. 할바(Halva:러시아와 중동 지역의 달달한 디저트)나 스트로가니나(러시아어로 대팻밥. 혹한의 추위에 갓 잡은 생선이 몇 초만에 꽁꽁 얼면 대패로 갈아서 보드카와 함께 먹는다)처럼 흔히 접할 수 없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도대체 무슨 맛일까?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 특징. 각종 민간 설화와 역사 자료 등 풍부한 문헌이 함께 등장하는 것도 장점이다. 2022. 9. 2.
맛의 과학 맛의 과학 / 밥 홈즈 지음, 원광우 옮김, 처음북스 (2017) 요즘들어 요리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유행이다. 굳이 분자요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수비드나 마이야르 반응처럼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요리 지식들이 지금은 마치 절대 법칙처럼 숭배받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접근법이 별로 탐탁치 않았는데, 요리란 결국 사람이 즐기고 소비하기 위한 것이고, 사람은 불완전하고 주관적인 존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과학으로 최고의 요리법을 찾아낼 수 없다”는 내 생각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준다. 절대미각에 대한 오해, 인체가 기본적으로 느끼는 맛의 작용, 그리고 맛보다 더 다양한 변수를 제공하는 후각, 많은 사람들이 과소평가하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촉감(식감).. 2022. 8. 17.
맛 이야기 맛 이야기 / 최낙언 지음. 행성비 (2016) 우리가 맛을 느끼는 과정에 대한 과학적, 사회학적, 철학적 고찰. 맛을 느끼는 작용은 미뢰와 후각 등 감각기관에서 비롯되지만 이러한 자극을 조합하고 이미지화 시켜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뇌가, 그리고 뇌가 그렇게 느끼도록 하는 것은 사회문화적 경험의 산물임을 알려준다. 지루하게 흘러가기 쉬울 수도 있는 내용을 ‘놀랄만한 팩트’나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풀어나가기 때문에 맛에 관심을 가진 입문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장점.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구입하는 가정용 설탕은 일년에 2킬로그램 정도에 불과하지만 정작 섭취량은 26킬로그램이라거나, 지상에서는 맛없던 토마토 수프도 비행기를 타면 맛있어진다거나, 절대미각이나 절대후각이 관련 업종을 선택하기에 유.. 2022. 8. 12.
음식에서 삶을 짓다 음식에서 삶을 짓다 / 윤현희 지음. 행복우물 (2020) 명절 선물세트로 육포를 만들기 시작해서 점차 본격적으로 전통음식 업계에 발을 들이는 저자의 경험담. 육포와 한과, 떡케이크 등을 개발하고 명절 대목에 맞춰 고생해가며 물량 쳐내고, 중간중간 사람들과의 갈등도 일어나고 여러 사건의 연속이다. 중간중간 -책에는 자세히 안나왔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다툼과 결국 사업을 접었다는 결말을 보면 사업적으로 대성공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이렇게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타산지석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큰 계획 없이 되는대로 일거리가 생기는대로 떠맡고, 세금처리도 엉망이고,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도 식품위생법 개념도 없고, 남들이 내 것을 따라하면 도둑맞은것 마냥 억울하고, 무엇.. 2022. 8. 4.
매일의 빵 매일의 빵 / 정웅 지음. 문학동네 (2019) 요리하는 사람들이 책도 많이 내고, 책 내고 글 쓰는 사람들이 요리도 많이 하는 세상이다. 서울의 빵집 순위를 매기면 언제나 상위권을 유지하는 “오월의 종” 창업자가 쓴 책. 자신의 경험과 느낀 점을 마치 그가 만들어내는 빵처럼 소박하고 꾸밈없이 써냈다. 문학적으로 본다면 엄청나게 재밌다거나 필력이 뛰어나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기본에 충실한 빵과 기본에 충실한 삶이 만들어내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종종 매장에 와서 왜 커피는 안 파느냐고 묻는 손님들이 있다. (중략) 빵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나의 생각을 반영한 일이다. 커피 같은 제품에 어설프게 손댈 용기도 없고 실력도 없으니 아예 하지 말자는 무식한 논리이기도 하다.” “한참을 .. 2022. 7. 22.
위, 셰프 위, 셰프 / 마이클 기브니 지음, 이화란 옮김. 처음북스 (2015) 가끔 요리학교를 졸업한 것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볼 때가 있다. 직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얻게 된 이득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역시 레스토랑 주방이라는 또 다른 세계에 발끝이나마 담궜다는 것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뉴욕의 수많은 레스토랑 중 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원래 제목인 '수셰프'가 의미하듯, 책의 주인공은 레스토랑 주방장의 바로 아래 부주방장으로 일하며 위로는 각종 주문과 지시를 받아들이고, 아래로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일의 흐름을 통제하며 급한 경우엔 직접 전선으로 뛰어들어 요리를 한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그렇게 와닿지도 않고 재미도 없을 수도 있다. (아닌가.. 2022. 7. 14.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 다이나 프라이드 지음, 박대진 옮김. 한스미디어 (2015) 책 뒷표지의 소개글에 박찬일 셰프가 “살짝 심술도 난다. 이거, 내가 하고 싶었던 건데…”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 책의 작가인 다이나 프라이드는 50편의 명작 소설을 골라 그 속에서 음식에 대한 묘사 부분을 발췌했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음식 사진을 찍어 음식 사진과 책 소개서와 잡학 사전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이 책을 만들어냈다. 그 사진 한 장, 한 장이 그야말로 소설을 찢고 현실로 나온 듯 해서 선정된 작품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잘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레시피 정도는 책 말미에 모아서 적어줬어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소설의 인용문과 50장의 사진만으로 만든 책 치고는 .. 2022. 5. 14.
혼자의 가정식 혼자의 가정식 / 신미경 지음. 뜻밖 (2019) 현대인이 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는 건 과학적인 사실이다. 고려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많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봤을 때 큼직한 스테이크 대신 채소를 놓고, 샐러드 놓을 자리에 고기를 썰어놓아야 영양학적 밸런스가 맞는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들을 무조건 좋게 볼 수만도 없는게, 채식주의가 자연주의와 결합하면서 종교적 색깔이 가미된 것이 문제다. “설탕은 쓰지 않아! 그 대신 꿀을 써야지!”라거나, 이미 유전자조작과 기업식 농법으로 인해 대자연과는 거리가 먼 농산물을 보며 “이것이 자연의 향기!”라는 반응을 보인다면 지구평면설 신봉론자와 크게 다를 바 없어진다는 거. 물론 그렇게 해서 자신의 정신적 만족을 얻고 신체적으로 더 건강해지면 나쁠 .. 2022. 4. 20.
고전에서 길어올린 한식 이야기 고전에서 길어올린 한식 이야기, 식사 / 황광해 지음. 하빌리스 (2017) 신문기자 출신의 저자가 동아일보에 기고했던 음식 칼럼을 모은 책. 곡식, 고기, 생선, 과채, 향신, 사람의 여섯 가지 주제로 역사에 남겨진 음식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음식의 유래나 어원, 잘못 알려진 음식 이야기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 다만 전문 학술서적 수준의 객관성은 없는지라 이 책이 모두 정답이라고 생각하기엔 어렵다. 음식이라는 게 원래 그 명확한 유래를 찾기도 힘들고, 서로 다른 이름을 번갈아 쓰기도 하며, 같은 이름의 음식이라도 지역에 따라 혹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이 책 안에서도 처음에는 “신선로는 신선과는 관계가 없다. ‘중국에서 건너온 새로운 형태의 그릇’에서 비롯된 표현이.. 2022. 4. 6.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 / 필리프 들레름 지음, 고봉만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21) “봉지에서 크루아상 하나를 집어 든다. 따뜻한 기운은 여전한데 반죽은 조금 물러진 것 같다. 차가운 이른 아침을 걸으며, 약간의 식탐도 부리며 먹는 크루아상. 겨울 아침은 당신 몸 안에서 크루아상이 되고, 당신은 크루아상의 오븐과 집과 쉴 곳이 된다. 서서히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딘다. 당신은 황금빛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푸른빛과 잿빛을, 그리고 사라져가는 장밋빛을 가로지른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어쩌나. 당신은 이미 하루 중 가장 좋은 부분을 먹어버렸으니.” “우리가 원하는 로쿰은 길거리에서 파는 로쿰이다. 가게 진열장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그것은 소박한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여 있지만, 어찌 보면 .. 2022.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