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Nonfiction_비소설85 라멘의 사회생활 라멘의 사회생활 / 하야미즈 겐로 지음, 박현아 옮김. 따비 (2017) 일본 ‘라멘’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모든 것. ‘중화소바’가 전후 세대를 거쳐 라멘으로 자리잡고, 또 일본의 사회경제적 변화에 발맞추어 그 모습을 바꾸어가며 살아남은 기록을 300페이지짜리 책에 꽉꽉 채워넣었다.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읽는다면 꽤나 지루한 서술의 연속에 실망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1970년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일본 전역에 미국식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이후 라멘 프랜차이즈 시장도 성장하며 명예퇴직자들이 대거 뛰어드는 현상을 소개하면서 이로 인해 지방색이 사라지고 표준화가 진행된 라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이다. 소설이나 에세이보다는 역사책에 가까운 서술이라 흥미 위주로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고,.. 2023. 11. 26. 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 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 / 김혜경 지음. 디자인하우스 (2011) ‘음식이 아닌, 음식점에 대한 에세이도 이렇게 나올 수 있구나’라고 감탄한 책. 도쿄의 레스토랑 여러 곳을 소개하면서도 식당의 설명을 기계적으로 늘어놓기보다도 그 음식과 분위기와 사람들이 저자의 생각과 기분에 어떤 자극과 변화를 주는지에 집중한다. “나의 좁은 식견으로는 세련됨과 촌스러움은 본질에 얼마나 충실한가, 아닌가의 문제다. 자기 정체성이 확실할 때, ‘답다’라는 본질에 충실할 때 사람들은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세련됐다고 한다. (중략) 그 중 하나가 흔히 앙꼬빵으로 불리는 앙팡, 즉 단팥빵이다. 긴자 기무라야의 앙팡은 어떻게 141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지지를 받아온 걸까? 그 비법은 바로 누룩 발효법이다. 서양식 이스트를 쓰.. 2023. 11. 8.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돌베개 (2015)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와 한 세트. 파스타의 역사를 따라 이탈리아 문화를 살펴본다. 우리가 흔히 먹는 파스타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가 인상적. 하지만 프랑스 과자에 비하면 아무래도 파스타 한 가지만으로는 이야기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사실. 파스타의 종류는 엄청나게 다양하지만, 각각의 파스타가 외형 만큼이나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인지 정작 파스타 자체에 대한 비중이 좀 부족한 느낌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요리로서의 파스타에 집중하는 건 “각 주의 명물 파스타”를 소개하는 중반부의 8페이지 뿐. 맥앤치즈나 까르보나라, 알리오 올리오 등 요즘도 많이 먹는 파스타의 요리법.. 2023. 9. 6.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최윤영 옮김. 인디고 (2018) ‘고독한 미식가’는 만화로도, 드라마로도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많은 인기를 얻었다. 평범한 중년의 아저씨 혼자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며 밥 먹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낸 것은 그만큼 음식에 대한, 약간은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감탄하고 반기는 그 모습이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요리만화처럼 한 입 먹자마자 배경이 우주로 바뀌고 집중선이 폭발하는 등의 오버스러운 리액션은 없으니, 그 무덤덤한듯 보이는 반응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침샘을 자극한다. 그 작가가 쓴 에세이 역시 ‘아, 이제보니 자신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쓴 거였구나’ 싶을 정도로 식탐과 미식에 대한 찬양으로 가득하다... 2023. 8. 26. 제법 빵빵한 날들 제법 빵빵한 날들 / 민승지 지음, 레몬 (2020) 짤막한 단상이 녹아있는 카툰 에세이. 작가가 좋아하는 40여가지의 빵과 직접 그린 그림, 그에 얽힌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체는 아니고, 함께 있는 글도 에세이라고 하기엔 좀 짧다 싶어서 확 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사람, 참 빵을 좋아하는구나’ 정도는 대번 알 수 있는 글과 그림. (그리고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다) 각잡고 집중해서 읽기보다는 조그맣고 달콤한 빵에 커피나 차를 곁들여 먹을 때 에피소드 한두개 읽고 어디 치워뒀다가, 달달한 과자 먹을 때 또 잠깐 봤다가 하는 식으로 가볍게 읽는 게 좋은 것 같다. 2023. 7. 20. 고기굽기의 기술 고기굽기의 기술 / 가와테 히로야스 지음, 용동희 옮김. 그린쿡 (2018) “표면은 바삭하게 구워지고, 표면에 가까운 부분은 단백질이 하얗게 응고되며, 이것이 안쪽으로 갈수록 점점 색깔이 변해서 중심 부분에는 아직 핑크색이 남아있다. 이렇게 굽는 것을 그러데이션 굽기라고 표현한다.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 이베리코 돼지, 지방이 층층이 들어 있는 카레다뇨 등을 구울 때 적합한 방법이다.” “고르게 익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고기를 구울 때는 반드시 좋다고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알맞은 정도로 차이가 나게 구우면 타거나 맛이 농축된 부분이 하나의 고기 안에 섞여 있게 되므로, 이로 인해 질감과 맛에 변화가 생겨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그런데 모든 부분이 고르게 익으면 먹는 사람이 쉽게 질리게 된다... 2023. 7. 13.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돌베개 (2015) 프랑스의 역사와 과자의 발명을 엮어서 설명한 미식 역사책. 프랑스의 종교, 절대 왕정과 혁명, 프랑스 공화정에 이르기까지 과자와 케이크, 초콜렛 등의 ‘프랑스 디저트’들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프랑스는 17세기 말부터 앤틸리스 제도에서 플랜테이션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스페인이 교황으로부터 서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조달할 권리를 부여받아 대서양에서 사탕수수 재배를 주도해 나갔지요. 이후 18세기에 들어와서는 영국, 그 뒤를 이어 프랑스가 설탕 경제를 중시해 유럽에서 패권을 쥐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주로 귀리죽을 먹었는데, 거기에 단맛을 더해 먹는 습관이 퍼졌습니다. 타르.. 2023. 7. 6. 라면의 재발견 라면의 재발견 / 김정현, 한종수 지음. 따비 (2021) 음식과 사회상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라면 하나만 놓고 봐도 한국의 현대사, 문화를 반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꿀꿀이죽의 대안으로 만들기 시작한 라면의 역사. 군사정권의 혼분식 장려정책과 함께 경제성장기의 가파른 성장세 만큼이나 가파른 매출 증가를 보였던 라면. 편의점의 확대와 함께 부쩍 불어난 컵라면 판매. 그리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창의적인 라면 레시피가 제품으로 출시되기까지. 부잣집에서는 라면에 달걀 넣어 먹고, 가난한 집에선 수제비와 된장 넣어 양을 불려 먹었다는 이야기나 역대 최악의 먹거리 (허위) 사건이었던 공업용 우지 파동 등, 라면과 관련된 다양한 읽을 거리가 넘쳐난다. 라면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에게는 그야말.. 2023. 6. 28. 혼밥판사 혼밥판사 / 정재민 지음. 창비 (2020) 도와 덕이 없기에 예의범절로 사람들을 교화하고, 예의범절이 땅에 떨어졌기에 법으로 사람들을 강제한다고 했던가. 법정에 들어서야 해결이 되는 인생사는 그만큼 파란만장하다. 판사가 밥 먹으며 늘어놓는 인생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결혼식 음식 이야기를 하다가 이혼 재판 이야기가 나오고, 피자로 해장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탈리아 마피아 이야기로 넘어가더니 사법연수원 검찰 시보를 하면서 잡은 조폭 이야기가 나오는 식이다. 모든 사람이 음식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는 요즘, 드디어 판사(님)도 짜장면 위에 얹은 달걀 후라이에 대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2023. 6. 17. 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 채다인 지음. 지콜론북 (2021) 900개의 편의점 삼각 김밥을 먹은 이력을 지닌 저자가 쓴, 편의점 식품들에 대한 단상. 그리고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글 자체가 엄청나게 재미있다거나, 유용한 상품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애초에 편의점 상품이라는 것이 워낙 유행을 많이 타는 종목이라 진지하게 편의점 식품으로 그럴듯한 조합 레시피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수많은 편의점 음식들이 현대 사회의 한 모습을 반영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 책을 훑어 보며 시대의 소비 성향이 어떤 느낌인지 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만약 ‘재미있는 편의점 이야기’를 원한다면 “매일 갑니다, 편의점” 쪽이 더 .. 2023. 4. 27. 매일 갑니다, 편의점 매일 갑니다, 편의점 / 봉달호 지음. 시공사 (2018) 삭막한 도시의 오아시스, 편의점. 먹을 것과 마실 것 뿐 아니라 입을 것(내의, 슬리퍼, 스타킹 등)에 구급약까지 상비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오아시스보다 더 나은 장소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오아시스를 지키는 편의점 점장으로 6년간 일해 온 지은이가 본 세상 역시 다채롭다. 냉장고 이쪽편에서 음료수 캔만 꺼내가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지 못했던, 냉장고 맞은편의 또 다른 세계. 그리고 계산대 너머 NPC처럼 앉아있는 편의점 직원이 겪은 사람들, 물건들, 그리고 사는 모습들. ‘무슨 편의점 사장님이 글을 이렇게 잘 써?’라는 의아함이 들 정도로 술술 읽힌다. 알고보니 운동권에서 으쌰으쌰 하던 전적도 있고, 짧게나마 글 써서 벌어먹고 살던 적도 .. 2023. 4. 20. 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 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 / 김광연 글, 박승희 그림, 지콜론북 (2019) “혼자 조용하게 작업할 공간이 필요했지만 그런 장소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어떤 카페는 지나치게 노래소리가 컸고 어떤 카페는 의자와 테이블의 높이가 미묘해 작업하기 불편했다. 빵보다는 밥을 좋아하는데 밥을 먹고 나서도 오래 있을 수 있는 카페는 없었다. (중략) 노트북 하나만 가지고 하는 번역 일인데 무슨 작업실까지 필요하냐는 말에 대한 명분을 위해 메뉴를 구상하고 음료를 갖춰 구색을 맞추던 것이 광장의 시작이었다. 가게를 꾸려 수익을 낼 생각보다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낸 수익으로 적자를 메울 생각이었다.” 인터넷에서 “모든 대학생의 미래는 굶어죽거나 치킨집을 차리거나”라는 농담을 본 적이 있다. 문과를 선택하건 이과를 선택.. 2023. 3. 30. 이전 1 2 3 4 5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