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Nonfiction_비소설79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돌베개 (2015) 프랑스의 역사와 과자의 발명을 엮어서 설명한 미식 역사책. 프랑스의 종교, 절대 왕정과 혁명, 프랑스 공화정에 이르기까지 과자와 케이크, 초콜렛 등의 ‘프랑스 디저트’들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프랑스는 17세기 말부터 앤틸리스 제도에서 플랜테이션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스페인이 교황으로부터 서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조달할 권리를 부여받아 대서양에서 사탕수수 재배를 주도해 나갔지요. 이후 18세기에 들어와서는 영국, 그 뒤를 이어 프랑스가 설탕 경제를 중시해 유럽에서 패권을 쥐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주로 귀리죽을 먹었는데, 거기에 단맛을 더해 먹는 습관이 퍼졌습니다. 타르.. 2023. 7. 6.
라면의 재발견 라면의 재발견 / 김정현, 한종수 지음. 따비 (2021) 음식과 사회상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라면 하나만 놓고 봐도 한국의 현대사, 문화를 반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꿀꿀이죽의 대안으로 만들기 시작한 라면의 역사. 군사정권의 혼분식 장려정책과 함께 경제성장기의 가파른 성장세 만큼이나 가파른 매출 증가를 보였던 라면. 편의점의 확대와 함께 부쩍 불어난 컵라면 판매. 그리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창의적인 라면 레시피가 제품으로 출시되기까지. 부잣집에서는 라면에 달걀 넣어 먹고, 가난한 집에선 수제비와 된장 넣어 양을 불려 먹었다는 이야기나 역대 최악의 먹거리 (허위) 사건이었던 공업용 우지 파동 등, 라면과 관련된 다양한 읽을 거리가 넘쳐난다. 라면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에게는 그야말.. 2023. 6. 28.
혼밥판사 혼밥판사 / 정재민 지음. 창비 (2020) 도와 덕이 없기에 예의범절로 사람들을 교화하고, 예의범절이 땅에 떨어졌기에 법으로 사람들을 강제한다고 했던가. 법정에 들어서야 해결이 되는 인생사는 그만큼 파란만장하다. 판사가 밥 먹으며 늘어놓는 인생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결혼식 음식 이야기를 하다가 이혼 재판 이야기가 나오고, 피자로 해장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탈리아 마피아 이야기로 넘어가더니 사법연수원 검찰 시보를 하면서 잡은 조폭 이야기가 나오는 식이다. 모든 사람이 음식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는 요즘, 드디어 판사(님)도 짜장면 위에 얹은 달걀 후라이에 대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2023. 6. 17.
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 채다인 지음. 지콜론북 (2021) 900개의 편의점 삼각 김밥을 먹은 이력을 지닌 저자가 쓴, 편의점 식품들에 대한 단상. 그리고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글 자체가 엄청나게 재미있다거나, 유용한 상품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애초에 편의점 상품이라는 것이 워낙 유행을 많이 타는 종목이라 진지하게 편의점 식품으로 그럴듯한 조합 레시피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수많은 편의점 음식들이 현대 사회의 한 모습을 반영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 책을 훑어 보며 시대의 소비 성향이 어떤 느낌인지 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만약 ‘재미있는 편의점 이야기’를 원한다면 “매일 갑니다, 편의점” 쪽이 더 .. 2023. 4. 27.
매일 갑니다, 편의점 매일 갑니다, 편의점 / 봉달호 지음. 시공사 (2018) 삭막한 도시의 오아시스, 편의점. 먹을 것과 마실 것 뿐 아니라 입을 것(내의, 슬리퍼, 스타킹 등)에 구급약까지 상비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오아시스보다 더 나은 장소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오아시스를 지키는 편의점 점장으로 6년간 일해 온 지은이가 본 세상 역시 다채롭다. 냉장고 이쪽편에서 음료수 캔만 꺼내가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지 못했던, 냉장고 맞은편의 또 다른 세계. 그리고 계산대 너머 NPC처럼 앉아있는 편의점 직원이 겪은 사람들, 물건들, 그리고 사는 모습들. ‘무슨 편의점 사장님이 글을 이렇게 잘 써?’라는 의아함이 들 정도로 술술 읽힌다. 알고보니 운동권에서 으쌰으쌰 하던 전적도 있고, 짧게나마 글 써서 벌어먹고 살던 적도 .. 2023. 4. 20.
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 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 / 김광연 글, 박승희 그림, 지콜론북 (2019) “혼자 조용하게 작업할 공간이 필요했지만 그런 장소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어떤 카페는 지나치게 노래소리가 컸고 어떤 카페는 의자와 테이블의 높이가 미묘해 작업하기 불편했다. 빵보다는 밥을 좋아하는데 밥을 먹고 나서도 오래 있을 수 있는 카페는 없었다. (중략) 노트북 하나만 가지고 하는 번역 일인데 무슨 작업실까지 필요하냐는 말에 대한 명분을 위해 메뉴를 구상하고 음료를 갖춰 구색을 맞추던 것이 광장의 시작이었다. 가게를 꾸려 수익을 낼 생각보다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낸 수익으로 적자를 메울 생각이었다.” 인터넷에서 “모든 대학생의 미래는 굶어죽거나 치킨집을 차리거나”라는 농담을 본 적이 있다. 문과를 선택하건 이과를 선택.. 2023. 3. 30.
경양식집에서 경양식집에서 / 조영권 지음, 린틴틴 (2021) 맛집을 찾아가려면 택시 기사님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 리뷰가 발달한 요즘에도 워낙 뒷광고니 바이럴마케팅이니 못 믿을 정보가 난무하는지라 오히려 신뢰가 가는 아날로그 정보의 사례다. 같은 맥락에서 전국 출장을 다니는 피아노 조율사가 식도락에 관심이 있다면 그만큼 맛집 탐방기에 적합한 사람도 흔치 않을 것이다. 전국의 중국집을 돌아다니면서 썼던 전작, “중국집”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는지 그 후속작으로 “경양식집에서”가 출판되었다. 시판 수프는 맛만 보고 멀리 밀어놓고, 햄버거에 소주 한 병 시켜 먹는 그 모습이 왠지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상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글만 놓고 보면 깊이가 있는 수필이나 에세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식사 일기에 가.. 2023. 3. 23.
쩝쩝박사 쩝쩝박사 / 김준형, 이금라, 임세아, 한주희 지음. 부크크 (2020) 네 명의 저자가 자신만의 음식 이야기를 엮었다. 그런데 글 자체도 거의 음식일기 수준의 단상이고, 요리도 그닥 대단할 것은 없어서 별로 큰 감흥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요즘엔 워낙 대단한 사람들이 요리책이나 요리 에세이를 내는 경우가 많다보니 눈이 높아진 탓일까. 에세이로 보기엔 글의 깊이가 얕고, 요리책으로 보기엔 요리의 깊이가 얕다. 2023. 3. 16.
사람의 부엌 사람의 부엌 - 냉장고 없는 부엌을 찾아서 / 류지현 지음, 낮은산 (2017) 나름 요리학교도 졸업하고 업계에서 짧게나마 일해 본 얼치기 요리사의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것에 무조건 가산점이 붙는 것이 약간 불합리하게 보이기도 한다. 한식이라고 하면 무조건 한복 입은 할머니들이 전통적으로 빚은 항아리에서 전통적으로 담근 장을 퍼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요리하는 장면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못마땅하달까. 물론 그런 방식이 갖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모두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지나치게 신성시하는 것 역시 잘못된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책은 실용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공감가는 글은 아니다. 아이캔이 우주선 타고 아빠찾아 외계로 떠나는 2020년도 지난 마당에 “냉장고 없이 살자”는 주.. 2023. 3. 10.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 이옥순 지음. 책세상 (1997) 인도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인도 역사를 전공한 저자가 쓴, 인도 안내서. 멀게는 영국인들이 ‘미개한 인간들’이라고 멸시하며 세상에 널리 흩뿌린 편견에서부터 가깝게는 단기 배낭여행족들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흝어본 후 아는척하며 퍼뜨린 잘못된 지식까지, 우리에게 인도는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이며 베일에 싸인 이미지로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도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그 역사와 문화를 깊이있게 공부한 저자는, 그 표면적인 현상의 허구와 진실을 공정하게 보여주면서 그 이면에 감춰진 근본적인 이유까지 언급한다. 식당에서 주는 숟가락이나 포크가 과연 내 입에 넣을만큼 깨끗한가? 대도시에 사는 서구화된 계층과 일부 젊은이들을 제외하면 아직도 많은 인도인이.. 2023. 3. 2.
청담동 프라이빗 요리수업 청담동 프라이빗 요리 수업 / 목진희 지음, 다독다독 (2020) 옛날부터 백화점의 문화 교양 강좌에는 요리 수업이 빠지지 않았다. 백화점의 주요 고객인 주부, 특히 고급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주부들에게 요리 역시 자신을 뽐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잘나가는 동네의 대명사 청담동의 ‘프라이빗 요리 수업’이란 어떤 것일지 궁금해진다. 실제로 진행되었던 프라이빗 쿠킹 클래스 (이 단어가 너무 멋부리는 느낌이라면 ‘소규묘 요리 강좌’로 치환시키자)를 계절별로 4주씩, 한 주당 세 개의 요리를 다뤄 총 48개의 레시피를 담고 있다. 르 꼬르동 블루 스탠다드이면서, 일반인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의 요리를 구성하다보니 좀 애매한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하다. 완전 고급도 아니고 완전 집밥도 아닌, 가볍게.. 2023. 2. 16.
밥이 그리워졌다 밥이 그리워졌다 / 김용희 지음. 인물과 사상사 (2020) 음식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는 에세이. 어쩌다 한 편 정도를 잡지 등에서 조각글로 본다면 모르겠는데, 280페이지짜리 책에 50개의 에피소드를 꽉꽉 채워놓으니 “빵에 양귀비 씨앗을 너무 많이 뿌린 느낌”이랄까.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떠오르는 감정 - 추억, 아련함 -이 비슷한데다가 거의 매번 다른 소설이나 영화 등을 인용하고도 삽화 제외하면 4페이지 정도밖에 안되는 짤막한 글들인지라 깊이가 좀 얕게 느껴진다. “미슐랭 별 다섯 개를 받은 파스타”라거나 (미슐랭은 별 세 개가 최고), 간장게장을 담그는데 “한 계절을 지내야 하리라” 라고 하는 등 (간장게장은 냉동하지 않는 이상 2~3일 정도 숙성시켜 열흘 내에 먹어야 한다) 요리 측면에서 보면 오류.. 2023.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