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Nonfiction_비소설85 경양식집에서 경양식집에서 / 조영권 지음, 린틴틴 (2021) 맛집을 찾아가려면 택시 기사님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 리뷰가 발달한 요즘에도 워낙 뒷광고니 바이럴마케팅이니 못 믿을 정보가 난무하는지라 오히려 신뢰가 가는 아날로그 정보의 사례다. 같은 맥락에서 전국 출장을 다니는 피아노 조율사가 식도락에 관심이 있다면 그만큼 맛집 탐방기에 적합한 사람도 흔치 않을 것이다. 전국의 중국집을 돌아다니면서 썼던 전작, “중국집”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는지 그 후속작으로 “경양식집에서”가 출판되었다. 시판 수프는 맛만 보고 멀리 밀어놓고, 햄버거에 소주 한 병 시켜 먹는 그 모습이 왠지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상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글만 놓고 보면 깊이가 있는 수필이나 에세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식사 일기에 가.. 2023. 3. 23. 쩝쩝박사 쩝쩝박사 / 김준형, 이금라, 임세아, 한주희 지음. 부크크 (2020) 네 명의 저자가 자신만의 음식 이야기를 엮었다. 그런데 글 자체도 거의 음식일기 수준의 단상이고, 요리도 그닥 대단할 것은 없어서 별로 큰 감흥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요즘엔 워낙 대단한 사람들이 요리책이나 요리 에세이를 내는 경우가 많다보니 눈이 높아진 탓일까. 에세이로 보기엔 글의 깊이가 얕고, 요리책으로 보기엔 요리의 깊이가 얕다. 2023. 3. 16. 사람의 부엌 사람의 부엌 - 냉장고 없는 부엌을 찾아서 / 류지현 지음, 낮은산 (2017) 나름 요리학교도 졸업하고 업계에서 짧게나마 일해 본 얼치기 요리사의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것에 무조건 가산점이 붙는 것이 약간 불합리하게 보이기도 한다. 한식이라고 하면 무조건 한복 입은 할머니들이 전통적으로 빚은 항아리에서 전통적으로 담근 장을 퍼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요리하는 장면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못마땅하달까. 물론 그런 방식이 갖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모두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지나치게 신성시하는 것 역시 잘못된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책은 실용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공감가는 글은 아니다. 아이캔이 우주선 타고 아빠찾아 외계로 떠나는 2020년도 지난 마당에 “냉장고 없이 살자”는 주.. 2023. 3. 10.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 이옥순 지음. 책세상 (1997) 인도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인도 역사를 전공한 저자가 쓴, 인도 안내서. 멀게는 영국인들이 ‘미개한 인간들’이라고 멸시하며 세상에 널리 흩뿌린 편견에서부터 가깝게는 단기 배낭여행족들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흝어본 후 아는척하며 퍼뜨린 잘못된 지식까지, 우리에게 인도는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이며 베일에 싸인 이미지로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도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그 역사와 문화를 깊이있게 공부한 저자는, 그 표면적인 현상의 허구와 진실을 공정하게 보여주면서 그 이면에 감춰진 근본적인 이유까지 언급한다. 식당에서 주는 숟가락이나 포크가 과연 내 입에 넣을만큼 깨끗한가? 대도시에 사는 서구화된 계층과 일부 젊은이들을 제외하면 아직도 많은 인도인이.. 2023. 3. 2. 청담동 프라이빗 요리수업 청담동 프라이빗 요리 수업 / 목진희 지음, 다독다독 (2020) 옛날부터 백화점의 문화 교양 강좌에는 요리 수업이 빠지지 않았다. 백화점의 주요 고객인 주부, 특히 고급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주부들에게 요리 역시 자신을 뽐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잘나가는 동네의 대명사 청담동의 ‘프라이빗 요리 수업’이란 어떤 것일지 궁금해진다. 실제로 진행되었던 프라이빗 쿠킹 클래스 (이 단어가 너무 멋부리는 느낌이라면 ‘소규묘 요리 강좌’로 치환시키자)를 계절별로 4주씩, 한 주당 세 개의 요리를 다뤄 총 48개의 레시피를 담고 있다. 르 꼬르동 블루 스탠다드이면서, 일반인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의 요리를 구성하다보니 좀 애매한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하다. 완전 고급도 아니고 완전 집밥도 아닌, 가볍게.. 2023. 2. 16. 밥이 그리워졌다 밥이 그리워졌다 / 김용희 지음. 인물과 사상사 (2020) 음식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는 에세이. 어쩌다 한 편 정도를 잡지 등에서 조각글로 본다면 모르겠는데, 280페이지짜리 책에 50개의 에피소드를 꽉꽉 채워놓으니 “빵에 양귀비 씨앗을 너무 많이 뿌린 느낌”이랄까.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떠오르는 감정 - 추억, 아련함 -이 비슷한데다가 거의 매번 다른 소설이나 영화 등을 인용하고도 삽화 제외하면 4페이지 정도밖에 안되는 짤막한 글들인지라 깊이가 좀 얕게 느껴진다. “미슐랭 별 다섯 개를 받은 파스타”라거나 (미슐랭은 별 세 개가 최고), 간장게장을 담그는데 “한 계절을 지내야 하리라” 라고 하는 등 (간장게장은 냉동하지 않는 이상 2~3일 정도 숙성시켜 열흘 내에 먹어야 한다) 요리 측면에서 보면 오류.. 2023. 2. 2.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 윤덕노 지음. 더난콘텐츠 (2020) 서양 문명의 근원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고대 로마에 그 뿌리를 두고있다. 그래서 서구식 문화를 받아들인 우리나라에서도 고대 로마에 대한 환상이라던가 흥미가 어느 정도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콜로세움의 검투사 경기나 세계를 정복한 로마군단, 뛰어난 건축물 외에도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가 바로 그들의 식생활이다. 이 책에서는 고대 로마인들의 식습관 외에도 소금, 빵, 와인, 올리브유, 굴, 향신료로 대표되는 음식들이 당시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또 그 결과가 어떤 방식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참치나 고등어 내장과 신선한 피에 충분한 소금을 뿌린 후 항아리에 담아 두 달 동안 숙성시킨다. 그러면 진하고 풍.. 2023. 1. 26. 핸드 투 마우스 핸드 투 마우스 / 린다 티라도 지음, 김민수 옮김. 클 (2017) 가난이나 빈곤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아프리카의 굶주린 어린아이나 서울역 광장에 누워있는 노숙자들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가난의 진짜 모습은 그보다는 훨씬 더 가깝고 현실적이고 잔혹하다. “일자리 없이 가난한 것보다 일하며 가난한 것이 훨씬 더 비참하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돈이 한 푼도 없으면 사는 게 피곤하고 짜증나며 집 밖으로 얼씬할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반면 죽도록 일하고 노동시간을 늘려달라 애걸하고 동전 한 푼도 헛되게 쓰지 않는데도 전기세를 낼 수 없다면, 그것은 영혼이 죽는 경험이다.” 인터넷에서 ‘가난은 돈이 든다’는 표현을 자주 보았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이 원전이었다. 실제로 한 .. 2023. 1. 19. 생선 요리의 과학 생선 요리의 과학 / 나루세 우헤이 지음, 이민연 옮김. 글항아리 (2020) 생선, 패류, 갑각류 등 해산물 약 50종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담고 있다. 백과사전 느낌이 나면서도 내용을 살펴보면 인문사회적 정보에서부터 개인적인 감상까지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는 것이, 마치 해산물에 대한 나무위키를 보는 느낌. 예를 들어 “고등어” 항목을 보더라도 “참고등어와 망치고등어 두 종류가 있다. 섭씨 10~20도의 깨끗한 연해에서 살고 제철은 가을에 산란을 마친 뒤이며, 맛있는 먹이를 잔뜩 먹어 지방질 함량이 높아져 맛이 좋다”라는 식의 생물학적 정보를 제공하는가 하면 “며느리에게 가을고등어를 먹이지 않는다는 말은 맛있는 고등어를 며느리에게 주고싶지 않은 시어머니의 고약한 마음씨와 과식으로 인해 히스타민 중독을.. 2023. 1. 5.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 김보통 지음, 한겨레출판 (2019) 디저트라고 하면 알록달록 예쁜 색깔에 달콤하고 행복한 분위기가 떠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책은 티라미수와 크레이프, 벚꽃 아이스크림과 호두과자 등 디저트가 한가득 담겨있지만 정작 거기에 담긴 감정은 쌉싸름하다못해 씁쓰름하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맛있는 디저트들을 수없이 먹었건만 팔자 좋은 한량의 세계 여행 먹방과는 거리가 멀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초코케이크는 민박집 술심부름하며 빈 병 팔아 모은 돈으로 사서 욕쟁이 청소부 할머니와 나눠 먹는다. 대만에서 먹은 밀크티는 목줄을 조여오는 마감에 쫓기다 못해 비틀어 짜이고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질질 끌며 외국으로 도망친 결과물이다. 심지어는 어느 정도 미화되어.. 2022. 12. 20. 여행 가는 날 여행 가는 날/ 서영 지음, 위즈덤하우스(2018). 밤 늦은 시각, 할아버지의 집 문을 두들긴 낯선 손님.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 손님을 오랫동안 기다린 듯, 반갑게 맞이하며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장롱 밑의 비상금 동전들을 효자손으로 꺼내 모으고, 깨끗하게 목욕도 하며 먼 길을 떠난다. 아동 독자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기에 아이들이 낯설 수도 있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책.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처음 몇 페이지만 읽어도 '여행'의 실체를 알게 됨에도 불구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없는 통에 달걀이 다 익지도 않았을 텐데 봉지에 가득 담았어요. - 여행 가는 날, 10p 여행 중에 길안내 손님과 나눠먹을 달걀 일곱 개를 삶는.. 2022. 12. 13. 뉴욕 레시피 뉴욕 레시피 / 이준 지음, 청어람 (2011) 서울의 미슐랭 레스토랑, 스와니예를 만든 이준 셰프의 뉴욕 요리학교 생활 이야기. 마이클 콜먼이 지은 ‘셰프의 탄생’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궁금해할법한 CIA에서의 생활을 보여준다면, 이 책은 좀 더 개인의 감상과 발전상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일기나 자서전과 비슷한 분위기. 그래서인지 이준 셰프 개인으로서 겪은 인생 역정이나 도전과 성공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CIA 커리큘럼이나 뉴욕 유학생의 삶에 대한 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 그래서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읽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많이 달라지는 책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감상이라면 대다수 사람들은 공감하기 힘든 학교에서 뭘 가르치는지, 어떤 요리를 배웠는지에 대한.. 2022. 12. 4. 이전 1 2 3 4 5 6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