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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Nonfiction_비소설79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 정은정 지음. 한티재 (2021) 농축산업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다룬 에세이. 농축산업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먹는 문제고, 먹는 문제와 관련된 노동 문제, 인권 문제에 동물 복지 문제까지 줄줄이 얽힌다. 그런데도 흔한 ‘운동하는 분들’ 책처럼 강한 어조는 아니어서 오히려 잘 읽히는 느낌. “지옥에서 보내는 한철이다. 한 달여의 방학 동안 급식이 없으니 아이들 밥을 해 대느라 괴로운 엄마들끼리 이를 두고 ‘세끼 지옥’이라 부른다. (중략) 아동 인구 감소로 아동은 줄어든다는데 결식 아동의 숫자는 줄지 않는다. 방학이 끝나야 그나마 숟가락 젓가락 들고 따뜻한 밥과 국을 먹을 수 있을텐데, 방학이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소년의 밥상이 차다. 진짜 세끼 지옥은 바로 여기다.” 다만 ‘다.. 2022. 3. 18.
먹는 인간 먹는 인간 / 헨미 요 지음, 박성민 옮김. 메멘토 (2017) 일본의 저널리스트가 세상 곳곳을 여행하며 보고 경험한 인간과, 인간의 먹는 모습. 일본의 송별연에서 먹은 산해진미의 맛이 가시기도 전에 그가 방글라데시에서 마주친 것은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에 정가가 매겨져 팔리는 시장이었다. 빈곤함 가득한 아시아 국가들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거쳐, 한 챕터를 가득 채운 한국까지. 사람으로 가득한 기차 3등칸에서 먹는 음식에서부터 교도소 식단을 거쳐 수도원의 콩 스튜와 체르노빌의 방사능 묻은 흑빵까지. 세계 곳곳을 둘러보며 음식이 아닌, 음식을 먹는 사람의 모습을 아름답게 혹은 처절하게 그려냈다. 부유한 사람이 배고픈 사람을 보며 느껴야 하는 감정, 일본인으로서 종군위안부 할머니를 보며 느끼는 감정.. 2022. 3. 15.
한국인의 맛 한국인의 맛 / 정명섭 지음. 추수밭 (2021) 한국의 맛과 한국 전통의 맛은 동일하지 않다. 우리의 식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여러 음식들은 대부분 근대화 이후 들어온 것이거나, 최소한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극히 희귀했던 경우가 많다. 저자는 ‘류경호’라는 기자의 눈과 입을 빌어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 사회에 스며들던 아홉 가지 신식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전반전을 시작하고, 후반전에서는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학술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마저 한다. 아지노모도(MSG), 짜장면, 돈까스, 설탕, 카레, 단팥빵, 김밥, 팥빙수, 커피. 흔한 것을 넘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 음식들이 어떻게 처음 들어왔고, 또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사는 삶을 바꾸어 왔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2022. 3. 7.
사피엔스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2015) 인류 진화에 대한 핵심적 개념을 굉장히 읽기 좋게, 재미있게 풀어낸 책. 학술 전문가의 눈으로 보자면 논란의 여지도 많고 불분명한 개념도 많겠지만 "일반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문 지식을 설명할 수 있는 자가 권력을 쥔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일반화시켜 설명하기란 어려운 법인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확실히 성공한듯. (간략화된 정보전달의 어려움은 쿠르츠게작트 영상을 참조하면 좋을 듯 https://youtu.be/XFqn3uy238E) 책을 읽으며 '이거 정말 핵심을 찌르는구나' 싶은 인용구만 한가득이다. “이전의 많은 동물과 인간 종이 “조심해! 사자야!”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인지혁명 덕분에 호모 .. 2022. 2. 25.
콘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 한상진 지음. 퓨처미디어 (2019) 여러 추리 소설과 등장하는 음식들을 이어서 소개하는 책. 서평이라고 봐야할지, 에세이라고 봐야할지? 굉장히 많은 추리 소설과, 또 그와 비슷한 양의 음식들이 등장한다. 워낙 그 양이 많다보니 하나하나의 깊이는 깊지 않은 게 흠이랄까. 추리 소설에 대한 저자의 애정도 잘 드러나고, 음식에 대한 여러 정보도 가득한데 짤막한 글에 다 담으려다보니 잘 어우러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나처럼 이야기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고 음식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더더욱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참고자료가 되어주는 책. 실제로 이 책 덕분에 여러 권 건졌다. 2022. 2. 20.
사냥꾼의 고기는 썩지 않는다 사냥꾼의 고기는 썩지 않는다 / 고이즈미 다케오 지음, 박현석 옮김. 사과나무 (2017) 농학박사이자 발효학자인 저자가 야미조 깡촌 산골에 사는 친구, 욧상을 방문하며 체험한 산골생활 이야기. 길도 이어지지 않은 산 속 깊은 곳 오막살이에서 생활하는 멧돼지 사냥꾼+심마니+농사꾼의 삶을 친구이자 방문객의 입장에서 체험 한 기록이다. 일본 산촌의 전통적이며 와일드한 식생활을 여과없이 느낄 수 있다. 예전에 “오센”이라는 만화를 보며 느낀 거지만, 일본인 중에는 이렇게 옛것에 대해 약간 지나칠만큼 향수를 느끼며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나 있는 듯 하다. 예를 들면 독사에게 물려놓고도 피 빨아내고 냉이하고 쑥 좀 바르면서 ‘이것이 조상의 지혜”라고 좋아하는 부분이 그렇다. 투박하고 거친 일본 전통.. 2022. 2. 6.
후각과 환상 후각과 환상 / 한태희 지음. 중앙books (2021) “나귀가 지나가는 좁은 골목을 따라간다. 구시가지의 어느 허름한 건물 입구, 안내인이 이름 모를 풀 한 움큼을 건넨다. 그의 손짓에 따라 풀을 코에 갖다대자 달콤하고 상쾌한 민트향이 스며든다. 계단을 오르자 곧 깨닫는다. 이 향기로운 환대의 이유가 실은 어마어마한 악취 때문이라는 것을. 3층 발코니 아래를 내려다보니 거대한 벌집을 닮은 가죽 염색 작업장이 펼쳐진다. (중략) 본격적인 염색 처리 전 가죽을 소의 오줌과 비둘기 똥이 들어간 용액에 이틀 정도 담가 두면 가죽이 부드러워지고 염료가 잘 스며드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민트 송이를 파고드는 강렬한 냄새의 정체는 그야말로 맨살과 똥오줌이 섞인 생명체의 노골적 모습이다.” “대성당을 마주한 광장 .. 2022. 1. 21.
음식을 공부합니다 문화인류학자인 저자가 음식 공부를 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한 책. 이름과 어원을 분석하고, 제조 과정과 유행 시점을 찾기 위해 문헌을 수집하며, 지역적으로 특색있는 음식인지 아니면 전국적으로 공유되는 음식인지를 파악하는 등 저자가 지금까지 출간한 음식인문학 서적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집필되었는지를 잘 알수있게 해준다.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딱딱하고 재미없는 연구방법론 개론서처럼 들리는데, 실제로는 각각의 공부법을 흥미로운 사례들 - 예를 들어 불고기의 기원이나 전어의 제철, 짜장면의 프로파간다 등 -을 통해 알려주기 때문에 굳이 공부가 아니라 교양서로도 가치가 있다. 다만 음식이라는 것은 저자가 말했듯이 식품공학, 영양학, 농축수산학과 같은 이과 계열부터 역사, 경제, 사회문화와 같은 인문학적 요소들이 복잡.. 2022. 1. 8.
빵은 인생과 같다고들 하지 빵은 인생과 같다고들 하지 / 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김지혜 옮김. 바다출판사 (2019) “딱딱하고 누런 빵을 조금 떼어 입에 넣었다. 갈색으로 노릇노릇 익은 껍질은 한입 베어 물자 만족스럽게 부서졌다. 정말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게다가 물리학을 부정하기라도 하듯 바삭바삭한 동시에 쫄깃했다. 처음에는 치아, 그 다음 혀의 순서로 천천히 음미해야 할 빵 껍질이었고, 지금까지 맛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천연의 단맛과 이스트 향이 났다. 빵 속도 껍질 못지않게 맛있었다. 정제된 흰 밀가루와 통밀의 중간쯤 되는 것 같았고 투박한 느낌이 났다. 거친 질감이었지만 공기구멍이 많아 폭신한 느낌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았고, 풍부한 감칠맛이 있으면서 씹을 때 적당한 묵직함이 느껴졌다. 흰 밀가루 빵처럼 입안에 들러붙지.. 2022. 1. 6.
쿡쿡 쿡쿡 / 이욱정 지음. 문학동네 (2012) 세상에는 나같은 사람 참 많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만드는 책. 국수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로 유명한 이욱정PD가 방송국 쉬면서 르 꼬르동 블루에서 요리 배운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요리학교의 학생으로서 느낀 점과, 평소 PD로서 생각하던 점이 절반씩 섞인 에세이. 의외로 요리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라거나 런던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요리학교는 요리사가 되기 위한 과정인 동시에 요리사에 대한 환상을 깨는 과정인지 모른다. 르 코르동 블뢰의 수많은 요리사 지망생들이 런던행 비행기 안에서 품었을 환상은 주방에서 결코 연출되지 않았다.” 푸드 스토리텔러인 내게는 ‘요리하는 스토리텔러를 꿈꾸며’라는 3장의 제목이 심금을 울린다. 비록 .. 2021. 12. 21.
혼밥 자작 감행 혼밥 자작 감행 / 쇼지 사다오 지음, 정영희 옮김. 시공사 (2019) 일본은 만화의 왕국이다보니 음식 만화, 요리 만화 역시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그 인기 또한 높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TV방송국의 모 요리프로그램 우승자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일본의 요리 만화책이었을까. 그래서 요리 만화가가 쓴 음식 에세이도 꽤 많이 나오는 편이다. 이를 보고 있으면 작가가 아니라 만화 캐릭터가 자신의 단상을 쓰는 것 같아 재미있는 기분도 든다. “나는 이자카야에서 찌그러져 있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혼자 들어가 다들 즐겁게 왁자지껄 마시는 모습을 어두운 눈초리로 흘깃흘깃 바라본다. 그런데 이게 즐겁다. 어두운 눈매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몹시 귀엽다. 이런 이상한 취미의 소유자다.” 이런 수상쩍은(?) 취.. 2021. 12. 14.
요리 본능 요리 본능 / 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1) 불에 익혀 먹는 행위가 인간의 진화와 사회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려주는 책. 군데군데 논리적 비약이 좀 심하거나 저자의 주장에 맞게 사실을 꿰어맞추는 경향이 살짝 보이기는 한다. 책에서 수많은 문장들이 ‘~했을 것이다’로 끝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영양학적, 진화론적, 사회학적 근거를 풍부하게 제시한다. 다만 “음식을 불에 익혀 먹음으로써 더 많은 영양소를 섭취하고, 소화하는데 드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이 덕에 사회 관계 - 특히 결혼 생활 - 구축이 가능했다.”라는 주장을 제시하는데 320페이지가 넘는 책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물론 이와 관련된 논문이나 학술적 연구를 하는 사람에게는 책 한권.. 2021.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