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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Nonfiction_비소설85

매일의 빵 매일의 빵 / 정웅 지음. 문학동네 (2019) 요리하는 사람들이 책도 많이 내고, 책 내고 글 쓰는 사람들이 요리도 많이 하는 세상이다. 서울의 빵집 순위를 매기면 언제나 상위권을 유지하는 “오월의 종” 창업자가 쓴 책. 자신의 경험과 느낀 점을 마치 그가 만들어내는 빵처럼 소박하고 꾸밈없이 써냈다. 문학적으로 본다면 엄청나게 재밌다거나 필력이 뛰어나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기본에 충실한 빵과 기본에 충실한 삶이 만들어내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종종 매장에 와서 왜 커피는 안 파느냐고 묻는 손님들이 있다. (중략) 빵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나의 생각을 반영한 일이다. 커피 같은 제품에 어설프게 손댈 용기도 없고 실력도 없으니 아예 하지 말자는 무식한 논리이기도 하다.” “한참을 .. 2022. 7. 22.
위, 셰프 위, 셰프 / 마이클 기브니 지음, 이화란 옮김. 처음북스 (2015) 가끔 요리학교를 졸업한 것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볼 때가 있다. 직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얻게 된 이득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역시 레스토랑 주방이라는 또 다른 세계에 발끝이나마 담궜다는 것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뉴욕의 수많은 레스토랑 중 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원래 제목인 '수셰프'가 의미하듯, 책의 주인공은 레스토랑 주방장의 바로 아래 부주방장으로 일하며 위로는 각종 주문과 지시를 받아들이고, 아래로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일의 흐름을 통제하며 급한 경우엔 직접 전선으로 뛰어들어 요리를 한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그렇게 와닿지도 않고 재미도 없을 수도 있다. (아닌가.. 2022. 7. 14.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 다이나 프라이드 지음, 박대진 옮김. 한스미디어 (2015) 책 뒷표지의 소개글에 박찬일 셰프가 “살짝 심술도 난다. 이거, 내가 하고 싶었던 건데…”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 책의 작가인 다이나 프라이드는 50편의 명작 소설을 골라 그 속에서 음식에 대한 묘사 부분을 발췌했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음식 사진을 찍어 음식 사진과 책 소개서와 잡학 사전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이 책을 만들어냈다. 그 사진 한 장, 한 장이 그야말로 소설을 찢고 현실로 나온 듯 해서 선정된 작품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잘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레시피 정도는 책 말미에 모아서 적어줬어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소설의 인용문과 50장의 사진만으로 만든 책 치고는 .. 2022. 5. 14.
혼자의 가정식 혼자의 가정식 / 신미경 지음. 뜻밖 (2019) 현대인이 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는 건 과학적인 사실이다. 고려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많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봤을 때 큼직한 스테이크 대신 채소를 놓고, 샐러드 놓을 자리에 고기를 썰어놓아야 영양학적 밸런스가 맞는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들을 무조건 좋게 볼 수만도 없는게, 채식주의가 자연주의와 결합하면서 종교적 색깔이 가미된 것이 문제다. “설탕은 쓰지 않아! 그 대신 꿀을 써야지!”라거나, 이미 유전자조작과 기업식 농법으로 인해 대자연과는 거리가 먼 농산물을 보며 “이것이 자연의 향기!”라는 반응을 보인다면 지구평면설 신봉론자와 크게 다를 바 없어진다는 거. 물론 그렇게 해서 자신의 정신적 만족을 얻고 신체적으로 더 건강해지면 나쁠 .. 2022. 4. 20.
고전에서 길어올린 한식 이야기 고전에서 길어올린 한식 이야기, 식사 / 황광해 지음. 하빌리스 (2017) 신문기자 출신의 저자가 동아일보에 기고했던 음식 칼럼을 모은 책. 곡식, 고기, 생선, 과채, 향신, 사람의 여섯 가지 주제로 역사에 남겨진 음식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음식의 유래나 어원, 잘못 알려진 음식 이야기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 다만 전문 학술서적 수준의 객관성은 없는지라 이 책이 모두 정답이라고 생각하기엔 어렵다. 음식이라는 게 원래 그 명확한 유래를 찾기도 힘들고, 서로 다른 이름을 번갈아 쓰기도 하며, 같은 이름의 음식이라도 지역에 따라 혹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이 책 안에서도 처음에는 “신선로는 신선과는 관계가 없다. ‘중국에서 건너온 새로운 형태의 그릇’에서 비롯된 표현이.. 2022. 4. 6.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 / 필리프 들레름 지음, 고봉만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21) “봉지에서 크루아상 하나를 집어 든다. 따뜻한 기운은 여전한데 반죽은 조금 물러진 것 같다. 차가운 이른 아침을 걸으며, 약간의 식탐도 부리며 먹는 크루아상. 겨울 아침은 당신 몸 안에서 크루아상이 되고, 당신은 크루아상의 오븐과 집과 쉴 곳이 된다. 서서히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딘다. 당신은 황금빛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푸른빛과 잿빛을, 그리고 사라져가는 장밋빛을 가로지른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어쩌나. 당신은 이미 하루 중 가장 좋은 부분을 먹어버렸으니.” “우리가 원하는 로쿰은 길거리에서 파는 로쿰이다. 가게 진열장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그것은 소박한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여 있지만, 어찌 보면 .. 2022. 3. 25.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 정은정 지음. 한티재 (2021) 농축산업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다룬 에세이. 농축산업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먹는 문제고, 먹는 문제와 관련된 노동 문제, 인권 문제에 동물 복지 문제까지 줄줄이 얽힌다. 그런데도 흔한 ‘운동하는 분들’ 책처럼 강한 어조는 아니어서 오히려 잘 읽히는 느낌. “지옥에서 보내는 한철이다. 한 달여의 방학 동안 급식이 없으니 아이들 밥을 해 대느라 괴로운 엄마들끼리 이를 두고 ‘세끼 지옥’이라 부른다. (중략) 아동 인구 감소로 아동은 줄어든다는데 결식 아동의 숫자는 줄지 않는다. 방학이 끝나야 그나마 숟가락 젓가락 들고 따뜻한 밥과 국을 먹을 수 있을텐데, 방학이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소년의 밥상이 차다. 진짜 세끼 지옥은 바로 여기다.” 다만 ‘다.. 2022. 3. 18.
먹는 인간 먹는 인간 / 헨미 요 지음, 박성민 옮김. 메멘토 (2017) 일본의 저널리스트가 세상 곳곳을 여행하며 보고 경험한 인간과, 인간의 먹는 모습. 일본의 송별연에서 먹은 산해진미의 맛이 가시기도 전에 그가 방글라데시에서 마주친 것은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에 정가가 매겨져 팔리는 시장이었다. 빈곤함 가득한 아시아 국가들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거쳐, 한 챕터를 가득 채운 한국까지. 사람으로 가득한 기차 3등칸에서 먹는 음식에서부터 교도소 식단을 거쳐 수도원의 콩 스튜와 체르노빌의 방사능 묻은 흑빵까지. 세계 곳곳을 둘러보며 음식이 아닌, 음식을 먹는 사람의 모습을 아름답게 혹은 처절하게 그려냈다. 부유한 사람이 배고픈 사람을 보며 느껴야 하는 감정, 일본인으로서 종군위안부 할머니를 보며 느끼는 감정.. 2022. 3. 15.
한국인의 맛 한국인의 맛 / 정명섭 지음. 추수밭 (2021) 한국의 맛과 한국 전통의 맛은 동일하지 않다. 우리의 식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여러 음식들은 대부분 근대화 이후 들어온 것이거나, 최소한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극히 희귀했던 경우가 많다. 저자는 ‘류경호’라는 기자의 눈과 입을 빌어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 사회에 스며들던 아홉 가지 신식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전반전을 시작하고, 후반전에서는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학술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마저 한다. 아지노모도(MSG), 짜장면, 돈까스, 설탕, 카레, 단팥빵, 김밥, 팥빙수, 커피. 흔한 것을 넘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 음식들이 어떻게 처음 들어왔고, 또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사는 삶을 바꾸어 왔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2022. 3. 7.
사피엔스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2015) 인류 진화에 대한 핵심적 개념을 굉장히 읽기 좋게, 재미있게 풀어낸 책. 학술 전문가의 눈으로 보자면 논란의 여지도 많고 불분명한 개념도 많겠지만 "일반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문 지식을 설명할 수 있는 자가 권력을 쥔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일반화시켜 설명하기란 어려운 법인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확실히 성공한듯. (간략화된 정보전달의 어려움은 쿠르츠게작트 영상을 참조하면 좋을 듯 https://youtu.be/XFqn3uy238E) 책을 읽으며 '이거 정말 핵심을 찌르는구나' 싶은 인용구만 한가득이다. “이전의 많은 동물과 인간 종이 “조심해! 사자야!”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인지혁명 덕분에 호모 .. 2022. 2. 25.
콘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 한상진 지음. 퓨처미디어 (2019) 여러 추리 소설과 등장하는 음식들을 이어서 소개하는 책. 서평이라고 봐야할지, 에세이라고 봐야할지? 굉장히 많은 추리 소설과, 또 그와 비슷한 양의 음식들이 등장한다. 워낙 그 양이 많다보니 하나하나의 깊이는 깊지 않은 게 흠이랄까. 추리 소설에 대한 저자의 애정도 잘 드러나고, 음식에 대한 여러 정보도 가득한데 짤막한 글에 다 담으려다보니 잘 어우러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나처럼 이야기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고 음식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더더욱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참고자료가 되어주는 책. 실제로 이 책 덕분에 여러 권 건졌다. 2022. 2. 20.
사냥꾼의 고기는 썩지 않는다 사냥꾼의 고기는 썩지 않는다 / 고이즈미 다케오 지음, 박현석 옮김. 사과나무 (2017) 농학박사이자 발효학자인 저자가 야미조 깡촌 산골에 사는 친구, 욧상을 방문하며 체험한 산골생활 이야기. 길도 이어지지 않은 산 속 깊은 곳 오막살이에서 생활하는 멧돼지 사냥꾼+심마니+농사꾼의 삶을 친구이자 방문객의 입장에서 체험 한 기록이다. 일본 산촌의 전통적이며 와일드한 식생활을 여과없이 느낄 수 있다. 예전에 “오센”이라는 만화를 보며 느낀 거지만, 일본인 중에는 이렇게 옛것에 대해 약간 지나칠만큼 향수를 느끼며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나 있는 듯 하다. 예를 들면 독사에게 물려놓고도 피 빨아내고 냉이하고 쑥 좀 바르면서 ‘이것이 조상의 지혜”라고 좋아하는 부분이 그렇다. 투박하고 거친 일본 전통.. 2022.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