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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349

현대판타지 웹소설 리뷰: 영광의 해일로 외국의 전설적인 가수가 사고로 인해 평행세계의 한국 소년으로 살아가며 가수로 성공하는 이야기. 요즘에는 웹소설을 단순히 읽어주는 것을 넘어 성우를 고용해서 대사를 읽어주는 경우도 있다지만, 소설은 어디까지나 문자 기반의 매체다. 그러다보니 엄청난 노래실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은 많지만, 그 노래실력을 독자가 직접 체험할 방법은 없다. 그저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유추할 뿐. 그래서 가수가 주인공인 현대판타지 소설은 "이 가수 엄청나! 나 완전 팬이야! 노래는 못 들어봤지만."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고, 이걸 성공시키지 못하면 '노래'라는 수단으로 돈 벌고 유명해지는 그저그런 현대판타지 성공물로 전락하게 된다. '노래'를 '게임 실력'이.. 2022. 9. 28.
무협소설 리뷰: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요리사가 여기저기서 인기가 많은 직종이 되다 보니 웹소설계에도 요리사 주인공이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로 현대 사회에서 중식 요리사를 하다가 무협 세계로 넘어간 케이스. 현대의 뛰어난 요리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음식을 선보이며 입지를 다지는 줄거리는 다른 소설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작가가 중국 특유의 꽌시나 체면 문화라던가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춘 덕에 글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탕수육을 만드는 장면 하나만 봐도 내공이 보인달까. 돼지고기를 손가락 굵기로 썰어주었다. 전생이라면 순살코기로만 만들었겠지만, 지방을 고기의 가장 맛있는 부위라고 생각하는 송나라 때는 고기 요리라면 지방과 같이 썰어내 주는 것이 일반적. 지방과 고기를 적당.. 2022. 9. 21.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양과 늑대의 요람 서양의 속담 중에 “장님 나라에서는 애꾸눈이 왕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작은 재주를 지닌 사람이라도 그런 능력이 아예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초인과 같다는 뜻이다. 하지만 과연 진짜로 그럴까? “우주전쟁”의 작가로 유명한 H.G.웰즈는 “눈먼 자들의 나라”라는 단편소설에서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누네스는 우연히 장님들만 사는 나라에 도착하고 자신의 능력을 뽐낼 생각에 우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시각 없이 사는 데 익숙해져 있었고, 누네스가 ‘본다’라는 허황된 생각에 사로잡혀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여긴다. 결국 눈알을 계속 움직이는 것이 병을 일으킨다며 눈을 뽑으려는 바람에 도망쳐 나오는 것이 그 내용. 언뜻 보면 한 편의 코미디 같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2022. 9. 14.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내가 투자하면 다 오른다 처음으로 주식에 손을 댄 것은 대학생 때였다. 장학금을 털어넣었는데 초심자의 행운 덕인지 수익률 약 40%, 백만원 넘는 수익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 뒤로도 두어번 짭짤하게 재미를 봤지만, 누구나 그렇듯 좋은 시절도 끝은 오는 법. 부모님이 “그렇게 수익률이 좋으면 이것도 굴려봐라”라고 맡기자마자 호되게 물려서 회복하는 데만 몇 년이 걸렸다. 결국엔 수익을 내고 빠져나오긴 했지만, 당시의 마음 고생은 다시는 주식판을 기웃거리지 않게 만들었다. 주식이라는 게 결국 회사의 가치나 시장경제 논리가 아닌, 사람들의 탐욕과 공포에 의해 굴러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현대판타지 소설을 읽다 보면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으로 돈을 마구 벌어들이는 통쾌함,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펑펑 쓰는 카타르시스는 .. 2022. 8. 24.
퓨전 판타지 소설 리뷰: 메테오 대신 우주선이 떨어졌다 #판타지 #SF #시간여행 지지부진한 원폴 요새 공방전을 한 방에 끝내기 위해 6년에 걸쳐 설치한 마법진. 그리고 마법이론가 보손은 그 마법진을 통해 천공의 운석을 소환해서 떨어트린다. 다만 문제는 그렇게 해서 요새를 박살낸 운석이, 알고보니 지구-화성 연방의 우주선이었다는 것. “인류가 접촉한 지적 생명체 35종. 그 중 첫 만남에 적대의사를 드러내거나 공격해온 건 단 3종. 그 세 종족은 지금 우주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빌어먹을 새끼야!” 유일하게 살아남은 승무원 위연우는 “이세계 놈들에게 갓-과학의 위력을 보여주겠어!”를 외치며 개틀링 광선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지구의 중세 시대 문명 수준이라던 과학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세계인은 엄청난 능력을 보이며 우주복의 원자로를 박살내는 것.. 2022. 8. 18.
현대판타지 웹소설 리뷰: 덕후들의 전성시대 현대물로 유명한 서인하 작가의 소설. 스위스 시계 딜러, 와인 유통사 사장, 카지노 딜러 등 우리에게 친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직업군을 쏙쏙 골라가면서도 마치 실제로 겪은 것마냥 해박한 업계 지식과, 주인공이 그 동네(?)에서 성공하며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잘 표현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번 작품 역시 웹소설 작가도 아니고, 웹소설 매니지먼트 대표가 되는 주인공의 성공담. 웹소설 작가인 친구 따라서 어찌저찌 하다보니 우여곡절 끝에 작가들 관리하는 매니저가 되고, 결국 업체 사장이 되면서 요즘 급격히 성장하는 웹소설판을 점령하기 위해 인간관계를 맺고, 또 뒷통수치는 인간들 응징하며 성공하는 이야기. 전체적인 글의 흐름이나 필력은 전작과 다를 것이 없는데, 긴장감이 없다! 업계 최전선에서 직접 구르는 웹.. 2022. 8. 10.
판타지 소설 리뷰: 크루세이더 알브레히트 연대기와 불꽃의 기사를 잇는 세 번째 이야기. 그래도 동시대의 인물들이 등장했던 두 전작에 비해 이번 이야기는 수백년을 훌쩍 뛰어넘어 시작된다.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그 죄업을 갚기 위해 또 다른 살업을 저질러야하는 십자군 기사(크루세이더) 게르하르트의 모험 이야기. 하지만 단순히 모험이라는 단어가 주는 즐겁고 신나는 느낌과는 거리가 먼 고행길이다. 알브레히트처럼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며 적들을 참살하는 건 비슷하지만 이미 인생 밑바닥을 경험한 탓인지 꽤나 염세적이고 허무주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만 역대 주인공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던 기사로서의 명예에 대한 자부심은 공유하는 듯. 종자를 받아들이며 하는 말이 그의 기사도를 잘 보여준다. "잘 들어라. 기사는 목숨보다 명예와 자존심을 우선해.. 2022. 7. 13.
대체역사 판타지 소설 리뷰: 역사 속 무기상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명작 영화 목록을 만든다면 ‘로드 오브 워’가 빠지지 않는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비정한 국제 정세와 암흑무기상의 현실을 실감나게 그려냈기에 그 어떤 전쟁영화보다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무기상. 생명을 빼앗는 도구를 팔아 돈을 버는 사람. 마약 밀매와 함께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구축하는 커다란 기둥이다. 하지만 다른 범죄조직과는 차별되는 부분이 있으니, 전쟁은 왕들의 거래(War is the trade of kings)라는 말처럼 거대한 세력들의 충돌로 발생하는 부스러기를 먹고 산다는 점이다. 자신이 게임의 주체가 되지는 못하지만, 누구보다 국제 정세에 발빠르게 대응하며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무기상의 이야기는 폭력적인 동시에 정치적이다. 이 .. 2022. 7. 9.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러스트 전작, 더스트(Dust)를 재미있게 봤기에 이번에도 따라가는 글라딘 작가의 러스트. '녹슨다'는 제목이 잘 어울린다는 감상이 들 정도로 점점 무너져가는 현대 문명을 잘 그려낸다. 주인공 마루는 어지간히 잘 살던 집이 하루 아침에 풍비박산 나며 정육업체에서 일을 시작한다. 고되지만 점점 칼질에 맛(?)이 들려가던 차, 일본으로 파견 나갔다가 자신이 일하던 축산회사가 실제로는 마약을 유통하는 범죄 조직임을 알게 되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그대로 죽어줄수는 없으니 마주치는 조폭들을 조/폭으로 썰어버리고, 그러다 보니 점점 상급자가 등장하며 가족들을 인질삼아 위협도 받는다. 초반에는 이렇게 소소한(?) 규모의, 하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액션 활극을 찍는다 싶었는데... 일본에 대지진이 터지고 북한 출신 .. 2022. 6. 9.
무협소설 리뷰: 21세기 반로환동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무협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흔히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연한 인물들로 묘사되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어갈수록 피할 수 없는 노화와 죽음의 무게에 짓눌리는 것이 일반적인 사고방식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허풍개 역시 마찬가지다. 플라스틱 비비탄 쪼가리로도 고수들을 점혈할 수 있는 고수이면서도 온종일 수련에 매진한다. “그놈의 수련, 뭐 그리 열심히 하십니까? 이미 고수 중의 고수시라고 들었는데요.” “죽기 싫어서.” “죽기 싫다뇨?” “이대론 늙어 죽잖나. 그게 싫어서 수행하는 거야.” 신선이 되어 불로영생하는 것이 목표인 허풍개. 덕을 많이 쌓은 도사가 할 소리는 아니라지만, 그에게는 그런 착한 일을 하는 것조차 오래 살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일제강.. 2022. 5. 31.
대체역사 판타지 소설 리뷰: 동방의 라스푸틴 #대체역사 #제정러시아 #회귀물 #황녀'들'과 썸도 탑니다 1906년 제정 러시아로 회귀한 주인공. 갖고 있는 것이라곤 책 몇 권과 선물로 구입한 타로 카드 한 벌 뿐. 어설픈 점쟁이로 시작해서 어설픈 의사 노릇을 하다가 라스푸틴의 자리를 꿰어차고 러시아 제국 황실의 권력자로 자리잡는다. 그 후론 무기도 개발하고, 미래 지식을 기반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공산혁명 세력도 때려잡는 일반적인(?) 회귀자 성공루트를 탄다. 다만 다른 평범한 회귀 성공담에 비해 특색있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제정 러시아라는 배경이 그렇게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탓에 이미 1~2차대전 대체역사물을 많이 본 사람이라도 다른 진영으로 바꿔가며 게임하는 듯한 신선함은 느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할렘 루트나 연애 .. 2022. 5. 6.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코리안 네트워크 요즘 들어 웹소설 전성시대가 찾아왔지만, 그 역사를 따지고 보면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때, 신문에 연재되던 이광수의 ‘무정’이 웹소설의 조상격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당시 무정을 연재중이던 매일신보는 하루라도 소설이 휴재하면 독자들이 우우 몰려와 “우리가 소설을 보려고 신문을 샀지, 기사를 보려고 신문을 산 줄 아느냐”며 항의를 했을 정도였다니 요즘 인기 웹소설 휴재소식에 댓글란이 불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신문소설이나 웹소설이나 짧은 조각글을 매일 연재하며 독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배경과 소재는 당연히 시대의 흐름에 맞춰 달라졌다. 그리고 그 과정 - 신문물을 깨우친 학생들의 연애담과 게임 속으로 소환된 몬스터 헌터의 모험담 사이 어디쯤에 활극.. 2022.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