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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349

판타지 소설 리뷰: 용사를 죽이시오 #판타지 #먼치킨 #말많은놈은죽는다 20년간 변방 협곡에서 괴물들을 몰살시키며 시간을 보낸 웨나토르. 자신의 조카딸이자 갈레드리온 대공인 아달헤디스의 부탁을 받고 배신자 용사를 죽이기 위해 길을 떠난다. 용사와 마왕이 존재하는 세상이 법과 질서에 의해 수호받을 리는 없는 법. 길거리에는 강도가 돌아다니고 길이 아닌 곳에는 괴물이 돌아다니는 야만의 시대다. 그리고 이 폭력이 난무하는 여행길을, 먼치킨 주인공 웨나토르가 현실적으로 헤쳐나가는 재미가 있다. 먼치킨이 현실적이라니 모순 아닌가 싶지만, 큰 힘을 가진 사람이 야만의 시대에서 살아간다면 이런 식이겠구나 싶은 전개가 이어진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느냐고 묻지 않는건가?” “왜 물어봐야 하지? 네 구구절절한 사정을 내가 들어줘야 하나?” “날 만난 .. 2021. 12. 2.
판타지 소설 리뷰: 암시장의 거물이 되는 법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허구와 현실성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너무 비현실적인 소설은 억지스러워서 독자로 하여금 몰입할 수 없게 만든다. 주인공이 부자가 되는 과정이 6연속 로또 당첨이라면 ‘이게 뭐야’라는 반응이 절로 나올테니까. 반면에 너무 현실적인 묘사에만 치중해도 재미가 없는 법이다.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누가 봐도 있을 법한 일만을 쓰려고 얽매이다보면 “일기는 집에 가서 쓰세요”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하지만 서로 대조되는 두 개념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현실이 판타지네’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사건이 비일비재한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뉴스가 영화보다 더 비현실적이라는 말이 나올까. 반대로 소설 속 인물이 비를 맞고 .. 2021. 11. 16.
대체역사 소설 리뷰: 공자의 쓰레기 제자가 되었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대체역사 소설이라면 십중팔구는 삼국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기나긴 중국사에서 대체역사물로 써먹을만한 배경이 삼국시대만 있을리 만무하다. 장기로 만들어질 정도로 박터지게 싸웠던 항우와 유방의 초한지, 잡다한 나라들이 도토리 키재기 하며 치고박던 춘추전국시대의 열국지 등 이미 검증된 세계관(?)이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그 중 점잖은 이미지에 비해 꽤나 파란만장한 삶을 산 인물도 있었으니, 바로 유학의 창시자 공자(孔子)다. 그런데 주인공은 하필이면 공자 본인도 아니고, 공자가 거의 포기한 망나니 제자 재여에게 빙의해버린다. "무엇을 할까? 그저 이 어지러운 시대에 한 몸 보전하며 조용히 살아갈까? 학문에 전념해 공자의 사상적 후계자로 이름을 남길까? (중략) 자공.. 2021. 11. 13.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역대급 항공 재벌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재벌환생 #항덕 육중한 기계가 움직이는 모습은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그래서 수많은 덕후들이 탄생했으니, 어려서부터 갖고 노는 장난감을 보면 마치 돌잡이 하듯 나중에 어떤 덕후가 될지 예측 가능하다는 말도 나오는 판이다. 장난감 총을 잡으면 밀덕이, 장난감 기차를 잡으면 철덕이, 그리고 비행기를 잡으면 항덕이 된다는 식이다. 항덕. 항공기 덕후. 날개달린 쇳덩이들만 보면 배불리 밥먹은 것마냥 든든한 느낌이 들고 비행기는 물론 항공사 간의 합종연횡과 세계 항공 노선에 따른 그레이트 파워 게임까지 몰두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타고 온 스타 스트라이프 항공 432편은 다름 아닌 B747-200이었다. 이른바 ‘하늘의 여왕’. 한때 우리 회사에서도 넘버원인 001편의 지위.. 2021. 11. 10.
현대 판타지 소설 리뷰: 치타는 웃고 있다 서인하 작가의 글을 볼때마다 저절로 나오는 감상이 "어디 술자리에서 입담 좋은 선배나 친척 아저씨의 (자뻑 섞인) 인생 성공담 듣는 기분"이다. 그만큼 현실감 넘치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작가 본인이 회귀해가며 다른 삶을 사는 게 아닌 이상 전작에서 다뤘던 스위스 명품 시계 딜러, 국내 의류업계 회사원, 주류 유통업체 사장의 삶을 다 살아보지는 않았을테니 공부를 많이 한 작가라고 볼 수 있을 거다. 단순히 꺼무위키 뒤지고 책 한두권 읽어서 얻은 지식이 아니라 주변 사람을 관찰하거나 여기저기서 얻어 들은 풍월로 이 정도 내공을 쌓았을테고, 그러니 독자들이 '저 사람 진짜 중국 갑부를 장인으로 얻은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디테일한 묘사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 싶다. 물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술술.. 2021. 11. 6.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신입사원 강회장 #현대판타지 #재벌 #기업물 #빙의 재벌그룹 강회장이 신입사원과 부딪히며 혼수상태에 빠지고, 그 영혼은 신입사원의 몸으로 들어가버린다. 젊은 몸과 회장으로서의 지식을 바탕으로 바닥에서부터 성공하며 거대 기업들을 먹어버리는 이야기. 산경 작가의 주특기가 기업물인만큼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비따비나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만들어 놓았던 틀을 내용물만 살짝 바꿔서 찍어낸듯한 느낌 역시 지울 수 없다. 인물 구도도 거의 비슷하고, 벌어지는 사건도 비슷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평타는 친다고 할 정도로 기본적인 재미는 주는게 신기할 정도. 이왕이면 신의 노래나 중원 싹쓸이처럼 무대를 바꿔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면 비슷한 재벌기업물이라도 눈이 확 뜨일 정도로 .. 2021. 10. 30.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몸에 좋은 걸그룹 #현대판타지 #연예인매니저 #걸그룹키우기 재벌집 아들 유종하. 클럽에서 돈 펑펑 쓰다가 카드 막히고 부모님 앞으로 끌려오는 모습을 보며 드는 첫인상은 ‘망나니 재벌 2세’였지만, 실제로는 아이돌이 되려다 부상으로 꿈을 접고 아픔을 잊으려 술이나 푸던 비운의 주인공이다. 마지막 기회라며 아버지가 던져준 일거리 중에서 로드매니저를 택한 주인공. 아빠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엔터 회사에서 정체를 숨기고 일을 시작한다. 해체 직전의 위기에 처한 걸그룹 ‘데스티나’의 로드 매니저로. 걸그룹 매니저라는 게 실제로는 어떨지 몰라도 일단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워낙 화려하고 왠지 천상계 아이돌과 썸 탈 기회도 많을 것 같은 이미지인지라 현대 판타지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긴 한다. 각자의 매력 포인트가 살아있는 여러 미녀와 합.. 2021. 10. 29.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고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듣기 좋은 말, 소소하게 챙겨주는 과일, 내 몸 조금 힘들어도 남의 일 돕기, 싸움나면 중간에서 말려주기 등.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그렇게 대단한 업적이나 뛰어난 능력이라고 보기 힘들다. 흔히 말하는 '기름칠'이나 '세상 사는 법을 좀 아네'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가 주인공이 가진 능력의 전부. 하지만 그렇게 손바닥 비비며 남의 비위 맞춰주는 능력 하나만으로 신뢰를 이끌어내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마음먹은 일을 추진해나간다. 중간에 초능력 비슷한 것이 생기면서 주인공이 점점 먼치킨이 되어가는 거 아닌가 불안한 감이 약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남의 일에 신경써주는 (겉보기에) 착한 캐릭터가 그 성격 하나만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소설. 총평: ★★★☆☆ 사바사바 .. 2021. 10. 26.
판타지 소설 리뷰: 아포칼립스에 미친놈이 산다 #좀비아포칼립스 #게임 #배꼽잡는 미친짓의 향연 #하지만 연재중단 아포칼립스 데이즈라는 게임 속으로 소환된 주인공. 하지만 게임 내의 주요 플레이어도 아니고 엑스트라 금발 태닝 양아치, 강신혁이 되어버렸다. 세상을 구하는 것은 별 관심없고, 게임 내의 버그로 인해 생긴 안전지대에 들어가 꿀빨기만 목표로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고인물 경험을 살려 꼼수와 버그를 써가며 안전지대로 들어가는 것이 1권까지의 주 내용. 이렇게 보면 굉장히 흔한 아포칼립스 게임 판타지인데, 주인공의 능력치 중 '광기'를 충전해서 사용하는 필살기가 있어서 소설이 약먹은듯 미쳐돌아가는 게 감상 포인트. 밥을 먹으며 광기를 충전하기 위해 꽁치 통조림과 황도 통조림을 섞어먹고, 죽인 시체 앞에서 티배깅은 기본이며, 짐을 옮기는 퀘스트를.. 2021. 10. 24.
무협소설 리뷰: 무림서부 한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고 천년제국을 일구며 팽창한 탓에 유럽보다도 먼저 아메리카 대륙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황제의 핍박에서 벗어나려는 자, 자신만의 왕국을 꿈꾸는 자, 각종 범죄자와 신분 상승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 혼란스러운 모습의 신대륙. 무협 소설 애독자였던 주인공은 호남 장가의 둘째아들, 장건으로 환생하며 신대륙을 떠도는 방랑무사의 삶을 살고 있다. 원래의 역사나 무협지 속의 세상과는 동떨어진 세계에서 자신이 읽었던 무협 소설의 무공을 하나씩 익혀나가는 장건.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황군이나 마교와 얽히기도 하고 여러 의뢰를 수행하기도 하며 고독한 서부의 총잡이...가 아닌 검객의 길을 걷는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옴니버스 방식의 전개인데다가 분위기 묘사가 끝내준다.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각종 무공과 .. 2021. 10. 22.
대체역사 판타지 소설 리뷰: 내가 바로 고려천자다 #대체역사 #임진왜란 #만력제 한국에서 흙수저 인생을 살던 주인공. 어느 날 갑자기 유행도 지난 환생트럭에 치여 과거로 회귀한다. 그리고 눈을 뜬 곳은 명나라 황제의 몸 속. 하지만 황제가 되었다고 기뻐하는 것도 잠시. 임진왜란 직전의 만력제가 되어버린 것에 절망한다. 굽은 등의 통증으로 인해 아편을 주구장창 입에 달고 살면서도 힘을 내어 임진왜란을 대비하도록 한다. 중국 역사상 최대의 암군으로 꼽히는 만력제인데, 소설에서는 그 무능함의 여파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주인공이 빙의해서 자리 떨치고 일어나자마자 “불비불명!”을 외치며 신하들이 감격하고 따흐흑 눈물 흘리며 정사가 제대로 돌아가는데 실제로는 30년동안 파업하는 바람에 황제 얼굴도 모르는 신하가 태반이고, 때려죽인 궁녀와 환관이 천 명.. 2021. 10. 19.
현대판타지 리뷰: 흙수저 집안에서 애를 낳았더니 재벌이 회귀함 #현대판타지 #회귀물 #재벌이 흙수저 되다 #아기환생 요즘 결혼하거나 아이 갖는걸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궁핍을 꼽는다. 나이드신 분들은 "먹을것도 없던 6.25 전쟁 후에도 애는 잘만 낳아서 길렀어!"라지만 그것도 뭘 모를때나 가능한 일이다. 행복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내가 남을 부러워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면, 내 자식이 갖고 싶다고 칭얼대는 것을 못 사줄때의 서러움은 영혼을 갉아먹는다. 그러니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포기하는 것은 내가 버는 돈 혼자 쓰고 싶은 이기심이 아니라, 부족한 경제력이 가져올 처참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신경림 시인이 말했듯, 그렇다고 사랑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 2021.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