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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Nonfiction_비소설79

왜 맛있을까: Gastrophysics 왜 맛있을까 / 찰스 스펜스 지음, 윤신영 옮김. 어크로스 (2018) 파타고니아 이빨고기는 칠레산 농어로 이름을 바꾸자 판매량이 100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똑같은 와인을 마셔도 비싼 가격표를 붙인 와인을 마실 때면 뇌의 보상 중추가 활발하게 반응한다. 썬칩 봉투를 흔들면 무려 100데시벨의 소음을 낸다. 과자의 바삭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심지어는 접시에 놓인 양파 요리의 끝부분이 12시 방향을 가리키느냐 3시 방향을 가리키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지불하고자 하는 음식값이 달라진다. 이 책은 이렇게 후각, 시각, 청각과 촉각은 물론이고 식사를 하는 환경과 사회적 경험 등 맛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다룬다. 음식의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갖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훌.. 2021. 11. 18.
어떤 돈가스 가게에 갔는데 말이죠 어떤 돈가스 가게에 갔는데 말이죠 / 이로 지음. 난다(2018) “지금부터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돈가스만, 일본의 돈가스 가게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돈가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어떤 말은 돈가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터입니다. 돈가스와 상관없는 생각마저 돈가스가 불러오죠. 쓸데없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서 요리에 대한 쓸모없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과 손뼉 치며 나누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의 서문에 나왔듯이, 저자가 일본의 여러 돈가스 전문점을 돌아다니며 먹고 이에 떠오르는 단상을 적은 책이다. 하지만 음식이나 식당에 관한 책이라고 하기에는 잡상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듯 하다. 깊은 고찰을 통해 나오는 말이 아니라 그 순간순간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그대로 붙잡아 박제한듯한 서술의 연속이.. 2021. 11. 16.
오컬트, 마술과 마법 오컬트, 마술과 마법 / 크리스토퍼 델 지음, 장성주 옮김. 시공사 (2017) 마법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놓은 책. 고대, 그리스와 로마, 북유럽, 중세, 르네상스, 계몽주의 시대, 현대의 마법 등을 두루 살핀다. 다만 워낙 광범위한 분야를 총망라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항목에 그렇게 많은 지면을 할애할 수 없고, 그 결과 오컬트적 지식을 심도있게 다룬다기보다는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마법사나 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마법 이론 등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친다. 예를 들어 “17세기의 마법서, 의 첫 권인 소환술(Ars Goetia)에는 악마 72종의 명단과 각각의 인장이 실려 있다”는 내용은 있지만 그 악마들의 구체적인 명단과 인장은 일부만 발췌하여 사진 자료로 첨부하는 식. 따라서 실질적인 마법서로 보기보다는 마.. 2021. 11. 11.
바나나 키친 바나나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2) “어린아이라고 해서 어줍잖게 대하면 반드시 전해진다. 너저분하게 대충 담거나 양념을 적당히 하면 먹지 않는다. (중략) 꼬맹이가 일어난 후에 접시를 식탁에 올려놓았더니, 없어! 꺼내! 라기에 대체 뭐가 없는 거지, 하고 생각했는데, 꼬맹이 전용 포크가 놓여 있지 않은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제 손으로 서랍을 열어 가져왔다. 그러고는 오물오물 냠냠 먹었다. 그렇구나. 예쁘게 담겨 있으니까 포크도 평소처럼 설거지 해둔 아무것이나가 아니라 자기 것이 있어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라타투이는 며칠이 지나도 상하지 않고, 시원하게 먹어도 맛있고, 파스타나 피자에도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먹다 남은 여름 채소는 뭐든 쓸 수 있.. 2021. 11. 10.
마이 코리안 델리 마이 코리안 델리 / 벤 라이더 하우 지음, 이수영 옮김. 정은문고 (2011) 뉴욕에 사는 미국인이 한국인 아내와 처가 식구들과 함께 조그만 슈퍼마켓(델리)을 운영하며 겪는 이야기.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통찰하다 못해 아주 깊숙히 파고들며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도 흥미롭고, 뉴욕시 특유의 조그만 델리에서의 삶은 마치 “매일 갑니다, 편의점”에서 읽었던 편의점 사장님의 일상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처가살이를 하게 되는 것도 꽤 부끄러웠지만, 스태튼 아일랜드로 이사를 간다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스태튼 아일랜드는 뉴욕 시를 이루는 다섯 개 지역 가운데 하나이건만, 불가촉천민처럼 외면을 받는 지역이었다. 한때는 유행하거나 멋져보였던 것들이 사망 직전에야 들어오고, 스타벅스는 커녕 .. 2021. 10. 12.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청아출판사 (2005)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나치의 수용소에서 죽었지만 적지 않은 수는 살아남아서 자신들의 경험을 후세에 전하는 데 성공했다. 꽤나 많은 책과 영화들이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수용소에서의 삶을 보여주는데 전혀 다른 사람들이 묘사한 그 내용이 서로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물론 수용소에서의 삶이라는게 군대나 교도소처럼 철저히 통제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공통점이 많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긴 하다. 건더기 없는 멀건 국과 특식으로 나오는 손가락만한 소시지, 전기 철조망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사람들, 카포(죄수 감독관)들의 횡포는 아우슈비츠 어디에서나 똑같은 풍경일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똑같은 환경에 처하더라도 다양한 사람들이.. 2021. 3. 26.
돼지구이를 논함 돼지구이를 논함 / 찰스 램 지음, 송은주 옮김. 반니 (2019) 어릴 적, 최초의 돼지구이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실수로 불을 내는 바람에 집을 홀라당 태워먹은 아이가, 그 불행한 사고에 휘말려 까맣게 타버린 돼지를 맛보게 되면서 시작되는 돼지 요리에 대한 이야기다. 그 후로 가끔 머릿속에 떠오르기는 하지만 출처는 기억나지 않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이번 기회에 그 제목과 저자를 알 수 있었다. 영국의 대표적인 수필가, 찰스 램이 쓴 “돼지구이를 논함”이 바로 그 글이었던 것. 물론 실제 역사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거의 우스개소리에 가까운 돼지 구이 발명설이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작가 자신의 돼지고기 찬양은 진지하게 감상할만하다. “토끼, 꿩, 자고새, 도요새, 닭, 거세한 수탉, 물떼새, 머릿고기.. 2021. 3. 20.
달콤한 열대 가끔 목적없이 도서관 가서, 정처없이 휘적휘적 걸어다니다가 눈에 띈 책을 골라잡고 읽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 책, "달콤한 열대"도 그런 식으로 건진 책이다. 전체적으로는 저자가 여기저기 여행다니면서 먹었던 맛있는 열대 과일들에 대한 이야기. 색깔 예쁘게 넣은 열대 과일의 그림을 보면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더 임팩트가 컸던건 3장, '바나나 - 추억과 공화국 전쟁' 편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집어먹던 바나나가 알고보니 독재정권의 자금줄이었던 것. 이게 두배로 충격이었던 이유는, 당시에 즐기던 커피쪽에서도 공정무역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략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기분'이랄까. 그리고 좀 더 찾아봤는데, 사방팔방에 이런게 널려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커피, 차.. 2010. 8. 11.
표류 - 바다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파이 이야기'의 현실 버전. 76일간 바다에서 표류했던 스티브 캘러핸의 기록이다. 읽다보면 느껴지는 막막함, 고독함, 그리고 정신 착란. 아마 파이 이야기도 이걸 참조해서 쓰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생각되는 비슷한 부분이 몇군데에서 보인다. (물론 파이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냉담하고, 암울하다. 한 예로, 태양열 증류기가 닳아서 못쓰게 된다는 사실도 여기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고난을 이겨낸 사람이 어떤 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이켜볼 수 있는 책. 물론 재난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 -_-; 2008. 11. 27.
십자군 이야기 원래는 6권 예정으로 만들었다던데, 2권에서 안나오고 있는 책. 불행히도 그닥 기대는 안된다. 우선 만화가 재미없는건 둘째치고, 작가의 시각이 지나치게 편협한게 훤히 보이기 때문. 거의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빠 수준인 정도로 십자군(과 미국) 까돌이라고나 할까. 물론 십자군이 욕먹을 짓을 주구장창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당시의 상황과 이념을 고려해서 '왜 그놈들은 그런 짓을 했는가'에 대한 심도깊은 고찰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냥 '나쁜놈들이니까.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놈들이 더 먹어보려고 저지른 일이니까'라는, 무책임한 전개로 일관한다. 직진코스에서 우회전하는게 잘못이라고 외치면서 좌회전하는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랄까. 결국 이런 책을 제대로 소화시키려면 이 책이 갖고있는 좌편향적 성격만.. 2008. 11. 7.
오사카 상인들 오사카 상인들 - 하늘이 두 쪽 나도 노렌은 지킨다. 오랜기간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다져진 경제중심지 오사카. 바로 그 오사카의 상인들에 대한 이야기. 유명한 몇몇 상점들, 유서깊은 과자 상점이나 초밥집에 이르기까지 수백년간(!) 전통을 지키며 이어져 내려온 가게들의 일화가 재미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또 다시 일본 여행을 가고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오사카는 도쿄보다 싸던데~~ ....라고는 하지만 오늘의 메인 뉴스는 엔화 환율 사상 최고. OTL 혹시 나중에라도 오사카 갈 일 있으면 지참하고 갈만한 책인듯. 2008. 10. 24.
잡인열전 정사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당대 최고라는 평을 들으며 야담으로나마 그 이름을 남기는 위인들. 조선시대 최고의 깍두기 형님에서부터, 붓매는 장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걸출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짤막한 옛날이야기 형식을 좋아하는지라 꽤나 재미있게 읽은 책. 다만 공자왈 맹자왈 읊던 사람은 조그만 업적을 남겨도 자료가 무수히 많이 남는 반면, 이렇게 민초들 사이에서 이름을 날린 사람의 자료는 거의 없이 민담 형태로만 남았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다. 2008.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