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Nonfiction_비소설85

돼지구이를 논함 돼지구이를 논함 / 찰스 램 지음, 송은주 옮김. 반니 (2019) 어릴 적, 최초의 돼지구이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실수로 불을 내는 바람에 집을 홀라당 태워먹은 아이가, 그 불행한 사고에 휘말려 까맣게 타버린 돼지를 맛보게 되면서 시작되는 돼지 요리에 대한 이야기다. 그 후로 가끔 머릿속에 떠오르기는 하지만 출처는 기억나지 않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이번 기회에 그 제목과 저자를 알 수 있었다. 영국의 대표적인 수필가, 찰스 램이 쓴 “돼지구이를 논함”이 바로 그 글이었던 것. 물론 실제 역사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거의 우스개소리에 가까운 돼지 구이 발명설이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작가 자신의 돼지고기 찬양은 진지하게 감상할만하다. “토끼, 꿩, 자고새, 도요새, 닭, 거세한 수탉, 물떼새, 머릿고기.. 2021. 3. 20.
달콤한 열대 가끔 목적없이 도서관 가서, 정처없이 휘적휘적 걸어다니다가 눈에 띈 책을 골라잡고 읽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 책, "달콤한 열대"도 그런 식으로 건진 책이다. 전체적으로는 저자가 여기저기 여행다니면서 먹었던 맛있는 열대 과일들에 대한 이야기. 색깔 예쁘게 넣은 열대 과일의 그림을 보면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더 임팩트가 컸던건 3장, '바나나 - 추억과 공화국 전쟁' 편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집어먹던 바나나가 알고보니 독재정권의 자금줄이었던 것. 이게 두배로 충격이었던 이유는, 당시에 즐기던 커피쪽에서도 공정무역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략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기분'이랄까. 그리고 좀 더 찾아봤는데, 사방팔방에 이런게 널려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커피, 차.. 2010. 8. 11.
표류 - 바다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파이 이야기'의 현실 버전. 76일간 바다에서 표류했던 스티브 캘러핸의 기록이다. 읽다보면 느껴지는 막막함, 고독함, 그리고 정신 착란. 아마 파이 이야기도 이걸 참조해서 쓰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생각되는 비슷한 부분이 몇군데에서 보인다. (물론 파이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냉담하고, 암울하다. 한 예로, 태양열 증류기가 닳아서 못쓰게 된다는 사실도 여기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고난을 이겨낸 사람이 어떤 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이켜볼 수 있는 책. 물론 재난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 -_-; 2008. 11. 27.
십자군 이야기 원래는 6권 예정으로 만들었다던데, 2권에서 안나오고 있는 책. 불행히도 그닥 기대는 안된다. 우선 만화가 재미없는건 둘째치고, 작가의 시각이 지나치게 편협한게 훤히 보이기 때문. 거의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빠 수준인 정도로 십자군(과 미국) 까돌이라고나 할까. 물론 십자군이 욕먹을 짓을 주구장창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당시의 상황과 이념을 고려해서 '왜 그놈들은 그런 짓을 했는가'에 대한 심도깊은 고찰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냥 '나쁜놈들이니까.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놈들이 더 먹어보려고 저지른 일이니까'라는, 무책임한 전개로 일관한다. 직진코스에서 우회전하는게 잘못이라고 외치면서 좌회전하는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랄까. 결국 이런 책을 제대로 소화시키려면 이 책이 갖고있는 좌편향적 성격만.. 2008. 11. 7.
오사카 상인들 오사카 상인들 - 하늘이 두 쪽 나도 노렌은 지킨다. 오랜기간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다져진 경제중심지 오사카. 바로 그 오사카의 상인들에 대한 이야기. 유명한 몇몇 상점들, 유서깊은 과자 상점이나 초밥집에 이르기까지 수백년간(!) 전통을 지키며 이어져 내려온 가게들의 일화가 재미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또 다시 일본 여행을 가고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오사카는 도쿄보다 싸던데~~ ....라고는 하지만 오늘의 메인 뉴스는 엔화 환율 사상 최고. OTL 혹시 나중에라도 오사카 갈 일 있으면 지참하고 갈만한 책인듯. 2008. 10. 24.
잡인열전 정사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당대 최고라는 평을 들으며 야담으로나마 그 이름을 남기는 위인들. 조선시대 최고의 깍두기 형님에서부터, 붓매는 장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걸출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짤막한 옛날이야기 형식을 좋아하는지라 꽤나 재미있게 읽은 책. 다만 공자왈 맹자왈 읊던 사람은 조그만 업적을 남겨도 자료가 무수히 많이 남는 반면, 이렇게 민초들 사이에서 이름을 날린 사람의 자료는 거의 없이 민담 형태로만 남았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다. 2008. 9. 29.
대통령의 위트 밥 돌 상원의원이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관련된 위트를 모아 펴낸 책. 위트는 유머와는 다르다. 단순이 사람을 웃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현 상황의 핵심을 정확히 표현하고 사건을 타개해나가기 위한 전환으로 삼을 수 있는 번뜩이는 재치가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트는 대통령의, 그리고 정치가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 정치가 이모양 이꼴인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고위 관리들에게 유머 감각과 위트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들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는 일은 많아도 정곡을 찌르는 핵심적인 농담 한마디 듣는건 쉽지가 않으니... "나와 직업이 같지만 유머 감각이 없다면 누구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 해리 트루먼 (제 33대 미국 대통령) 2008. 9. 26.
코카콜라 게이트 "세상을 붉은 깃발이 지배할 거라는 예언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단, 그 붉은 깃발은 공산주의의 붉은 색이 아닌 코카콜라의 붉은색일 뿐이다" 초거대기업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한 코카콜라. 1초에 7천병씩 팔리는 코카콜라는, 일부 지역에서는 물보다도 그 소비량이 많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러한 자리에 오르기까지 코카콜라가 겪었던 고난과 역경의 대서사시를 그려내고 있다. 그 과정에 수많은 불법과 음모가 뒤섞여있다는 사실도 잘 부각시키면서. 군인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코카콜라를 선택하게 만들면서 군 장성과 의회에 막대한 로비를 했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군수품목으로 지정받으면서 배급품목이었던 설탕을 거의 독점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펩시를 찍어내린.. 2008. 9. 24.
괴짜심리학 심리학. 아마 가장 매력적인 학문중의 하나가 아닐까.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렇기 때문에 인간 심리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일반인들도 여기에 많은 관심을 쏟기에, 이런 시장을 노리고 나오는 책들도 있기 마련이다.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비법"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여섯단계만 거치면 이어진다" "나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방법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봤을법한 내용들. 그리고 이 내용들을 실제 실험으로 옮겨 입증한 심리학 연구. 이 책은 바로 이런 연구들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기존의 '점잖은' 연구에 비하면 왠지 특이하기 때문에 - 네살짜리 꼬마와 주식전문가, 점성술사, 다트던지기의 .. 2008. 6. 24.
매직스토리 대다수의 자기계발서는 읽는 사람에게 실망을 안겨주게된다. 심지어는 읽을 때 '그래! 이 책에서 말한 대로만 하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어!'라고 감동을 받았던 책이라도, 실제로 독자를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계발서의 내용이란 것이 그야말로 뻔한 이야기에 이런저런 살을 덧붙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긴, 자신을 갈고 닦는다는 게 뻔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이상할지도 모른다. 세살짜리 어린아이도 알지만 여든살먹은 노인도 실천하기 어려운 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매직 스토리' 역시 자기계발서의 한계를 갖는다. 나보다 더 나은 자신. 이른바 '적극적 자아'를 찾아 현실을 지배하라는 내용은 그야말로 이 한줄만으로도 핵심 주제를 잘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글도 짧.. 2007. 3. 6.
우주의 역사 만화 카데고리에 넣기엔 그 포쓰가 너무나도 강력한 책. 래리 고닉의 책은 일단 사두면 절대 후회는 안 한다. 특히 거의 10년간 주구장창 보아왔던 우주의 역사는 그 3권이 번역되길 눈이 빠져라 기다렸건만 아무래도 요원한 듯 해서 이번에 아예 영문판으로 1권부터 3권까지 다시 다 질러버렸다. 물론 영어의 압박이 있지만 그정도 노력은 충분히 할만한 가치가 있을듯. 2006. 4. 19.
세상을 지배하는 개들 도서관을 목적없이 떠돌다가 간만에 사람을 매우 웃게 만드는 책 발견. (이 맛에 도서관 배회를 한다) 각국 지도자들을 개로 풍자한, '세상을 지배하는 개들'이라는 책이다. 한국판을 내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 게스트로 추가되었다는데, 하여간 개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캐리커쳐 과정도 그렇고 해석도 그렇고, 제대로 웃긴다. "노무현 대통령 : 한국산 진돗개 : 특기 사항 - 종이신문을 신물이 날 정도로 물어뜯는다." 번역가가 나름대로 의역한 부분도 많지만, 다른 (심각한) 책 같았으면 불만사항이었을 이러한 말장난이 이 책에서는 하나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하긴, 작가들의 프로필만 봐도 그 내용이 대략 짐작된다. Age : 해마다 바뀜. Sex : 셀 수 없이 많이. Sports : 어떤이가 말했다. "스포.. 2005.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