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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웹소설 추천: 인연살해 무장상선대 겸 약탈단을 이끄는 옛 왕의 부하, 미치광이 빌이 겪는 파란만장한 모험담. 스케일이 작은 늑대 사냥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느덧 가지를 치고 뿌리를 뻗어나가며 대륙을 뒤흔드는 거대한 전쟁으로 이어진다. 전체적인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초창기 판타지 소설의 전개와 비슷하게 흘러가는데 세세한 부분에서 엄청난 필력을 자랑한다. 시론은 킬킬 웃으면서 빌에게 농담을 건넸다. “결혼이라. 졸지에 대장이 중매를 선 꼴이 됐군.” “미친 빌이 중매라. 죽은 자의 왕더러 주례 서달라고 할까?” “대장이 부탁하면 진짜로 오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축가는 귀신늑대가 부르고.” “그만해줘. 실현될까 무서워.” (중략) “오랜만이네?” 검은색 긴 생머리에 짙은 파란 눈을 가진 소녀가 술잔을 양손으로 든 채 밝게 웃었다.. 2023. 6. 22.
혼밥판사 혼밥판사 / 정재민 지음. 창비 (2020) 도와 덕이 없기에 예의범절로 사람들을 교화하고, 예의범절이 땅에 떨어졌기에 법으로 사람들을 강제한다고 했던가. 법정에 들어서야 해결이 되는 인생사는 그만큼 파란만장하다. 판사가 밥 먹으며 늘어놓는 인생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결혼식 음식 이야기를 하다가 이혼 재판 이야기가 나오고, 피자로 해장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탈리아 마피아 이야기로 넘어가더니 사법연수원 검찰 시보를 하면서 잡은 조폭 이야기가 나오는 식이다. 모든 사람이 음식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는 요즘, 드디어 판사(님)도 짜장면 위에 얹은 달걀 후라이에 대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2023. 6. 17.
푸른 수염 "요리는 하나의 예술이자 권력이오. 내가, 그것이 누구든, 누군가의 권력에 복종하는 일은 있을 수 없소. 당신이 내가 하는 식사를 함께하고 싶다면 그건 대환영이오만, 반대의 경우는 사절이오." "사람들은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이렇게 말하지. 그런 여행을 하려면 나에게는 없는 단순함이 필요하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 사람들은 정말로 자기들이 나이아가라 폭포를 만들었다고 믿는다오. (역자 주: 프랑스어 동사 는 와 두 가지 뜻을 다 가지고 있다) 집주인은 순금으로 된 잔을 가지러 갔고, 부드러운 노른자 크림으로 그것을 채웠다. 사튀르닌은 넋을 잃고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바로크 양식의 금잔에 담긴 불투명한 노른자 크림이 너무 아름다워요!"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돈 엘레미리오는 처음으로 진정한 호의를.. 2023. 5. 25.
무협 웹소설 추천: 회귀수선전 나이먹은 아재가 되다보니 이젠 새로운 뭔가를 머리에 쑤셔넣는게 조금 지겨워진다. 선협물에 쉽게 손이 가질 않았던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묵향이라는 놈이 나타나서 절정, 화경, 현경, 생사경 등의 체계를 세울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는 신선들이 나타나며 연기,축기,결단,원영 등의 단계를 만드는 것도 모자라서 수많은 단계들을 덕지덕지 붙여댄다. "수도자의 경지 중에서 가장 낮은 경지를 연기기라고 부르지. 연기기는 총 14단계로 나누어진다" "나는 단순한 축기 후기가 아닌 축기 대원만이라는 경지의 수도자이니, 그대는 결단기 직전의 수도자와 믿을 수 없는 분전을 한 것이니라" "신선의 경지에 도달한 대경계, 신선에 근접한 중경계, 사람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소경계가 그것이네. 소경계의 6단계 단수,.. 2023. 5. 23.
대체역사 웹소설 추천: 사관이 항해를 너무 잘함 #대체역사 #조선시대 #해양원정 항해사였던 주인공이 조선 시대로 환생하며 겪는 이야기. '낮과 밤, 별자리의 움직임이 바뀌는 이유'에 과학적인 근거를 대며 답지를 제출, 임금님의 덕이 부족한 탓입니다 운운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며 과거에 급제하고 사관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조용히 사관 노릇 하던 것도 잠시, 삼보태감 정화의 대원정에 조선국 사관으로 참관하라는 명을 받으면서 본격 해양제국 건설에 나서는데... 일단 "회귀 현대인의 미래지식 최고"일변도로 나가는 게 아니라, 조목조목 현실성있게 따져가며 유학 탈레반들을 비롯한 당대의 사회 문화에 너무 큰 이질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속도를 조절하는 게 재미있다.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킬방원과 조카를 죽이고 황위에 오른 영락제. 신하 모가지 .. 2023. 5. 19.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너새니얼 호손 단편선 맛있는 음식 냄새가 밖으로 퍼져나오자 젊은이는 여행을 떠나며 준비해 온 음식을 마지막으로 먹은 것이 아침이었고, 오후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 3펜스짜리 양피 증지 가지고 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로빈은 한숨을 쉬며 혼자 말했다. - 나의 친척, 몰리네 소령 권력있는 지인을 찾아왔는데 그 사람이 몰락한 모습을 보는 심정을 잘 묘사했다. 삼국지에서 노식이 끌려가는 모습을 본 유비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식민지 시절의 미국 주지사가 파리 목숨이었다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단편이기도 하다. "사람이 사는 곳에선 죽은 사람을 땅에 묻지. 죽은 사람의 모습을 산 사람들의 시야에서 가리기 위해서 말일세. 하지만 아마 백 년이 지나도록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을 .. 2023. 5. 17.
슈퍼 마리오 (2023) 정말 오래간만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 아이들 핑계대고 가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부정할수가 없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별로 좋은 평가 못 받았다던데, 그도 그럴만한게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뻔한 내용의 줄거리를 캐릭터빨에 힘입어 풀어내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리고 수많은 다른 사람들도) 이걸 원했다. 꼭 영화 자체가 명작일 필요는 없다. 그저 가상의 캐릭터에 대한 헌정사에 불과하더라도 그 캐릭터와 유년시절 및 성장기를 함께 보낸 사람이 충분히 많다면 그 자체만으로 추억을 되살리는 훌륭한 영화가 된다. 심지어는 나처럼 집에 게임기라곤 아타리2000이 전부였고, 대부분의 게임은 컴퓨터로 즐기는 바람에 슈퍼 마리오와의 접점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도 그렇다.. 2023. 5. 1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동물농장 동물농장 /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민음사 (1998). 여러가지 전문 지식과 복잡한 사회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쿠르츠게작트(Kurzgesagt)"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영어로는 In a Nutshell, 즉 간단하게 흝어보기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말이다. 여러 영상중에서 "우리는 또 다시 그럴 겁니다(링크)"라는 영상이 있는데 고차원적인 문제와 이론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설명하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서 잘 알려준다. 그 해결책 중의 하나가 단순화로 시작되는 교육적 거짓말이다. 태양계 행성들의 크기는 너무나 차이가 크고 그 거리 또한 무시무시하게 멀지만 이를 단순화시키고 왜곡시켜 우리에게 친숙한 태양계 모형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2023. 5. 12.
판타지 소설 리뷰: 중세 판타지 속 망나니 경비조장 한스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이 나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녀석이 입을 열려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머리가 복잡해졌다. 마법사는 속을 모른다, 마법사의 말에는 미지의 힘이 있어, 사람을 조종하거나 죽일 수 있다. 고민은 짧았다. 한스 녀석이 악한 놈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모름지기 이 좆같은 곳에서는 모든 걸 조심해야 했다. 앞으로 숙이며 검을 힘차게 밀어 넣었다. 허공에 은색이 대각선으로 그어졌다. 녀석의 목에 검을 찔러 넣기 전. "...형." 녀석의 입에서 나온 것은 주문도, 저주도 아니었다. 그저 평소와도 같은 평온한 목소리였다. 조금은 떨리는. 내 검은 녀석의 목을 살짝 찌르고 있었다. 녀석의 목에서 핏방울이 떨어졌다. 녀석이 나를 올려다보며 검은 천이 떨어졌.. 2023. 5. 10.
현대판타지 웹소설 추천: 재벌집 천재감독 재벌집 막내아들로 유명한 산경작가의 신작. 이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건데, 산경 작가는 뭐가 되었건 일단 재벌을 좀 끼얹으면 엄청나게 재밌어진다. 재벌 회장의 서자인 주인공이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해서 드라마 대본도 쓰고, 감독도 맡는데 큰 틀은 여타 천재감독물과 다를 것 없지만, 모든 것을 사업적인 마인드에서 보는 시각이 돋보인다. 드라마가 성공하는 것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각종 명품들을 돋보이게 만들어서 수익률을 급상승시키는 그런 부분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감독물로만 놓고 보면 그냥 평범하게 재미있는 (+구성이 탄탄한) 수준인데 나중에 주인공이 형과 누나들 집어삼키며 어떤 식으로 재벌 회장이 될지가 기대된다. 본격적인 기업 사냥물로 진입하면 더 재미있어질 듯. 총평: ★★★★☆ 엄청난 성공을 .. 2023. 5. 9.
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 채다인 지음. 지콜론북 (2021) 900개의 편의점 삼각 김밥을 먹은 이력을 지닌 저자가 쓴, 편의점 식품들에 대한 단상. 그리고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글 자체가 엄청나게 재미있다거나, 유용한 상품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애초에 편의점 상품이라는 것이 워낙 유행을 많이 타는 종목이라 진지하게 편의점 식품으로 그럴듯한 조합 레시피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수많은 편의점 음식들이 현대 사회의 한 모습을 반영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 책을 훑어 보며 시대의 소비 성향이 어떤 느낌인지 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만약 ‘재미있는 편의점 이야기’를 원한다면 “매일 갑니다, 편의점” 쪽이 더 .. 2023. 4. 27.
무협 웹소설 추천: 무능천마 요즘 새롭게 등장한 장르 중의 하나가 ‘선협물’이다. 얼핏 보면 ‘그거 무협인데 무공 대신 도술만 등장하는 거 아니오’라고 할 수도 있고, 좀 아는 사람이라면 ‘명나라때 등장한 봉신연의가 있는데 요즘 새롭게 등장했다니 거 무슨 소리요’라고 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 선협물은 고전 소설이나 무협과 궤를 달리하는 중요한 몇몇 특징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독자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마수나 신수 등이 등장하며 수상할정도로 돈이 많은 퍼리들의 입맛에 맞는 장면을 연출한다거나, 기존의 무공 체계와는 다른 선협 세계관만의 신선 계급도를 만들고 이에 걸맞는 각종 도술과 법구를 사용하는 것은 소소한 차이점에 불과하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이라면 불로장생하는 도사의 특성상 소설에서 흐르는 시간이 .. 2023.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