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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105

허삼관 매혈기 피를 팔아 자식들을 먹여살린 한 중국인 가장의 이야기. 이렇게 말하면 뭔가 굉장히 슬프고 처절한 분위기가 떠오르지만, 실상 허삼관 매혈기는 해학과 소박한 감동이 가득하다. 왠지 펄 벅의 '대지'나 루쉰의 '아Q정전'을 적절하게 섞으면 이쯤 되지않을까 싶다. 2007. 10. 8.
최후의 날, 그 후 지난번 '갈릴레오의 아이들'이 SF 거장들의 종교와 과학에 대한 주제를 다룬 단편 모음이었다면 이 책, '최후의 날, 그 후'는 핵전쟁 이후의 사회에 대한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메가워'로 불리는 핵전쟁에 대한 공포는 냉전시대 SF작가들에게 좋은 소재였으며 과학이 이대로 나아가도 되겠는가, 라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대다수의 소설이나 영화가 핵전쟁으로 인한 참상을 그려내는데 치중하는 반면, 이 책에서는 제목 그대로 그 후의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보여준다. 특히 '현대판 롯'이나 '동쪽으로 출발' 등은 꽤 마음에 드는 단편. 2007. 10. 4.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 17세기 암스테르담의 주식시장을 바탕으로 벌어지는 커피와 주가조작에 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커피를 매우 좋아라 하기 때문에 본 책인데, 커피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현물거래 시장에 대한 생생한 묘사도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역시 압권은 곳곳에서 드러나는 커피 예찬. "이건 새로운, 아주 새로운 것이에요." 미후엘이 한사발 다 마시자 게이트라위드가 말했다. "이것은 감각을 즐겁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성을 일깨우기 위해서 마시는 음료랍니다. 이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아침식사때 이걸 마시고, 저녁에는 더 오래 깨어있기 위해 이걸 마시죠." 게이트라위드의 얼굴은 시내 광장의 임시 설교단에서 사람들을 비난하는 칼뱅파 전도사처럼 근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혼블로워 이후로 .. 2007. 9. 20.
비잔티움의 첩자 동로마 제국이 멸망하지 않았다면. 페르시아 제국과 티격태격 싸우며 굴러가고 있었다면.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소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인쇄술이나 화약, 망원경과 같은 중요한 발명, 발견이 비잔틴에 의해서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명의 주인공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면 어떨까~ 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렇게 깊은 의미를 부여할만큼 진지하게 읽을 책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히 한다. 옵니버스식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에 좋은 대체역사 소설. 특히 '먼저 발명하는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 그렇게 알아낸 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내는 것'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심금을 울린다. 최초의 금속활자본을 만들면 뭐하나. 그게 사회적으로 변화를 가져다주.. 2007. 9. 9.
루모와 어둠속의 기적 '꿈꾸는 책들의 도시'로 유명한 발터 뫼르스의 소설. 챠모니아라는 신비의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챠모니아 4부작'의 하나다. '푸른곰 선장의 13 1/2의 삶' '꿈꾸는 책들의 도시'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엔젤과 크레테' 이 중 '엔젤과 크레테'를 제외하곤 다 번역본이 나와있는 상태. 뭐랄까,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뒹굴거리다가 막연히 떠오른 상상의 캐릭터. 이 캐릭터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이런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등장한 또 다른 설정이 너무 마음에 들어 외전격으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치듯 뻗어나간다면, 그게 아마 챠모니아 연대기와 비슷한 느낌 아닐까. 볼퍼팅어, 린트부름 요새의 공룡들, 상어구더기, 구리병정.... 어찌보면 유치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 2007. 9. 2.
갈릴레오의 아이들 종교와 과학의 갈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려낸 SF단편 모음집. 아서 클라크나 어슐러 르 귄 같은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되어있다. 물론 단순한 유명 작가 단편 모음이 아니라 나름 주제를 갖고 모인 작품들인 만큼 간혹 가다 퀄리티가 좀 떨어지는 듯한 글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 평소에 종교와 과학의 상반된 입장에 대해 생각해봤던 사람이라면 한번정도는 꼭 읽어볼만 할듯. 특히 "인간의 혈류 속에 뱀이 존재하는가에 관한 세 번의 청문회"와 같은 단편은 왜 종교가 그런 입장을 취해야 할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게 해준다. 2007. 8. 26.
보트위의 세남자 '개는 말할것도 없고, 또는 우리는 어떻게 해서 마침내 주교의 새그루터기를 찾게 되었는가"에서 등장한 유명한 소설. '보트 위의 세남자, 개는 말할것도 없고' 게으른 세명의 남자와 한마리의 개가 보트를 타고 템즈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소박한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가벼운 이야기에 비하면 상당한 웃음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마치 바나나껍질을 밟고 미끄러지는 사람을 보고 주변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것과 마찬가지 반응을 이끌어낸다고나 할까. 특히 깡통따개를 잊어버렸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극 같은 것은 정말 재밌다. '개는 말할것도 없고'에서는 '보트안의 세남자'로 번역해놨길래 찾는데 약간 애먹었는데, 국내 번역판 제목은 '보트위의 세남자'다. 2007. 8. 21.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작가인 로저 젤라즈니의 단편 모음집. 특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상당히 몰입하게 만든다. '앰버연대기'나 '신들의 사회'같은 유명작들도 있지만, 역시 이 사람의 진가는 단편에서 드러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고. 특히 이 책에 실린 '프로스트와 베타'는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이야기. 2007. 8. 20.
개는 말할것도 없고 원 제목은 "개는 말할것도 없고, 또는 우리는 어떻게 해서 마침내 주교의 새그루터기를 찾게 되었는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만 해도 엄청나게 긴 제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한술 더 뜬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둘 다 SF소설이다) 이쪽 계통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코니 윌리스의 장편소설. 이 아줌마 특징이 '수다스럽고 따뜻한'글을 뽑아내는 것인지라, 이 책 역시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잔혹하고 무겁고 필사적인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슈라프넬 여사의 폭풍과도 같은 추격에서 도망치는 부분은 필사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1888년의 매력적인 영국을 배경으로 풀어내는 사랑과 (아주 소박한) 모험, 그리고 점점 전모가 드러나는 거대한 계획을 완수하기 위한.. 2007. 8. 3.
혼블로워 나폴레옹 전쟁 시대, 영국의 해군 사관 후보생에서 시작해서 제독의 위치까지 오르는 한 인물의 이야기. 물론 가상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생생한 고증을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주 재밌다. (해군용 건빵은 먹기 전에 식탁에 대고 두들겨준다거나, '대장장이의 딸에게 키스하게 만들어주마'의 의미라거나) 게다가 해군임에도 불구하고 배멀미에 약한, 게다가 몇번씩이나 포로로 붙들리기까지 했음에도 결국 제독의 위치까지 오르는 호레이쇼 혼블로워 역시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은하영웅전설의 양웬리에게서 먼치킨 특성을 좀 빼고 인간적인 면을 좀 더 부각시킨다음 현실성을 입히면 나타나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전 10권 완결이지만 각 권이 독립된 이야기인데다가 중편 몇개가 섞여서 진행되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영화.. 2007. 7. 14.
요재지이 중국 8대기서중의 하나로 꼽히는 요재지이. '전설의 고향'이나 '믿거나 말거나'에 등장할법한 내용의 중국 옛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영화로 유명한 '천녀유혼' 역시 이 책에 수록된 수많은 이야기 중의 하나. 하지만 단순히 재밌는 이야기로 끝날만한 책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해 되돌이켜볼만한 내용도 많고, 중국의 옛 문화를 엿볼수 있는 자료도 되며, 외워두면 써먹을만한 고사도 많다. 특히 후반부의 주석이 상당히 세세하게 달려있는것도 마음에 든다. (각주였으면 더 좋았을거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짤막한 이야기들이 두꺼운 책 6권에 가득하니, 이거 다 읽고 나면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 2007. 7. 1.
번쩍번쩍 의리통신 일본 소설이 요즘 뜬다는 말이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어떤 장르가 되었건 일본 소설은 대다수가 그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떨쳐내는 물건이 별로 없는지라, 어쩐지 기운빠지고 어둑어둑한 느낌이 항상 남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분위기도 좋게 말하면 비판적이고 독특한 느낌인데다, 요즘 세상이 세상인만큼 시니컬하고 니힐한 내용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일본 소설이야말로 취향에 딱 맞는 물건 찾아내기 좋은 바다일수도 있다. 하지만 가볍게 웃을만한 내용을 찾기엔 상당히 무리인 바닥이기도 하다. 한국식 웃음은 짧고 강렬하게, 그리고 뒷맛은 길게. 라고 한다면 일본식 웃음은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 어찌보면 지루한 가운데 맥이 빠진 웃음기만 흥건한 경우가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다.. 2007.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