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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113

로빈슨 크루소 - 아후벨의 그림 이야기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세계 명작 대열에 들어가는 작품인지라 다양한 형태로 번역도 많이 되어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인 관계로 완역본부터 아동용 그림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출간되어있는데, 이 책은 다른 의미에서 노소를 불문하고 즐겁게 볼 수 있을듯. 그림책이라고 하면 대부분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그림이 주를 이루고 글자는 약간씩만 첨부되어 간략화된 내용만을 보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후벨의 그림 이야기는 아예 글이 없다. 오로지 그림뿐. 그리고 이런 그림책은 오히려 제대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일러스트에만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에 그림 한장 한장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워야 하기 때문일거다. 때문에 글자 하나 없이 그림만 .. 2010. 5. 6.
세계대전Z 마징가Z나 슈퍼로봇대전Z가 끼친 영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Z라는 알파벳은 거대한 로봇이나 오버테크놀로지를 연상시키곤 한다. 그래서인지 세계대전Z를 처음 봤을때도 왠지 모르게 전형적인 SF 전쟁소설 아닐까~라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세계대전Z의 Z는 좀비의 Z. 지구에 사는 인간들을 멸망 직전까지 끌고갔던 좀비 전쟁의 이야기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등장한 이래 좀비는 뱀파이어와 더불어 공포의 대상으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내가 볼때 좀비(와 뱀파이어)는 사람을 잡아먹는 포식자로서의 공포와 불가사의한 불사의 존재에 대한 공포, 그리고 결정적으로 희생자를 동족으로 만든다는 점에서의 공포가 어우러지며 묘한 매력을 주는듯 하다. 특히 요즘과 같이 에이즈나 사스, 신종인.. 2010. 4. 25.
우게쓰 이야기 일본의 고전 설화라고 할만한 이야기 모음집. 저자인 우에다 아키나리는 이 책의 서두에서 '나관중이나 무라사키 시키부는 세상에 있지도 않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써서 자손들이 벙어리로 태어나거나 지옥에 떨어지는 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독자들 역시 이를 진실이라 생각하지 않으니 내가 새로운 이야기를 내놓는다 해도 죄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써놓았다. 하지만 내가 볼때 이 사람의 죄는 '유언비어 유포'가 아니라 '표절'인듯 싶다. 책의 절반 이상은 이미 중국 고전 설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 에도 시대에는 이런 일이 워낙 비일비재하게 일어난지라, 이렇게 중국 소설이나 희곡을 번역, 번안한 글들을 '요미혼'이라고 부르며 하나의 독립된.. 2009. 8. 22.
인사이트 밀 전형적인 밀실 연쇄살인에 참가자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아레나를 첨가시킨 이야기. 한마디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배틀 로열'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참가자들은 잡지 광고에 난 '비정상적일정도로 높은 시급을 보장하는 아르바이트'에 끌려서 온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겐 지하 실험시설 안에 방이 제공된다. 방과 함께 제공된 것은 한개의 '살인무기' 다른 사람을 죽이면 보너스. 범인을 밝혀도 보너스. 범인으로 탄로나서 감옥에 갇히면 벌금. 이 간단한 규칙하에, 모든 사람들은 '굳이 사람을 죽여가며 돈 벌 필요까진 없다. 약속된 시급만 받아서 나가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그냥 시간때우기로 약속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누군가가 죽어나가고, 그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맨 마지막에 이 모든 일.. 2009. 8. 22.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좌절을 겪은 평범한 사람이 마치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처럼 신비한 경험을 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 성공했다는 줄거리의 자기계발서.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팔아먹는게 자기계발서의 숙명. 그러다보니 마쉬멜로우나 인디언의 가르침, 치즈조각으로는 포장하는데 슬슬 부족함을 느꼈는지 이제는 시간 여행을 하며 전설적인 위인들을 만나서 교훈을 얻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나보다. 결단, 지혜, 행동, 운명, 선택, 용서, 믿음.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실천하기엔 힘든 것들의 나열. 시간여행으로 덮어놔서 그런지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인생을 바꿔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09. 8. 22.
책도둑 인종말살정책이라는게 그렇게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약간만 범위를 확대하면 또 그렇게 희귀한 것도 아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빨갱이-반동분자 학살을 겪어보지 않았던가. 그렇기 때문에 안네의 일기가 세계적인 명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이고, '쥐'가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퓰리처상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대다수의 작품들이 '억압받는 자'의 눈에서 보인 것 또한 사실. 물론 '유태인 학살 만세'라고 외치는 책이 나와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그러한 비정상적인 사회에서도 열정적으로 찬동하는 사람과, 무지함으로 인해 따르는 사람과, 두려움으로 인해 복종하는 사람과, 양심을 따르며 억압받는 자들을 돕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2009. 8. 13.
퍼언 연대기 드래곤이 등장하는 소설은 엄청나게 많다. 강력한 힘의 상징인 이 상상의 동물은 소설가에겐 매력적인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많은 소설 중에서 드래곤이라는 존재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드래곤은 거의 항상 맹수나, 포악한 지배자나, 초월적인 방관자나, 자연재해의 일종으로 여겨졌다. 한마디로 인간보다 강력하다는 점만 빼면 인간과 똑같거나, 아예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필요한 소품 취급을 받았다는 소리다. 그나마 드래곤이 그 종족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단순한 도구 취급 받지 않는 걸작을 꼽는다면, '테메레르', '드래곤 라자', 그리고 지금 말하는 '퍼언 연대기'정도가 아닐까.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거대한 재앙을 막기 위해 활약하는 드래곤과 용기사들의 모험은 단순한.. 2009. 7. 6.
솔로몬의 반지 "솔로몬 왕은 신비한 반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반지를 끼고 있으면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대사를 처음 봤던건 신학 서적이 아니라 만화(닥터 스쿠르)였다는 점이 내 독서 취향의 한계를 드러내긴 하지만서도, 내가 동물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은 곧잘 하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동물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이 그 동물과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되는건 당연하지 않을까? 나만 해도 햄스터를 1년 넘게 기르면서부터는 이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간혹 짐작이 가곤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엔 햄스터 역시 내 생각을 다 파악하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이 또 하나 있었으니, 그 이름은 콘라트 로렌츠. 자연과학자.. 2009. 7. 6.
시간을 파는 남자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아니라, '시간을 파는 남자' 한 남자가 유리병에 5분을 담아서 팔고, 이걸 2달러에 산 사람들은 유리병을 사용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5분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내용. 경제학적으로 보면 상당히 오류가 많지만 '가끔 걸음을 멈추고 꽃향기를 맡아보라'는 격언을 되새기기에는 충분하다. 우리 이상에서 5분의 여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가 목숨걸고 매달리는 직업(과 돈벌이)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알게 해주는 책. 내용 자체가 그렇게까지 명작은 아니지만 자기계발서의 일종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계발서 특유의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소리'를 늘어놓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2009. 6. 29.
캡틴 블루베어의 13과 1/2 인생 고양이에게는 아홉개의 목숨이 있다고들 하지만, 푸른곰에게는 27개의 목숨이 있다. 그리고 그 중 딱 절반, 푸른곰 선장이 살아온 13과 1/2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 리틀북에서 예전에 출간했던 푸른곰 선장의 13과 1/2 인생을 재출간한 버전. 3권짜리를 2권으로 묶은건 좋은데, 표지가 너무나도 마음에 안든다. 발터 뫼르스의 차모니아 연대기는 일정한 패턴이 표지를 메꾸고 그 속에 캐릭터가 조그맣게 나와있는 식의 표지인데, 이번에 재출간하면서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누구 맘대로!) 게다가 소설 속에서 Gnome(놈 : 판타지를 좀 읽어봤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땅의 요정)을 '그놈'이라고 번역해놓은걸 보면, 내가 모르는 오역이 얼마나 많을지도 걱정된다. 하지만 이런 몇가지 단점을 제외하면, 내용상에는 그.. 2009. 5. 17.
나, 제왕의 생애 '쌀'에서는 쑤퉁이라는 작가에게 약간 실망했지만, 이 책은 작가의 집필 특징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상당한 수작으로 평가할만하다. 쑤퉁 특유의 끈적거리는 늪에 하염없이 빠져드는듯한 분위기는 세기말적 내용과 기막힌 시너지 효과를 보여준다. 내용은 분명 '마지막 황제 푸이'와 비슷하지만, 역사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가상의 세계를 만든것도 즉효. 결말이 상당히 허무주의적이지만, 그것도 나름 마음에 든다. 위화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고나 할까. 2008. 12. 19.
천일일화 천일야화와 쌍벽을 이루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작가가 개작했다는 말에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소설. (나도 처음엔 천일야화 짝퉁소설인줄 알았다) 천일야화가 왕의 여성불신을 치유하기 위한 모험활극이라면 천일일화는 공주의 남성불신을 치유하기 위한 로맨스에 가깝다. 다른건 둘째치고 오페라 '투란도트'의 원작이 포함되어있다는 점에서라도 한번쯤 볼만한 책. 다만 무한 옵니버스 구조의 이야기 전개 (이야기 속에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계속되는 형식)에 익숙하지 않다면 1~2권쯤 보다가 때려치울 정도로 피곤할 수도 있을듯. 2008.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