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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105

시간을 파는 남자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아니라, '시간을 파는 남자' 한 남자가 유리병에 5분을 담아서 팔고, 이걸 2달러에 산 사람들은 유리병을 사용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5분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내용. 경제학적으로 보면 상당히 오류가 많지만 '가끔 걸음을 멈추고 꽃향기를 맡아보라'는 격언을 되새기기에는 충분하다. 우리 이상에서 5분의 여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가 목숨걸고 매달리는 직업(과 돈벌이)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알게 해주는 책. 내용 자체가 그렇게까지 명작은 아니지만 자기계발서의 일종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계발서 특유의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소리'를 늘어놓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2009. 6. 29.
캡틴 블루베어의 13과 1/2 인생 고양이에게는 아홉개의 목숨이 있다고들 하지만, 푸른곰에게는 27개의 목숨이 있다. 그리고 그 중 딱 절반, 푸른곰 선장이 살아온 13과 1/2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 리틀북에서 예전에 출간했던 푸른곰 선장의 13과 1/2 인생을 재출간한 버전. 3권짜리를 2권으로 묶은건 좋은데, 표지가 너무나도 마음에 안든다. 발터 뫼르스의 차모니아 연대기는 일정한 패턴이 표지를 메꾸고 그 속에 캐릭터가 조그맣게 나와있는 식의 표지인데, 이번에 재출간하면서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누구 맘대로!) 게다가 소설 속에서 Gnome(놈 : 판타지를 좀 읽어봤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땅의 요정)을 '그놈'이라고 번역해놓은걸 보면, 내가 모르는 오역이 얼마나 많을지도 걱정된다. 하지만 이런 몇가지 단점을 제외하면, 내용상에는 그.. 2009. 5. 17.
나, 제왕의 생애 '쌀'에서는 쑤퉁이라는 작가에게 약간 실망했지만, 이 책은 작가의 집필 특징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상당한 수작으로 평가할만하다. 쑤퉁 특유의 끈적거리는 늪에 하염없이 빠져드는듯한 분위기는 세기말적 내용과 기막힌 시너지 효과를 보여준다. 내용은 분명 '마지막 황제 푸이'와 비슷하지만, 역사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가상의 세계를 만든것도 즉효. 결말이 상당히 허무주의적이지만, 그것도 나름 마음에 든다. 위화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고나 할까. 2008. 12. 19.
천일일화 천일야화와 쌍벽을 이루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작가가 개작했다는 말에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소설. (나도 처음엔 천일야화 짝퉁소설인줄 알았다) 천일야화가 왕의 여성불신을 치유하기 위한 모험활극이라면 천일일화는 공주의 남성불신을 치유하기 위한 로맨스에 가깝다. 다른건 둘째치고 오페라 '투란도트'의 원작이 포함되어있다는 점에서라도 한번쯤 볼만한 책. 다만 무한 옵니버스 구조의 이야기 전개 (이야기 속에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계속되는 형식)에 익숙하지 않다면 1~2권쯤 보다가 때려치울 정도로 피곤할 수도 있을듯. 2008. 12. 2.
나이트 워치 직역하면 '야간경비대'. 드물게도 러시아 작가가 쓴 소설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나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월야환담 씨리즈와 비슷한 느낌도 든다. 분명히 현실이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니까. 한마디로 평범한 지하철, 평범한 골목, 평범한 아파트 안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들... 사이에 끼어있는 마법사와 뱀파이어, 라이칸스로프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뒷부분이 좀 심하게 오버하는거 아닌가 싶었던 월야환담에 비하면 나이트 워치는 끝까지 차분하게 서술해나가면서 처음의 그 어조를 잃지 않는다. 꽤 괜찮은 소설. 2008. 10. 29.
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는 진짜로 뭔가 진실의 끄트머리라도 잡아본 사람 아닌가~싶은 글을 써낸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전혀 없이 주변인물들의 시각으로만 구성되는 독특한 전개는 둘째치고, 강신술이나 깨달음에 대한 묘사를 하는걸 보면 엄청 공부를 많이 했거나 진리의 껍데기라도 핥아봤거나 둘 중 하나다. 단순한 과대망상이나 자만심만으로는 이런 묘사가 나올 수 없을 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연금술사'가 일반인들에게 좀 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현실에서 시작하여 현실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머나먼 서양의, 그것도 과거의 이야기였기에 보는 사람의 관점에 맞게 알아들을 수 있었던 연금술사와는 달리, '포르토벨로의 마녀'는 세계화된 오늘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만큼 독자의 현실에 들러붙는다. 따라서 이쪽(.. 2008. 10. 21.
행운의 여신 고 시드니 셀던 옹의 작품중 하나.... ...라고 보기엔 믿을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 소설. 시드니 셀던의 소설 특성이 매우 통속적이고 뻔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나름 재미있다는 측면에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다. 게임의 여왕이라던가, 내일이 오면 등등은 그 통속적인 재미를 보장하기에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행운의 여신.. 이 책은 답이 안나온다.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이 허술한건 둘째치고, 글의 완성도도 바닥. 어쩌다 이런 글을 쓴건지...? 2008. 10. 19.
눈 속의 독수리 로마제국 말기. 갈리아족이 국경을 위협하며 남하하는 가운데, 아무런 지원군 없이 국경을 지키는 로마 최후의 장군이 펼쳐내는 이야기. '글래디에이터'의 초반 전투장면이 이 소설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고도 하는데, 사실 전투의 박진감이라던가 하는 부분은 상당히 떨어진다. 이 소설은 무기나 전투 편제, 전투를 이끌어내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서히 멸망해가는 제국의 혼란함, 강 건너편 '야만인'들을 바라보는 '문명인'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표현하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2008. 9. 17.
밤을 사냥하는 자들 누군가가 뱀파이어들을 죽이며 돌아다니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직 스파이였던 언어학+민속학 교수와 스페인 출신 귀족 뱀파이어가 범인을 잡는다는 줄거리. 사실 내용이야 그저그런 추리 스릴러와 그닥 다를게 없지만, 뱀파이어를 묘사하는 부분이 꽤나 볼만하다. "그럼 훌륭한 뱀파이어의 기준은 뭔가요?" "아무래도 마음가짐이겠지요. 중요한 건 살고 싶다는 욕구입니다. 죽지 않으려는 의지요. 강렬한 의지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죽었지만 영원한 생명을 얻는 과정을 극복하기가 힘들지요. 설령 극복했다 해도 그 다음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생명의 불씨를 꺼버리고 맙니다." 2008. 7. 5.
안티 아이스 1850년대 후반. 극지방에서 발견된 새로운 물질, '안티 아이스'로 인해 영국은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된다. 저온상태에서는 안전하나, 일단 녹으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안티 아이스. 마치 오늘날의 핵에너지와도 같은 이 엄청난 힘을 이용하여 벌어지는 대체 역사물... ...이라고 생각했으나 -_-; 실제 내용은 쥘 베른의 '달나라 탐험'과 비슷한 소설. 재미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스티븐 백스터가 쥘 베른의 포스를 따라잡기는 힘들듯. 2008. 7. 5.
'허삼관 매혈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낼름 본 책. 그러나 전혀 다른 분위기. 시골에서 상경한 가난한 청년의 자수성가 출세기...라고 생각하면 좋겠지만. 쌀도착증 변태 깡패로 성장하는걸로 봐서는 타락의 전형일지도 모르겠다.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별로 특별히 와닿지는 않은 소설. 2007. 12. 7.
귀족탐정 다아시경 - 셰르부르의 저주 SF소설이며 판타지 소설이며 대체역사소설이며 추리소설이라는, 뭔가 매우 복잡미묘한 장르를 가진 책. '만약 마법이라는게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떨까'라는 전제를 깔고, 이를 바탕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홈즈와 왓슨이 아닌 로드 다아시와 마스터 숀이 해결해나간다. 영국과 프랑스는 하나로 통일되어 '영불제국'으로 지칭되고, 이에 맞서는 가장 큰 적수는 러시아가 아닌 폴란드 왕국이다. 시대는 20세기이지만 마법의 발달로 인해 과학기술은 상당부분 도태되어 아직도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증기기관차가 선로를 굴러다닌다. 이러한 세계속에서 펼쳐지는 마법. 그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불덩어리를 내뿜고 괴물을 소환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법칙을 존중하는 신비로운 힘이다. 심지어는 깨어진 유리창을 원상복귀.. 2007.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