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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역사 소설 리뷰: 공자의 쓰레기 제자가 되었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대체역사 소설이라면 십중팔구는 삼국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기나긴 중국사에서 대체역사물로 써먹을만한 배경이 삼국시대만 있을리 만무하다. 장기로 만들어질 정도로 박터지게 싸웠던 항우와 유방의 초한지, 잡다한 나라들이 도토리 키재기 하며 치고박던 춘추전국시대의 열국지 등 이미 검증된 세계관(?)이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그 중 점잖은 이미지에 비해 꽤나 파란만장한 삶을 산 인물도 있었으니, 바로 유학의 창시자 공자(孔子)다. 그런데 주인공은 하필이면 공자 본인도 아니고, 공자가 거의 포기한 망나니 제자 재여에게 빙의해버린다. "무엇을 할까? 그저 이 어지러운 시대에 한 몸 보전하며 조용히 살아갈까? 학문에 전념해 공자의 사상적 후계자로 이름을 남길까? (중략) 자공.. 2021. 11. 13.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햄릿 세계를 통틀어 뛰어난 문학 작품이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햄릿.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영국 문학 뿐 아니라 사회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필독서. 왕자 햄릿이 부왕의 유령을 만나며 복수를 다짐하고 벌어지는, 약간은 보는 사람을 정신 나가게 만드는 것 같은 비극 이야기다. 진짜로 클로디우스가 왕을 죽인것인지, 아니면 햄릿이 원래 미쳐있던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글 사이에 숨은 뜻과 상징, 논쟁거리들이 넘쳐난다. 개인적인 감상이라면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뭐 엄청 대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데, 이는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이 크기 때문일 듯. 진정한 걸작은 그 나라의 언어로만 완벽한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말도 있으니까. 2021. 11. 13.
오컬트, 마술과 마법 오컬트, 마술과 마법 / 크리스토퍼 델 지음, 장성주 옮김. 시공사 (2017) 마법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놓은 책. 고대, 그리스와 로마, 북유럽, 중세, 르네상스, 계몽주의 시대, 현대의 마법 등을 두루 살핀다. 다만 워낙 광범위한 분야를 총망라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항목에 그렇게 많은 지면을 할애할 수 없고, 그 결과 오컬트적 지식을 심도있게 다룬다기보다는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마법사나 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마법 이론 등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친다. 예를 들어 “17세기의 마법서, 의 첫 권인 소환술(Ars Goetia)에는 악마 72종의 명단과 각각의 인장이 실려 있다”는 내용은 있지만 그 악마들의 구체적인 명단과 인장은 일부만 발췌하여 사진 자료로 첨부하는 식. 따라서 실질적인 마법서로 보기보다는 마.. 2021. 11. 11.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역대급 항공 재벌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재벌환생 #항덕 육중한 기계가 움직이는 모습은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그래서 수많은 덕후들이 탄생했으니, 어려서부터 갖고 노는 장난감을 보면 마치 돌잡이 하듯 나중에 어떤 덕후가 될지 예측 가능하다는 말도 나오는 판이다. 장난감 총을 잡으면 밀덕이, 장난감 기차를 잡으면 철덕이, 그리고 비행기를 잡으면 항덕이 된다는 식이다. 항덕. 항공기 덕후. 날개달린 쇳덩이들만 보면 배불리 밥먹은 것마냥 든든한 느낌이 들고 비행기는 물론 항공사 간의 합종연횡과 세계 항공 노선에 따른 그레이트 파워 게임까지 몰두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타고 온 스타 스트라이프 항공 432편은 다름 아닌 B747-200이었다. 이른바 ‘하늘의 여왕’. 한때 우리 회사에서도 넘버원인 001편의 지위.. 2021. 11. 10.
바나나 키친 바나나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2) “어린아이라고 해서 어줍잖게 대하면 반드시 전해진다. 너저분하게 대충 담거나 양념을 적당히 하면 먹지 않는다. (중략) 꼬맹이가 일어난 후에 접시를 식탁에 올려놓았더니, 없어! 꺼내! 라기에 대체 뭐가 없는 거지, 하고 생각했는데, 꼬맹이 전용 포크가 놓여 있지 않은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제 손으로 서랍을 열어 가져왔다. 그러고는 오물오물 냠냠 먹었다. 그렇구나. 예쁘게 담겨 있으니까 포크도 평소처럼 설거지 해둔 아무것이나가 아니라 자기 것이 있어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라타투이는 며칠이 지나도 상하지 않고, 시원하게 먹어도 맛있고, 파스타나 피자에도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먹다 남은 여름 채소는 뭐든 쓸 수 있.. 2021. 11. 10.
현대 판타지 소설 리뷰: 치타는 웃고 있다 서인하 작가의 글을 볼때마다 저절로 나오는 감상이 "어디 술자리에서 입담 좋은 선배나 친척 아저씨의 (자뻑 섞인) 인생 성공담 듣는 기분"이다. 그만큼 현실감 넘치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작가 본인이 회귀해가며 다른 삶을 사는 게 아닌 이상 전작에서 다뤘던 스위스 명품 시계 딜러, 국내 의류업계 회사원, 주류 유통업체 사장의 삶을 다 살아보지는 않았을테니 공부를 많이 한 작가라고 볼 수 있을 거다. 단순히 꺼무위키 뒤지고 책 한두권 읽어서 얻은 지식이 아니라 주변 사람을 관찰하거나 여기저기서 얻어 들은 풍월로 이 정도 내공을 쌓았을테고, 그러니 독자들이 '저 사람 진짜 중국 갑부를 장인으로 얻은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디테일한 묘사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 싶다. 물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술술.. 2021. 11. 6.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신입사원 강회장 #현대판타지 #재벌 #기업물 #빙의 재벌그룹 강회장이 신입사원과 부딪히며 혼수상태에 빠지고, 그 영혼은 신입사원의 몸으로 들어가버린다. 젊은 몸과 회장으로서의 지식을 바탕으로 바닥에서부터 성공하며 거대 기업들을 먹어버리는 이야기. 산경 작가의 주특기가 기업물인만큼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비따비나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만들어 놓았던 틀을 내용물만 살짝 바꿔서 찍어낸듯한 느낌 역시 지울 수 없다. 인물 구도도 거의 비슷하고, 벌어지는 사건도 비슷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평타는 친다고 할 정도로 기본적인 재미는 주는게 신기할 정도. 이왕이면 신의 노래나 중원 싹쓸이처럼 무대를 바꿔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면 비슷한 재벌기업물이라도 눈이 확 뜨일 정도로 .. 2021. 10. 30.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몸에 좋은 걸그룹 #현대판타지 #연예인매니저 #걸그룹키우기 재벌집 아들 유종하. 클럽에서 돈 펑펑 쓰다가 카드 막히고 부모님 앞으로 끌려오는 모습을 보며 드는 첫인상은 ‘망나니 재벌 2세’였지만, 실제로는 아이돌이 되려다 부상으로 꿈을 접고 아픔을 잊으려 술이나 푸던 비운의 주인공이다. 마지막 기회라며 아버지가 던져준 일거리 중에서 로드매니저를 택한 주인공. 아빠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엔터 회사에서 정체를 숨기고 일을 시작한다. 해체 직전의 위기에 처한 걸그룹 ‘데스티나’의 로드 매니저로. 걸그룹 매니저라는 게 실제로는 어떨지 몰라도 일단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워낙 화려하고 왠지 천상계 아이돌과 썸 탈 기회도 많을 것 같은 이미지인지라 현대 판타지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긴 한다. 각자의 매력 포인트가 살아있는 여러 미녀와 합.. 2021. 10. 29.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 후속작. 하지만 톰 소여의 모험이 개구장이 소년의 모험기에 가까웠다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일종의 성장 소설인 동시에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 집 안에 틀어박혀 예절을 익히고 공부를 해야하는 것이 지옥에 떨어지는 것보다 싫었던 허클베리 핀이 가출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부친에게서 도망쳐 나오고, 도망친 흑인 노예와 뗏목을 타고 여행하며 겪는 모험 이야기. 미국 도서관에서는 이 책이 금서로 지정된 적도 있었는데, 작품 내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깜둥이(nigger)라는 단어 때문. 미국 유학을 다녀온 입장에서 저 무시무시한 N-word의 파괴력은 가히 볼드모트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필적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 반응이 이해가 가지만 또 한편으로는 당시의 사회상이라는 측면.. 2021. 10. 27.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고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듣기 좋은 말, 소소하게 챙겨주는 과일, 내 몸 조금 힘들어도 남의 일 돕기, 싸움나면 중간에서 말려주기 등.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그렇게 대단한 업적이나 뛰어난 능력이라고 보기 힘들다. 흔히 말하는 '기름칠'이나 '세상 사는 법을 좀 아네'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가 주인공이 가진 능력의 전부. 하지만 그렇게 손바닥 비비며 남의 비위 맞춰주는 능력 하나만으로 신뢰를 이끌어내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마음먹은 일을 추진해나간다. 중간에 초능력 비슷한 것이 생기면서 주인공이 점점 먼치킨이 되어가는 거 아닌가 불안한 감이 약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남의 일에 신경써주는 (겉보기에) 착한 캐릭터가 그 성격 하나만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소설. 총평: ★★★☆☆ 사바사바 .. 2021. 10. 26.
판타지 소설 리뷰: 아포칼립스에 미친놈이 산다 #좀비아포칼립스 #게임 #배꼽잡는 미친짓의 향연 #하지만 연재중단 아포칼립스 데이즈라는 게임 속으로 소환된 주인공. 하지만 게임 내의 주요 플레이어도 아니고 엑스트라 금발 태닝 양아치, 강신혁이 되어버렸다. 세상을 구하는 것은 별 관심없고, 게임 내의 버그로 인해 생긴 안전지대에 들어가 꿀빨기만 목표로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고인물 경험을 살려 꼼수와 버그를 써가며 안전지대로 들어가는 것이 1권까지의 주 내용. 이렇게 보면 굉장히 흔한 아포칼립스 게임 판타지인데, 주인공의 능력치 중 '광기'를 충전해서 사용하는 필살기가 있어서 소설이 약먹은듯 미쳐돌아가는 게 감상 포인트. 밥을 먹으며 광기를 충전하기 위해 꽁치 통조림과 황도 통조림을 섞어먹고, 죽인 시체 앞에서 티배깅은 기본이며, 짐을 옮기는 퀘스트를.. 2021. 10. 24.
무협소설 리뷰: 무림서부 한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고 천년제국을 일구며 팽창한 탓에 유럽보다도 먼저 아메리카 대륙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황제의 핍박에서 벗어나려는 자, 자신만의 왕국을 꿈꾸는 자, 각종 범죄자와 신분 상승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 혼란스러운 모습의 신대륙. 무협 소설 애독자였던 주인공은 호남 장가의 둘째아들, 장건으로 환생하며 신대륙을 떠도는 방랑무사의 삶을 살고 있다. 원래의 역사나 무협지 속의 세상과는 동떨어진 세계에서 자신이 읽었던 무협 소설의 무공을 하나씩 익혀나가는 장건.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황군이나 마교와 얽히기도 하고 여러 의뢰를 수행하기도 하며 고독한 서부의 총잡이...가 아닌 검객의 길을 걷는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옴니버스 방식의 전개인데다가 분위기 묘사가 끝내준다.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각종 무공과 .. 2021.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