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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동 장원 공사도중 수수께끼의 동굴이 발견되고, 이걸 발굴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들어갔지만 다들 함정에 빠지거나 독에 중독되어 도망쳐나온다. 진법과 학문에 통달한 인물들을 초청하여 그 수수께끼를 밝혀보려고 하지만, 그들마저도 갇혀버린 상황. 그리고 그렇게 갇혀버린 기문둔갑의 달인 중 한명의 아들이 바로 주인공 연진수. 평소에 아버지와 티격태격 다투며 싸우기만 하던 주인공인지라, 처음엔 아버지가 갇혀서 생사불명이라는데도 시큰둥한 반응이다가 결국엔 다른 일행과 함께 만인동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찾아 서장까지 여행을 다녀오는게 주요 줄거리. 등장인물들이 나름 개성있고 글이 짜임새있는 게 상당히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왠지 모르게 내공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은 든다. 천축까지 다녀오는데다 왠지 스케일이 작게 느껴.. 2012. 10. 28.
양각양 비급 '천도서'를 놓고 벌어지는 무림의 암투...라고 말하면 왠지 흔하디 흔한 비급 쟁탈전이 떠오르지만, 양각양은 그렇게 흔한 소설은 아니다. 우선 제목부터가 양각양. 다리 두개 달린 양이라는 뜻으로 사람고기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천도서 역시 무공 비급이 아니라 인육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지를 적은 요리책. 부귀와 권력이 어느정도 있다 싶은 놈들은 이 사람고기를 즐겨먹는지라 인신매매 및 가공(-_-;)을 주업으로 삼는 뒷골목 조폭집단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이 시장에 어떻게든 밥숟갈 얹어보려는 신흥 세력들이 너나할것 없이 천도서를 손에 넣으려고 날뛴다. 이것까지만 해도 충분히 암울한 마당에 주인공 역시 여기저기 눈치 보면서 비굴하게 살아남는 스타일이다. 정의와 의협심은.. 2012. 10. 24.
가을 풍경 어느 새 미국에 와서 두번째 맞는 가을. 후덥지근한 날씨를 식혀주던 비가 왠지 좀 쌀쌀하게 느껴진다는 느낌이 들면 벌써 가을이 코앞에 다가와있다. 비 그친 뒤 무지개가 떴는데, 미국 국기에 걸친 것처럼 보이는게 왠지 'God bless America'를 떠오르게 하는듯. 사과 농장에 갔는데 봄에 내린 우박때문에 꽃이 다 떨어져서 사과는 하나도 안 열렸다. 안내하는 사람 말로는 70년대부터 사과를 수확했는데 이렇게 수확량이 저조한 건 처음이라고. 그 대신 할로윈과 추수감사절을 겨냥해서 갖가지 크기와 모양의 호박들이 잔뜩 나와있다. 가을 하면 국화의 계절. 이건 미국도 똑같은지 다양한 종류의 국화를 판다. 한국에 있을땐 워낙 하얀 국화만 봐서인지 이 꽃들이 다 뭔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다 다른 종류의 국화인듯.. 2012. 10. 21.
악인지로 진정한 악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무협 소설은 찾기가 힘든데, 이 소설은 참으로 독특한 성격을 지닌 주인공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주인공의 이름은 장두이. 왠지 주인공의 이름이라기보단 어디 조그만 객잔 점소이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 실체는 온갖 흉계와 음모를 능수능란하게 꾸며내는 희대의 악당. 보통 악당이라고 하면 약한 악당과 강한 악당으로 나뉘고, 약한 악당은 쪼잔한 범죄를 저지르다가 주인공의 경험치나 올려주는 존재인 반면 강한 악당은 세계 정복의 야망을 불태우며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다가 막판에 주인공에게 패배당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장두이는 그 본연의 무공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으면서도 머리를 써서 목적을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비정함도 .. 2012. 10. 15.
허부대공 곧 죽을병에 걸려 골골거리는 숯쟁이 청년, 부운. 어느날 강호명문 창룡문의 대공녀가 청혼을 하면서 단번에 신분 상승을 하는가 했지만, 사실은 결혼을 해야만 성인으로 인정받고 문주가 될 수 있기에 신랑으로 선택된 것.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자니 권력에 욕심을 낼 것이고, 차라리 힘도 배경도 없는데다 마침 딱 좋게 시한부 인생인 숯쟁이 총각과 결혼한 것인데... 이대로 끝나면 당연히 이야기가 안된다. 창룡문의 주인이 된 구소희는 남편을 허수아비마냥 구석에 처박아두고, 그 덕에 부운은 '허부대공'이라는 별명까지 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편단심 사랑에 빠져버린 주인공. 결국 어찌어찌하다가 고수가 되고 위기에 빠진 구소희를 구해주며 해피엔딩. 초반 전개는 나름 볼만했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그냥 그럭저럭 괜찮은 .. 2012. 9. 30.
팔란티어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어느 소설이나 다 선구자격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에야 게임판타지라고 하면 '레벨이 올랐습니다'라는 문장 하나를 줄 바꿔가며 몇페이지씩 채워넣거나 자질구레한 각종 스탯 및 장비의 정보를 묘사하는데 귀중한 삼림자원을 낭비하는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시작점에 있는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은 확실히 수작이라고 불릴만한 소설이다. 워낙 뛰어난 작품인지라 황금가지에서 밀리언셀러 클럽으로 재발간했는데, 안팔리는 제목으로 유명한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대신 '팔란티어'라는 제목으로 바꿔 달았다. 뭐, 그건 좋은데 부제가 '게임중독 살인사건'이라니... 아주 대놓고 스포일러. -_-; 아주 실감나는 가상현실게임이 등장하고, 한 프로그래머가 이 게임에 빠지고, 그러면서 이와 관련된 살인사건이 .. 2012. 9. 29.
하수전설 무협의 세계라고 모두가 고수는 아닌 법. 수많은 절정고수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하수들이 있기에 고수 노릇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보잘것 없는 무공을 지닌 하수를 주인공삼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삼십년도 아니고, 삼년도 아니고 무려 삼개월동안 수련한 검법 하나를 가지고 이런저런 무관이나 중소방파를 떠돌며 식객으로 먹고사는게 본업인 주인공 어자서. 그럴듯한 분위기와 발검자세만으로 고수 흉내까지는 아닐지언정 어지간히 노련한 무사의 느낌을 주지만 그 실체는 삼류. 어쩌다 우연이 겹치면서 고수로 오해를 받게 되고, 하수가 고수흉내 내다간 제명대로 못산다는 자신의 철칙에 의거해 도망쳐보려고 하지만 또 다른 우연이 겹치면서 야반도주도 못하고, 그러다가 또 행운이 찾아와서 점점 더 실력있는 고수로 오해받으.. 2012. 9. 25.
참마전기 예전에도 몇번 언급했지만, 황규영의 소설은 "머신 황이다" 한마디로 다 설명된다. 과거를 감춘(혹은 잊은) 주인공, 짜고치는것 마냥 무능한 적들, 이래저래 모여드는 미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두개에서 세개 정도는 고정적으로 확보하는 필력. (안전빵이라는 점에서 나름 가산점이 붙은 점수이긴 하지만) 참마전기 역시 황규영의 고전적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주인공이 곰팡이 핀 영약을 잘못먹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고향으로 돌아오고, 과거에 워낙 망나니로 소문난 자신을 돌이켜보며 착하게 살기 위해 쌀집 배달부로 일하며 꼬여드는 날건달들을 물리치고, 날건달 뒷배를 봐주던 흑도 무리도 물리치고, 그러다 어쩌다보니 무림 평화를 지키는 그런 내용. 참 틀에 박힌 이야기를 볼때마다 그래도 질리지 않게 풀어내는 .. 2012. 9. 24.
흑도영웅 개인적으로 구무협 스타일을 좀 좋아라 하는지라 소설에서 장중하고 무게감있는 구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왠지 관심이 간다. 하지만 이게 대세는 아니어서인지 요즘 무협작가들 중에서 이렇게 진중한 구도로 글을 쓰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듯. 그런 의미에서 흑도영웅의 초반부는 꽤나 마음에 든다. 사파로 분류되는 아버지를 둔 구양소유. 부친과 그 의형제인 광동사흉이 고수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도망치던 중 요마궁에 납치되어 제자로 길러질 뻔 하다가 또 다른 사람에게 납치되어 살인청부업자로 이용되다가 기연을 얻어 고수가 된다. 그 후로 이런저런 부하도 얻고 혈검이라는 명성도 얻으면서 한 세력의 수장으로 자리를 굳히는 이야기. 광동사흉이 자결을 하면서 구양소유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장면이나, 요마가 강호의 여러 사.. 2012. 9. 23.
황제의 무사 엄청난 무력을 가지고 황실이 위기에 처할때마다 구원해줬던 황제의 무사. 황제가 죽으면서 자유의 신분으로 풀어주고, 덤으로 미녀 두명을 붙여준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친절하게 기억도 다 삭제시켜준다. (응?) 변방의 별부사마로 임명되어 주색잡기로 소일하며 전직 범죄자들로 구성된 직속부대를 거느리고 좌충우돌하며 이여자 저여자와 썸씽이 생기고 결국엔 또 다시 나라를 구하는 게 결말. 일단 줄거리에서부터 느껴지듯이 별 생각없이 이것저것 마구 가져다붙인 티가 난다. 워낙 품질 불량한 소설이 많이 쏟아져나오는 현실이다보니 그래도 이것뿐이라면 그냥 읽어줄만 할텐데, 중간중간에 무슨놈의 설명을 그렇게 많이 끼워넣는지 아주 성가실 정도. 양판소의 기본 소양인 용두사미 결말 역시 빠지지 않는다. 최종 결전이 단 아홉줄만에.. 2012. 9. 18.
맨인블랙3 맨인블랙과 같은 가벼운 SF 코미디 영화는 뭔가 엄청난 걸 바라고 보진 않는다. 독특한 개성의 다양한 외계인들, 재미있는 배경 설정, 윌 스미스의 코믹 연기, 약간의 감동. 이정도면 영화관에서 표 산게 아깝지는 않을 정도라고 생각되고, 그러면서도 쉽사리 퀄리티 붕괴가 오지는 않는 씨리즈인지라 1,2편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겐 안정빵으로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예전과는 다르게 시간여행이라는 주제를 섞어넣었는데, 군데군데 헛점이 보이긴 해도 '과거의 미국'이라는 소재를 잘 써먹어서 꽤나 재미를 더해준다. 엄청난 대작은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를 유쾌하게 감상하는 사람에겐 추천. 2012. 9. 17.
와룡선생 워낙 방대한 양이 쏟아져 나오는 양판소의 세계인지라 표절 시비는 심심찮게 일어난다. 이 와룡선생 역시 읽다보면 왠지 비뢰도의 마이너 버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무럭무럭 드는 소설. 좀 재수없는 성격에 돈만 밝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공은 엄청나게 강한 어린 주인공. 어쩌다 위탁제자로 맡게 된 남궁가의 두 애송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나쁜놈들 혼내주고 (그러면서 돈도 벌고) 마지막엔 약간 진지모드로 변해서 강호의 위협을 물리치기도 하면서 해피 엔딩. 딱 집어서 '이건 완전 표절이다!'까지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이야기 전개나 세세한 설정이 비뢰도와 상당히 흡사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워낙 수준미달의 소설이 많이 나오는 요즘 상황이라 비뢰도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런 것도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2012.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