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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코리안 네트워크 요즘 들어 웹소설 전성시대가 찾아왔지만, 그 역사를 따지고 보면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때, 신문에 연재되던 이광수의 ‘무정’이 웹소설의 조상격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당시 무정을 연재중이던 매일신보는 하루라도 소설이 휴재하면 독자들이 우우 몰려와 “우리가 소설을 보려고 신문을 샀지, 기사를 보려고 신문을 산 줄 아느냐”며 항의를 했을 정도였다니 요즘 인기 웹소설 휴재소식에 댓글란이 불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신문소설이나 웹소설이나 짧은 조각글을 매일 연재하며 독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배경과 소재는 당연히 시대의 흐름에 맞춰 달라졌다. 그리고 그 과정 - 신문물을 깨우친 학생들의 연애담과 게임 속으로 소환된 몬스터 헌터의 모험담 사이 어디쯤에 활극.. 2022. 3. 22.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 정은정 지음. 한티재 (2021) 농축산업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다룬 에세이. 농축산업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먹는 문제고, 먹는 문제와 관련된 노동 문제, 인권 문제에 동물 복지 문제까지 줄줄이 얽힌다. 그런데도 흔한 ‘운동하는 분들’ 책처럼 강한 어조는 아니어서 오히려 잘 읽히는 느낌. “지옥에서 보내는 한철이다. 한 달여의 방학 동안 급식이 없으니 아이들 밥을 해 대느라 괴로운 엄마들끼리 이를 두고 ‘세끼 지옥’이라 부른다. (중략) 아동 인구 감소로 아동은 줄어든다는데 결식 아동의 숫자는 줄지 않는다. 방학이 끝나야 그나마 숟가락 젓가락 들고 따뜻한 밥과 국을 먹을 수 있을텐데, 방학이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소년의 밥상이 차다. 진짜 세끼 지옥은 바로 여기다.” 다만 ‘다.. 2022. 3. 18.
먹는 인간 먹는 인간 / 헨미 요 지음, 박성민 옮김. 메멘토 (2017) 일본의 저널리스트가 세상 곳곳을 여행하며 보고 경험한 인간과, 인간의 먹는 모습. 일본의 송별연에서 먹은 산해진미의 맛이 가시기도 전에 그가 방글라데시에서 마주친 것은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에 정가가 매겨져 팔리는 시장이었다. 빈곤함 가득한 아시아 국가들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거쳐, 한 챕터를 가득 채운 한국까지. 사람으로 가득한 기차 3등칸에서 먹는 음식에서부터 교도소 식단을 거쳐 수도원의 콩 스튜와 체르노빌의 방사능 묻은 흑빵까지. 세계 곳곳을 둘러보며 음식이 아닌, 음식을 먹는 사람의 모습을 아름답게 혹은 처절하게 그려냈다. 부유한 사람이 배고픈 사람을 보며 느껴야 하는 감정, 일본인으로서 종군위안부 할머니를 보며 느끼는 감정.. 2022. 3. 15.
한국인의 맛 한국인의 맛 / 정명섭 지음. 추수밭 (2021) 한국의 맛과 한국 전통의 맛은 동일하지 않다. 우리의 식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여러 음식들은 대부분 근대화 이후 들어온 것이거나, 최소한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극히 희귀했던 경우가 많다. 저자는 ‘류경호’라는 기자의 눈과 입을 빌어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 사회에 스며들던 아홉 가지 신식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전반전을 시작하고, 후반전에서는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학술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마저 한다. 아지노모도(MSG), 짜장면, 돈까스, 설탕, 카레, 단팥빵, 김밥, 팥빙수, 커피. 흔한 것을 넘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 음식들이 어떻게 처음 들어왔고, 또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사는 삶을 바꾸어 왔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2022. 3. 7.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마늘밭에서 900억을 캔 사나이 제목만 들어보면 어쩌다 눈먼 돈을 주워서 플렉스하며 벼락부자의 삶을 누리는 흔하디 흔한 현대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주인공이 죽은 친구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우연히 얻게 된 지도를 따라가다보니 밭에서 900억원을 캐냈다는 데서 일확천금이 맞기는 하다. 하지만 돈을 펑펑쓴다? 천만의 말씀.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 900억이라는 돈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보다 더 힘든게 그 돈을 소화시키는 일이다. 우연히 미국 복권 샀던게 1등 당첨되면 조 단위의 돈을 손에 쥘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900억원을 정부 당국의 눈을 피해 마구 쓰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래서 주인공은 집에 돈읗 쌓아두고도 어떻게 이 막대한 거금을 세탁해야 할지 머리를 굴린다. 그 와중에 돈의 원래 .. 2022. 2. 27.
사피엔스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2015) 인류 진화에 대한 핵심적 개념을 굉장히 읽기 좋게, 재미있게 풀어낸 책. 학술 전문가의 눈으로 보자면 논란의 여지도 많고 불분명한 개념도 많겠지만 "일반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문 지식을 설명할 수 있는 자가 권력을 쥔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일반화시켜 설명하기란 어려운 법인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확실히 성공한듯. (간략화된 정보전달의 어려움은 쿠르츠게작트 영상을 참조하면 좋을 듯 https://youtu.be/XFqn3uy238E) 책을 읽으며 '이거 정말 핵심을 찌르는구나' 싶은 인용구만 한가득이다. “이전의 많은 동물과 인간 종이 “조심해! 사자야!”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인지혁명 덕분에 호모 .. 2022. 2. 25.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김 부장 편 / 송희구 지음. 서삼독 (2021) “여보, 아들 들어오기 전에 말해야겠어. 나 공장으로 발령났어. (중략) 공장에서 제일 중요한 팀으로 가는 거야. 공장이 요새 좀 어려운가봐.” “당신처럼 유능한 사람을 어려운 곳에 보내서 기사회생 시키려고 그러나 보네.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도 있잖아.” 김 부장은 잘 넘겼다는 생각을 하며 아내를 바라본다. 역시 아내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자구나. 아내도 속으로 생각한다. 우리 남편도 때가 왔구나. 마음이 안좋을테니 자세히 묻지 말아야지. 대기업 다니며 빵빵한 연봉 받고, 집값이 두배로 오른 것에 자신감 뿜뿜하던 김 부장. 그런데 알고보니 주변에는 자신보다 더 벌고 더 잘난 놈이 수두룩하고, 결국 지방.. 2022. 2. 23.
제임스 조이스, 어느 더블린 사람에 대한 일대기 제임스 조이스, 어느 더블린 사람에 대한 일대기 / 알폰소 자피코 지음, 장성진 옮김. 어문학사 (2021) 영문학을 이야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제임스 조이스. 그의 일대기를 만화로 그려낸 평전이다. 읽다 보면 "이거 도대체 뭐하는 놈인가" 싶을 정도로 망나니가 따로 없다. 수많은 여성들과 바람을 피우거나, 술에 빠져 가정을 등한시한 거야 당시 세태가 그랬으니 그렇다쳐도 남을 깔보는 자만심과 놀려먹기 좋아하는 놀부 심보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제임스 조이스)는 트리에스테에 있는 친구 스태니슬러스에게 돈을 송금해달라고 부탁했다. 스태니슬러스는 분노에 차서 답장했다. 그는 여전히 조이스가 남긴 빚을 대신 갚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이스는 상황을 매우 과장해서 스태니슬러스에게 다시 편지를 보냈다. 온갖.. 2022. 2. 22.
콘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 한상진 지음. 퓨처미디어 (2019) 여러 추리 소설과 등장하는 음식들을 이어서 소개하는 책. 서평이라고 봐야할지, 에세이라고 봐야할지? 굉장히 많은 추리 소설과, 또 그와 비슷한 양의 음식들이 등장한다. 워낙 그 양이 많다보니 하나하나의 깊이는 깊지 않은 게 흠이랄까. 추리 소설에 대한 저자의 애정도 잘 드러나고, 음식에 대한 여러 정보도 가득한데 짤막한 글에 다 담으려다보니 잘 어우러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나처럼 이야기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고 음식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더더욱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참고자료가 되어주는 책. 실제로 이 책 덕분에 여러 권 건졌다. 2022. 2. 20.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인간의 굴레에서 인간의 굴레에서 (전2권) / 서머싯 몸 지음, 송무 옮김. 민음사 (1998) 내가 이 책을 언제 처음 읽었나 기록을 살펴보니 2008년도에 구입했다. 아마 도서관에서 먼저 읽고는 ‘세상에 이렇게 사람 열받게 만드는 책은 처음이야. 꼭 소장해야 해’라면서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 요즘 웹소설식 표현으로 치면 - 고구마를 꾸역꾸역 먹이다못해 암 유발하는 소설이 또 있을까. “해리와 점심을 먹고 왔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랬어?” “토요일에 가는 여행 말예요. 아직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같이 갈게요.” 순간 짜릿한 승리의 쾌감이 가슴을 스쳤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 곧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돈 때문인가?” 그가 물었다. “얼마간은요.” 그녀는 간.. 2022. 2. 18.
대체역사 판타지 소설 리뷰: 전생 첫날 수도를 버리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한양을 떠나 피난길에 오른 광해군...의 몸에 빙의한 역사학자.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임진왜란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인재를 발굴하고, 더 나아가 앞으로 닥칠 정유재란과 병자호란이라는 큰 파도를 넘기 위해 노력한다. 미래의 지식으로 신기술을 척척 뽑아낸다기보다 조선시대에도 될만한 수준의 물건을 대략적인 개념을 장인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만들어낸다. 그 와중에도 역사가 틀어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도 나름 충실하게 언급하는 중. 예를 들어 광해군 덕에 백성들의 피해가 줄어드는 바람에 먹을 입이 많아져 구휼미가 부족해진다던지. 아직 초반부라 재미는 있는데, 문제는 똑같은 패턴이 계속 반복되면 금방 지루해진다는 거. 미래의 지식을 기반으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예측한다 - .. 2022. 2. 17.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정명환 옮김. 민음사 (2017) 글 쓰는 게 직업이라고 당당히 내놓고 말하기엔 뭣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키보드로 밥벌어먹고 사는 입장에서는 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얕게나마 고민해본 기억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글쓰기라는 게 그렇게 얕은 고민으로도 파악할 수 있을만큼 만만한 분야도 아니어서 - 이는 800번대 앞쪽 서가를 가득 채운 글쓰기, 작문 관련 서적들만 봐도 알 수 있다 - 사르트르의 이 책은 꽤나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물론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문맹률이 높았던 당시 시대상에 비하면 독자를 정의하고 문학의 역할에 대해 고찰한 이 책이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 그 당시엔 문학을 향유할 수 있었던 계층이란 일종.. 2022.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