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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역사 판타지 소설 리뷰: 검은머리 미군 대원수 7년간의 군생활을 마무리하고 나오는 길에 군인답게 레토나에 치여 1893년생 미국 이민 1세대 부부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 조국은 일제치하에 신음하고 아직도 공공연한 인종차별이 만연한 미국. 러일전쟁에서 이기며 콧대가 높아진 일본인들에게 멸시받으며 자라다보니 주인공의 마음속에는 "저놈의 쪽바리들을 제물로 바쳐 이놈의 백인사회에서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 입학하고 각종 기록을 세워가며 군인으로서 고속승진 및 각종 전과를 세워가는 주인공의 일대기. 전체적인 줄거리만 놓고 보면 국뽕 가득하면서도 조국 수호를 위한 비장미가 넘치지 않을까 싶겠지만 실제로 뚜껑 열어보면 미국, 그중에서도 미군을 배경으로 생활하는지라 조선 이야기가 .. 2022. 10. 7.
맛있다, 과학 때문에 맛있다, 과학 때문에 / 박용기 지음. 곰출판 (2020) 재료공학 연구원인 저자가 연재했던 칼럼을 모아서 출판한 책. 작가 본인이 소개글에 써놓았듯이 요리사도 아니고, 요리와 관련된 과학자도 아닌, 재료 공학 박사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쓴 글이다. 불행하게도 작가도 아니고 요리 전문가도 아니기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이 책 아니면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유용한 지식을 다루지도 않는다. ‘아, 이 음식과 관련해서 우리가 평소에 모르던 이런 사실도 있구나’ 정도의 칼럼이 연속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좀 지루하달까. 읽다보면 작가가 오랫동안 알아보며 경험적으로 얻은 ‘지식’이라기보다는 과학자로서 간단한 검색이나 관련 서적 약간 읽으며 얻은 ‘정보’를 나열한 느낌.. 2022. 10. 5.
현대판타지 웹소설 리뷰: 영광의 해일로 외국의 전설적인 가수가 사고로 인해 평행세계의 한국 소년으로 살아가며 가수로 성공하는 이야기. 요즘에는 웹소설을 단순히 읽어주는 것을 넘어 성우를 고용해서 대사를 읽어주는 경우도 있다지만, 소설은 어디까지나 문자 기반의 매체다. 그러다보니 엄청난 노래실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은 많지만, 그 노래실력을 독자가 직접 체험할 방법은 없다. 그저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유추할 뿐. 그래서 가수가 주인공인 현대판타지 소설은 "이 가수 엄청나! 나 완전 팬이야! 노래는 못 들어봤지만."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고, 이걸 성공시키지 못하면 '노래'라는 수단으로 돈 벌고 유명해지는 그저그런 현대판타지 성공물로 전락하게 된다. '노래'를 '게임 실력'이.. 2022. 9. 28.
맛, 그 지적 유혹 맛, 그 지적 유혹 / 정소영 지음. 니케북스 (2018) 모든 글에는 그 나름의 전문성이 있다. 심지어는 “문학과 관련된 음식 이야기”라는, 굉장히 좁은 주제로 한정지어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명작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의 레시피에 주목하고, 어떤 사람은 작가의 인생에 대해 풀어내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음식과 관련된 당대의 사회상과 철학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책은 박사학위 두 개 정도 가진 사람이 문학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잡다하게 풀어내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책들은 많다. 특히 요즘처럼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대에는 음식 에세이도 별도의 항목으로 다루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책 중에서도 읽었을 때 지적인 깊이가 .. 2022. 9. 22.
무협소설 리뷰: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요리사가 여기저기서 인기가 많은 직종이 되다 보니 웹소설계에도 요리사 주인공이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로 현대 사회에서 중식 요리사를 하다가 무협 세계로 넘어간 케이스. 현대의 뛰어난 요리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음식을 선보이며 입지를 다지는 줄거리는 다른 소설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작가가 중국 특유의 꽌시나 체면 문화라던가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춘 덕에 글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탕수육을 만드는 장면 하나만 봐도 내공이 보인달까. 돼지고기를 손가락 굵기로 썰어주었다. 전생이라면 순살코기로만 만들었겠지만, 지방을 고기의 가장 맛있는 부위라고 생각하는 송나라 때는 고기 요리라면 지방과 같이 썰어내 주는 것이 일반적. 지방과 고기를 적당.. 2022. 9. 21.
여행 가는 날 여행 가는 날 / 서영 지음. 스콜라 (2018) 밤 늦은 시각, 할아버지의 집 문을 두들긴 낯선 손님.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 손님을 오랫동안 기다린 듯, 반갑게 맞이하며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장롱 밑의 비상금 동전들을 효자손으로 꺼내 모으고, 깨끗하게 목욕도 하며 먼 길을 떠난다. 아동 독자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기에 아이들이 낯설 수도 있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책.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처음 몇 페이지만 읽어도 '여행'의 실체를 알게 됨에도 불구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없는 통에 달걀이 다 익지도 않았을 텐데 봉지에 가득 담았어요. - 여행 가는 날, p10 여행 중에 길안내 손님과 나눠먹을 달걀 일곱 개를 삶는 .. 2022. 9. 15.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양과 늑대의 요람 서양의 속담 중에 “장님 나라에서는 애꾸눈이 왕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작은 재주를 지닌 사람이라도 그런 능력이 아예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초인과 같다는 뜻이다. 하지만 과연 진짜로 그럴까? “우주전쟁”의 작가로 유명한 H.G.웰즈는 “눈먼 자들의 나라”라는 단편소설에서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누네스는 우연히 장님들만 사는 나라에 도착하고 자신의 능력을 뽐낼 생각에 우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시각 없이 사는 데 익숙해져 있었고, 누네스가 ‘본다’라는 허황된 생각에 사로잡혀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여긴다. 결국 눈알을 계속 움직이는 것이 병을 일으킨다며 눈을 뽑으려는 바람에 도망쳐 나오는 것이 그 내용. 언뜻 보면 한 편의 코미디 같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2022. 9. 14.
발자크의 식탁 발자크의 식탁 / 앙카 멀스타인 지음, 김연 옮김. 이야기나무 (2016) 고리오 영감을 읽고 나서 발자크의 다른 책을 검색하던 와중 발견한 책. 음식에 대한 묘사를 통해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우회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작가들은 많다. 하지만 작가마다 문체가 다르듯,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여 메세지를 전달하느냐 역시 천차 만별이다. 예를 들어 빅토르 위고나 찰스 디킨스가 거칠고 양이 부족한 음식을 통해 궁핍함을 묘사하듯, 발자크는 화려한 음식을 통해 세속적인 열망과 더 높은 지위로의 상승에 대한 욕구를 세세하게 드러낸다. 이 책의 저자인 앙카 멀스타인이 말하듯 “굴의 맛보다는 굴을 주문하는 젊은이의 취향에 흥미를 느끼고, 차갑고 달콤한 크림의 맛보다는 그 크림의 가격에 관심이 간다.. 2022. 9. 8.
미식견문록 미식견문록 /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마음산책 (2009) 러시아어 동시통역사 겸 작가인 일본인의 음식 이야기. 직업과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과 그에 얽힌 이야기와 추억이 담겨 있다. 할바(Halva:러시아와 중동 지역의 달달한 디저트)나 스트로가니나(러시아어로 대팻밥. 혹한의 추위에 갓 잡은 생선이 몇 초만에 꽁꽁 얼면 대패로 갈아서 보드카와 함께 먹는다)처럼 흔히 접할 수 없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도대체 무슨 맛일까?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 특징. 각종 민간 설화와 역사 자료 등 풍부한 문헌이 함께 등장하는 것도 장점이다. 2022. 9. 2.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내가 투자하면 다 오른다 처음으로 주식에 손을 댄 것은 대학생 때였다. 장학금을 털어넣었는데 초심자의 행운 덕인지 수익률 약 40%, 백만원 넘는 수익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 뒤로도 두어번 짭짤하게 재미를 봤지만, 누구나 그렇듯 좋은 시절도 끝은 오는 법. 부모님이 “그렇게 수익률이 좋으면 이것도 굴려봐라”라고 맡기자마자 호되게 물려서 회복하는 데만 몇 년이 걸렸다. 결국엔 수익을 내고 빠져나오긴 했지만, 당시의 마음 고생은 다시는 주식판을 기웃거리지 않게 만들었다. 주식이라는 게 결국 회사의 가치나 시장경제 논리가 아닌, 사람들의 탐욕과 공포에 의해 굴러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현대판타지 소설을 읽다 보면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으로 돈을 마구 벌어들이는 통쾌함,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펑펑 쓰는 카타르시스는 .. 2022. 8. 24.
퓨전 판타지 소설 리뷰: 메테오 대신 우주선이 떨어졌다 #판타지 #SF #시간여행 지지부진한 원폴 요새 공방전을 한 방에 끝내기 위해 6년에 걸쳐 설치한 마법진. 그리고 마법이론가 보손은 그 마법진을 통해 천공의 운석을 소환해서 떨어트린다. 다만 문제는 그렇게 해서 요새를 박살낸 운석이, 알고보니 지구-화성 연방의 우주선이었다는 것. “인류가 접촉한 지적 생명체 35종. 그 중 첫 만남에 적대의사를 드러내거나 공격해온 건 단 3종. 그 세 종족은 지금 우주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빌어먹을 새끼야!” 유일하게 살아남은 승무원 위연우는 “이세계 놈들에게 갓-과학의 위력을 보여주겠어!”를 외치며 개틀링 광선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지구의 중세 시대 문명 수준이라던 과학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세계인은 엄청난 능력을 보이며 우주복의 원자로를 박살내는 것.. 2022. 8. 18.
맛의 과학 맛의 과학 / 밥 홈즈 지음, 원광우 옮김, 처음북스 (2017) 요즘들어 요리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유행이다. 굳이 분자요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수비드나 마이야르 반응처럼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요리 지식들이 지금은 마치 절대 법칙처럼 숭배받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접근법이 별로 탐탁치 않았는데, 요리란 결국 사람이 즐기고 소비하기 위한 것이고, 사람은 불완전하고 주관적인 존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과학으로 최고의 요리법을 찾아낼 수 없다”는 내 생각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준다. 절대미각에 대한 오해, 인체가 기본적으로 느끼는 맛의 작용, 그리고 맛보다 더 다양한 변수를 제공하는 후각, 많은 사람들이 과소평가하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촉감(식감).. 2022.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