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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이야기 맛 이야기 / 최낙언 지음. 행성비 (2016) 우리가 맛을 느끼는 과정에 대한 과학적, 사회학적, 철학적 고찰. 맛을 느끼는 작용은 미뢰와 후각 등 감각기관에서 비롯되지만 이러한 자극을 조합하고 이미지화 시켜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뇌가, 그리고 뇌가 그렇게 느끼도록 하는 것은 사회문화적 경험의 산물임을 알려준다. 지루하게 흘러가기 쉬울 수도 있는 내용을 ‘놀랄만한 팩트’나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풀어나가기 때문에 맛에 관심을 가진 입문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장점.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구입하는 가정용 설탕은 일년에 2킬로그램 정도에 불과하지만 정작 섭취량은 26킬로그램이라거나, 지상에서는 맛없던 토마토 수프도 비행기를 타면 맛있어진다거나, 절대미각이나 절대후각이 관련 업종을 선택하기에 유.. 2022. 8. 12.
현대판타지 웹소설 리뷰: 덕후들의 전성시대 현대물로 유명한 서인하 작가의 소설. 스위스 시계 딜러, 와인 유통사 사장, 카지노 딜러 등 우리에게 친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직업군을 쏙쏙 골라가면서도 마치 실제로 겪은 것마냥 해박한 업계 지식과, 주인공이 그 동네(?)에서 성공하며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잘 표현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번 작품 역시 웹소설 작가도 아니고, 웹소설 매니지먼트 대표가 되는 주인공의 성공담. 웹소설 작가인 친구 따라서 어찌저찌 하다보니 우여곡절 끝에 작가들 관리하는 매니저가 되고, 결국 업체 사장이 되면서 요즘 급격히 성장하는 웹소설판을 점령하기 위해 인간관계를 맺고, 또 뒷통수치는 인간들 응징하며 성공하는 이야기. 전체적인 글의 흐름이나 필력은 전작과 다를 것이 없는데, 긴장감이 없다! 업계 최전선에서 직접 구르는 웹.. 2022. 8. 10.
음식에서 삶을 짓다 음식에서 삶을 짓다 / 윤현희 지음. 행복우물 (2020) 명절 선물세트로 육포를 만들기 시작해서 점차 본격적으로 전통음식 업계에 발을 들이는 저자의 경험담. 육포와 한과, 떡케이크 등을 개발하고 명절 대목에 맞춰 고생해가며 물량 쳐내고, 중간중간 사람들과의 갈등도 일어나고 여러 사건의 연속이다. 중간중간 -책에는 자세히 안나왔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다툼과 결국 사업을 접었다는 결말을 보면 사업적으로 대성공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이렇게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타산지석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큰 계획 없이 되는대로 일거리가 생기는대로 떠맡고, 세금처리도 엉망이고,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도 식품위생법 개념도 없고, 남들이 내 것을 따라하면 도둑맞은것 마냥 억울하고, 무엇.. 2022. 8. 4.
계나 햄맨 - 집으로 돌아갑시다 적당히 몽환적이면서 적당히 현실적이고, 뭔가 내용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 무슨 이야기냐고 하면 잘 모르겠고, 엄청 뛰어난 그림체는 아니면서도 왠지 마음에 드는 작화. 한 마디로 완전 내 취향이다. 딱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라면... 작가가 군대를 간다는 거. https://blog.naver.com/mrblock01/222760169500 계나 햄맨 저 이제 군대 다녀오겠습니다. blog.naver.com 2022. 7. 22.
매일의 빵 매일의 빵 / 정웅 지음. 문학동네 (2019) 요리하는 사람들이 책도 많이 내고, 책 내고 글 쓰는 사람들이 요리도 많이 하는 세상이다. 서울의 빵집 순위를 매기면 언제나 상위권을 유지하는 “오월의 종” 창업자가 쓴 책. 자신의 경험과 느낀 점을 마치 그가 만들어내는 빵처럼 소박하고 꾸밈없이 써냈다. 문학적으로 본다면 엄청나게 재밌다거나 필력이 뛰어나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기본에 충실한 빵과 기본에 충실한 삶이 만들어내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종종 매장에 와서 왜 커피는 안 파느냐고 묻는 손님들이 있다. (중략) 빵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나의 생각을 반영한 일이다. 커피 같은 제품에 어설프게 손댈 용기도 없고 실력도 없으니 아예 하지 말자는 무식한 논리이기도 하다.” “한참을 .. 2022. 7. 22.
위, 셰프 위, 셰프 / 마이클 기브니 지음, 이화란 옮김. 처음북스 (2015) 가끔 요리학교를 졸업한 것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볼 때가 있다. 직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얻게 된 이득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역시 레스토랑 주방이라는 또 다른 세계에 발끝이나마 담궜다는 것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뉴욕의 수많은 레스토랑 중 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원래 제목인 '수셰프'가 의미하듯, 책의 주인공은 레스토랑 주방장의 바로 아래 부주방장으로 일하며 위로는 각종 주문과 지시를 받아들이고, 아래로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일의 흐름을 통제하며 급한 경우엔 직접 전선으로 뛰어들어 요리를 한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그렇게 와닿지도 않고 재미도 없을 수도 있다. (아닌가.. 2022. 7. 14.
판타지 소설 리뷰: 크루세이더 알브레히트 연대기와 불꽃의 기사를 잇는 세 번째 이야기. 그래도 동시대의 인물들이 등장했던 두 전작에 비해 이번 이야기는 수백년을 훌쩍 뛰어넘어 시작된다.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그 죄업을 갚기 위해 또 다른 살업을 저질러야하는 십자군 기사(크루세이더) 게르하르트의 모험 이야기. 하지만 단순히 모험이라는 단어가 주는 즐겁고 신나는 느낌과는 거리가 먼 고행길이다. 알브레히트처럼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며 적들을 참살하는 건 비슷하지만 이미 인생 밑바닥을 경험한 탓인지 꽤나 염세적이고 허무주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만 역대 주인공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던 기사로서의 명예에 대한 자부심은 공유하는 듯. 종자를 받아들이며 하는 말이 그의 기사도를 잘 보여준다. "잘 들어라. 기사는 목숨보다 명예와 자존심을 우선해.. 2022. 7. 13.
대체역사 판타지 소설 리뷰: 역사 속 무기상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명작 영화 목록을 만든다면 ‘로드 오브 워’가 빠지지 않는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비정한 국제 정세와 암흑무기상의 현실을 실감나게 그려냈기에 그 어떤 전쟁영화보다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무기상. 생명을 빼앗는 도구를 팔아 돈을 버는 사람. 마약 밀매와 함께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구축하는 커다란 기둥이다. 하지만 다른 범죄조직과는 차별되는 부분이 있으니, 전쟁은 왕들의 거래(War is the trade of kings)라는 말처럼 거대한 세력들의 충돌로 발생하는 부스러기를 먹고 산다는 점이다. 자신이 게임의 주체가 되지는 못하지만, 누구보다 국제 정세에 발빠르게 대응하며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무기상의 이야기는 폭력적인 동시에 정치적이다. 이 .. 2022. 7. 9.
몽환화 몽환화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비채 (2014) “탁상 위에는 차가 든 페트병과 찻잔이 놓여 있었는데 방석에 쏟아진 것은 차가 아니라 순수한 물이었다고 하더군요. 물을 쏟은 게 아키야마 씨인지, 아니면 범인인지, 왜 물인지, 모두 불명인 상태입니다.” “커피는 아니다. 차도 아니다. 그럼 무엇을 위해 물을 끓였나. 진상은 매우 단순합니다. 마시기 위한 물입니다. 이른바 백탕이라는 거죠. 아키야마 씨는 차 대신에 백탕을 찻잔에 넣어 마셨습니다. 이는 차를 끊은 사람에게는 매우 일반적인 일입니다.” 백비탕에 대해 알아보다가 백탕이 트릭으로 사용된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한 몽환화. 이제는 멸종되어 역사 기록 속에서만 존재하는 신비의 노란색 나팔꽃. 그리고 이 꽃을 길러보려던 노인의 죽.. 2022. 7. 8.
만국과자점 마음가는대로: 무슨 과자든 만들어 드립니다 만국과자점 마음가는대로 / 미조쿠치 사토코 지음, 김현화 옮김. 소미미디어 (2021) 무라사키 소스케가 주인인 ‘만국과자점 마음 가는 대로’는 그 이름에 걸맞게 일본 화과자에서부터 우주식까지 과자라고 이름붙은 것은 다 만드는 가게다. 특히 손님에게 특별 주문이 들어오면 무엇이든 만들어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르바이트생 구미와 함께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에 얽힌 과자를 만들어주는 것이 주된 내용. 300페이지짜리 작은 책에 24개의 에피소드가 담겼으니 그야말로 초단편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길이도 그렇거니와 이야기의 진행 역시 빈말로도 ‘깊이가 있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 소설책이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세이였다면 또 모를까. 다만 세계 각국의 과자 - 롤케이크나 만주같은 익숙한.. 2022. 6. 14.
좀비전쟁 이후 인터뷰 보고서 디씨에서 연재된 좀비 아포칼립스 만화. "월드워Z(소설)"처럼 각계 각층의 관련자와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지난번 급양만화도 그랬지만, 내용과 전개가 몰입력 있으면 그림은 졸라맨 작대기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라도 상관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힌다. 사람의 상상력(좀비 아포칼립스)에 디테일을 극한까지 더하면 어떤 작품이 나올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인듯.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시리즈 중 최고의 걸작인 기사편이 완결나지 않았다는 거. 하지만 옵니버스식 구성이라 그 에피소드 빼고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hit&no=16914&s_type=search_subject_memo&s_keyword=%EC%A2%80%EB%.. 2022. 6. 9.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러스트 전작, 더스트(Dust)를 재미있게 봤기에 이번에도 따라가는 글라딘 작가의 러스트. '녹슨다'는 제목이 잘 어울린다는 감상이 들 정도로 점점 무너져가는 현대 문명을 잘 그려낸다. 주인공 마루는 어지간히 잘 살던 집이 하루 아침에 풍비박산 나며 정육업체에서 일을 시작한다. 고되지만 점점 칼질에 맛(?)이 들려가던 차, 일본으로 파견 나갔다가 자신이 일하던 축산회사가 실제로는 마약을 유통하는 범죄 조직임을 알게 되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그대로 죽어줄수는 없으니 마주치는 조폭들을 조/폭으로 썰어버리고, 그러다 보니 점점 상급자가 등장하며 가족들을 인질삼아 위협도 받는다. 초반에는 이렇게 소소한(?) 규모의, 하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액션 활극을 찍는다 싶었는데... 일본에 대지진이 터지고 북한 출신 .. 2022.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