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592 대체역사 소설 리뷰: 로마 재벌가의 망나니 워낙 오랜 기간 존속되며 서양 국가들의 정신적 토대 비슷한 것이 되어놓다보니 고대 로마에 대한 동경심이나 호기심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꽤나 높다. 로마와 카이사르 빠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비롯해서 드라마 Rome까지 우리나라에서 제법 인기가 많았던 것 역시 그 반증이라고 할 수 있을 듯. 그래서 수많은 현대인들을 과거로 날려보내는 요즘 세태에 걸맞게 도서관에서 낮잠 한 번 자고 나니 어느 새 고대 로마로 떨어져버린 주인공. 그것도 삼두정치의 한 축이었던 크라수스의 아들로 빙의되어버린다. 그 후로 망나니였던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의 지식을 가져와서 먼치킨으로 변신하는 게 주 내용.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그냥저냥 볼만한 수준인데 문제는 주인공이 각종 기술과 사회체계를 들여오면서 역사 뿐만이 .. 2021. 3. 6. 판타지소설 리뷰: 납골당의 어린왕자 예전부터 추천글은 많이 봤는데, 주로 구독하는 웹소설 플랫폼에는 올라오지 않은 관계로 미뤄두었던 소설. 다 보고 난 후의 소감은, 그야말로 명불허전. 오래간만에 “소설을 읽기 전의 나보다 소설을 읽고 난 후의 내가 좀 더 발전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까지는 멀지 않은 미래, 우연의 결과물로 초고성능 인공지능이 탄생하고 그 인공지능 덕에 사람들은 뇌와 척수를 뽑아내어 가상현실 세계에서 영원히 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옛 것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 국내의 한 재벌은 가난한 아이(의 부모)에게 돈을 주고 그 젊고 파릇파릇한 육체를 구입해서 자신의 정신을 옮겨담는다. 그리고 몸을 빼앗긴 아이, 겨울은 역병이 번지며 멸망이 다가오는 세계관의 가상현실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며 세상을.. 2021. 3. 4. 킹 세종 더 그레이트 국뽕에 취한다는 건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위대함에 취해 애국심이 절로 뿜어져 나오는, 마약을 흡입한 것과도 같은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조금만 삐끗하면 파시즘이나 나치즘같은 극우주의로 변질될 우려도 없잖아 있지만, 국뽕이라 함은 그런 민족우월주의 성향은 많이 옅어진 탓에 대다수의 경우는 ‘한국 선수가 국제무대에서 우승하는 것에 열광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이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거둔다 해도 이것이 국가 전체를 반영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카즈히로 감독에게 국뽕 좀 타먹으려고 “일본인으로서, 일본에서의 경험이 상을 타는데 도움이 되었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그 문화에 진저리가 나서 일본을 떠나 미국인이 되었습니다”라고 노빠꾸 스트레이트를 꽂은 것처럼, 우리나.. 2021. 2. 28.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고리오 영감 19세기 유럽은 그야말로 복마전이라 할 수 있었다. 1%도 안되는 부유층과,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10%의 고급 노동자, 그리고 죽지 못해 살아가는 하층민이 나머지 90%를 차지하는 현실 속에서 축복받은 이들은 ‘오만과 편견’을 찍고 버림받은 이들은 ‘레미제라블’을 찍는 상황.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출세를 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어떻게든 결혼을 잘 해서 상류층으로 편입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요즘으로 비유하면 의사나 변호사로 아무리 성공해봤자 조그마한 건물 한 채 갖고 있는 건물주가 버는 수입 발끝도 못 따라가는 경우랄까. 물론 그 당시에는 건물주라기보다는 농장이나 사업체를 가진 귀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의 제목은 ‘고리오 영감’이지만 주인공은 으젠 라스티냐크라는 젊은이다. 두.. 2021. 2. 23. 대체역사 소설 리뷰: 갬블링1945 조선 최고의 도박사가 암울한 조국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목숨을 버리고, 그 아들인 선우진은 뛰어난 도박의 재능과 더불어 운과 카리스마 등을 모두 지닌 채 성장한다. 가난한 조선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쓸어담기 위해 야쿠자 조직에서 파견된 도박사를 털어버리고 이를 계기로 일본인 귀족 행세를 하며 도박을 무기삼아 사업을 일으켜 돈을 벌고 고위 관료들과 친해지는 한편 인재를 기르고 독립군을 후원하며 역사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 주 내용. 사실 갬블이라는 측면에서는 좋게 봐줄만한 소설은 아닌데, 뭐랄까 도박 특유의 긴장감이나 스릴이 없기 때문. 주인공의 능력으로 아주 대놓고 남의 패도 읽고, 어떤 패가 떨어질지 다 계산해서 컷팅을 하는 마당에 이미 도박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허영만의 타짜나 원사운드의 텍사스 홀덤(.. 2021. 2. 21. 대체역사 판타지 소설 리뷰: 위대한 총통 각하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대체역사물은 꽤나 많다. 이미 연합군이 승리한 역사이기에 역사를 바꾼다는 건 꽤나 위험한, 다시 말해 나치 독일이 승리하는 이야기를 써내야 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한 발 떨어진 한국인 입장에서라면 일본 제국만 어떻게든 손절해버리고 유태인 학살같은 반인륜적 범죄에서 손만 떼면 어찌저찌 유쾌한 대체역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도 하다. 이 소설, 위대한 총통각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되는 소설. 1차대전 당시의 독일군 소위로 환생한 주인공이 어찌저찌 하다가 전우를 구해줬는데, 이게 알고보니 히틀러. 한편으로는 히틀러를 교육(?)시켜 인간 말종에서 벗어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힌덴브루크 대통령의 사위가 되며 대공황의 위기에서 독일을 구해내려고 애쓴다. 대.. 2021. 2. 7.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막장 드라마의 제왕 드라마 입봉작을 말아먹고 공무원으로 일하던 주인공. 이제는 길거리 가로등만큼이나 흔해진 회귀 트럭에 치이며 자신이 막 입봉작을 제작하던 과거로 되돌아간다. 세계 3대 영화제를 모조리 석권한 영화감독의 유령이 들러붙고, "시스템"이 생기고... 무엇보다 "1825일 내에 궁극의 막장 드라마를 만든다"는 목표가 걸린 채로. 과거로 회귀해서 승승장구하며 탑스타가 된다거나, 아이돌 그룹을 키운다거나, 명작 영화를 만든다거나 하는 현대 판타지는 많지만 시청률과 막장도를 둘 다 잡아야 하는 목표는 꽤나 참신하다. 캐릭터도 괜찮고, 웃겨야 할 부분에서는 웃기고, 진지해야 할 부분에서는 진지하면서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소설 내에서의 첫 번째 작품이 끝나고 두 번째 드라마 들어가면서부터 뭐가 뭔지 모르게 마구 섞이.. 2021. 2. 4. 대체역사 판타지 소설 리뷰: 대항해시대에서 살아남기 대항해시대. 오랜 옛날 게임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늘날 밀짚모자를 쓴 해적 일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낭만과 동경을 느끼는 시대. 당시의 항해라고 하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다는 면에 있어서는 그 개척정신과 예산 소모에 있어서 오늘날의 우주 여행과 맞먹으면서도신항로 무역을 통해 대박을 치면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트코인에 비견될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내 생활은 인권따위는 개나 줘버린 극악한 환경이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인세의 지옥과 천국을 모두 묘사할 수 있는 소재가 아닐 수 없다.하지만 그 소재를 어떻게 풀어내는가는 역시나 오롯이 작가의 역량. 전개에 따라서 RPG모험 뺨치는 판타지가 되는가 하면 중세시대의 직업루트 최고봉인 봉건영주 영지개발물이 되기도 한다.. 2021. 1. 28. SF 판타지 소설 리뷰: 약먹는 천재마법사 회귀, 환생, 빙의, 이세계 진입 등의 이른바 “인생 2회차” 설정이 편한 이유는 캐릭터 설정을 작가의 마음대로 주물러도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성장에는 온갖 시련과 고뇌가 뒤따르기 때문에 “성장 소설”이라는 분류가 따로 있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장르 소설에서는 스테이터스창의 레벨 업 경험치 정도로 표시하곤 한다. 독자가 알아보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등장인물의 변화에 깊이 공감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이런 무미건조함을 보완하기 위해 독특한 설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약 먹는 천재마법사”에서처럼 지능에 포인트를 올인한, 육체 능력은 바닥을 기는 주인공도 그런 식으로 탄생한다. 따지고 보면 ‘머리 좋고 몸은 약한’ 캐릭터는 꽤나 고전적인 설정이긴 하다. 무협 소설만 보더라.. 2021. 1. 5. 판타지 소설 리뷰: 강과 먼지의 왕자 비록 분야가 다르지만, 작가로 등단한 이력도 있고, 무엇보다 장르소설을 탐독한 지도 어언 20여년을 훌쩍 뛰어넘다 보니 ‘나도 판타지 소설 하나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무럭무럭 들 때가 있다. 소설에 녹여 넣을 주제도 있고, 써먹을 만한 소재도 있고 캐릭터도 여럿 등장해서 머릿속을 뛰놀고 있건만 선뜻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 가지. 내가 봤을 땐 굉장히 잘 쓴 소설들이 모래바람에 파묻히는 고대 유적처럼 그 화려함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고 묻혀 사라지는 것을 자주 보아왔기 때문이다. 웹소설 플랫폼 특성상 진입 장벽이 없다싶을 정도로 낮고, 그러다보니 제목부터 소설 초반부까지 자극적인 내용으로 떡칠을 하며 소위 ‘어그로’를 끌어도 운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 지경이니, 많은 사람이 “웹소설판은 운칠기삼”이.. 2020. 12. 29. 판타지 대체역사 소설 리뷰: 대영제국 함장이 되었다 혼블로워나 마스터 앤 커맨더와 같은 나폴레옹 전쟁 시절의 영국 해군 이야기를 꽤나 재미있게 읽은 탓에 제목에 이끌려 읽기 시작한 소설. 하지만 기대와는 약간 다르게 나폴레옹 전쟁 시절이 아니라 1차 대전과 2차 대전의 중간 쯤 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원래 역사와는 다르게 미국과 박터지게 전쟁하는 영국. 그리고 거함거포주의의 산물인 전함(Battleship)을 사랑하는 한국인이 트럭에 치여 영국 해군 장교에 빙의된다.역사가 달라진 탓에 정확한 미래 예지는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주요 인물에 대한 정보와 앞으로의 해전이 변화하는 방향에 대한 지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인공 보정을 바탕으로 승리를 이끌어 나간다.전함이 바다를 주름잡는 시대의 해전이라면 거의 치킨 게임에 가깝다. 커다란 배에 커다란 함포와 두.. 2020. 12. 24. 동급생 그 아이가 일어섰다. “그라프 폰 호엔펠스, 콘라딘이라고 합니다.” 그가 자기소개를 했다. “1916년 1월 19일 뷔르템베르크의 호엔펠스 성에서 태어났고요.” 그러고는 자기 자리에 앉았다. 왠지 판타지 소설의 잘난 주인공이 할 법한 자기소개. 그의 이름만큼이나 옷차림과 행동거지가 귀족스러운 전학생이 오면서 소설의 열 여섯살 주인공 ‘나-한스 슈바르츠’의 관심은 오로지 콘라딘의 친구가 되는 것에 쏠린다. 서로의 취미를 공유하고 조금씩 친해지며 세상을 다 가진듯한 감격에 휩싸이는 나. 하지만 나치당이 집권하고 급변하는 독일의 상황은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든다. 이 책의 서평에 자주 등장하는 ‘조그만 책’이라는 표현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한 손에도 들어올 법한 조그만 판형도 그렇고, 160페이지라는 길이 역시.. 2020. 12. 22.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5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