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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음식을 주제로 하는 만화는 많다. 요리만화보다는 적지만 이러한 음식들이 보여주는 인간관계를 다루는 만화 역시 많다. 하지만 요리가 아니라 일상적인 식사를 소재로, 이와 얽힌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만화는 그닥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심야 식당은 우리에게 뭔가 좀 더 깊은 차원의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보통 사람들에게 '신의 물방울'에서처럼 이름도 발음하기 힘든 와인을 마시며 넓은 꽃밭의 춤추는 여인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식객'에서 시장표 돼지국밥을 먹는 장면은 이보다는 친숙하지만, 그래도 어쩌다 가끔 접할뿐 매 끼니마다 먹기 쉬운 음식들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요즘엔 웹툰 중심으로 그야말로 집에서 해먹는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도 종종 올라온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정도도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의 전유.. 2010. 9. 14.
사냥꾼의 현상금 견인도시 연대기, 제 2권. "사냥꾼의 현상금" 전쟁으로 인해 자원이 바닥나자 사람들이 도시를 들어내서 바퀴 위에 얹고 달리며 보다 작은 도시들을 집어삼키는 미래 세계. 전편(http://blackdiary.tistory.com/681)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런던 출신 견습 고고학자 톰과, (미녀가 아니라는 것만 빼면) 전형적인 막무가내 여성 모험가 헤스터가 다시 등장한다. 비행선 제니 하니버를 물려받아(?) 여행을 계속하는 커플. 얼음 도시 앵커리지와 아메리칸 드림을 주장하는 페니로얄 교수, 반견인도시연맹의 급진주의자들인 그린 스톰과 안나 팽의 부활,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던 엉클의 등장, 거대도시 아크에인절의 숨막히는 추격... 이건 뭐 너무 많은 사건,사고 소식에 9시 뉴스 전체가.. 2010. 9. 11.
유령여단 지난번에 읽었던 노인의 전쟁(http://blackdiary.tistory.com/678)의 후속편. 후속편이라고는 하지만 등장인물은 대거 바뀌었고, 분위기 역시 상당히 달라졌다. 전편이 새로운 우주를 접하며 벌어지는 전쟁 소설이었다면 유령여단은 그 반대로 개인의 내면세계와 정신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벌어지는 전쟁 소설이라고나 할까. 지구인(우주개척연맹)을 배반한 배신자의 생각을 알아내기 위해 만든 복제인간이 주인공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렇다고해서 존 스칼지 특유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사라진 건 아니다. 좀 진지하긴 해도 노인의 전쟁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이어진다. 3부작의 마지막인 '마지막 행성'이 빨리 발간되었으면 하는 생각. 2010. 9. 11.
한니발 영화계 최고의 악당으로 항상 1위를 지키던 다스베이더를 몰아낸 장본인, 한니발 렉터 박사. 그가 등장하는 소설은 레드 드래곤(1981)-양들의 침묵(1988)-한니발(1999)-한니발 라이징(2006)순으로 출간되었다. 하지만 영화화된 순서는 약간 다른데, 양들의 침묵(1991)-한니발(2001)-레드 드래곤(2002)-한니발 라이징(2007)의 순서다. 더 헷갈리는건, 내용상 사건이 벌어진 순서는 한니발 라이징-레드 드래곤-양들의 침묵-한니발 순서라는거. 개인적으로는 일단 영화를 순서대로 다 훑어보고 소설을 순서대로 읽기를 권장한다. 양들의 침묵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원작 소설이 더 낫다고 생각되는데다가 소설 원작의 영화는 소설을 미리 읽고 보면 왠지 흥미가 덜하기 때문. (영화를 보고 나서 소설을 .. 2010. 9. 7.
달콤한 열대 가끔 목적없이 도서관 가서, 정처없이 휘적휘적 걸어다니다가 눈에 띈 책을 골라잡고 읽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 책, "달콤한 열대"도 그런 식으로 건진 책이다. 전체적으로는 저자가 여기저기 여행다니면서 먹었던 맛있는 열대 과일들에 대한 이야기. 색깔 예쁘게 넣은 열대 과일의 그림을 보면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더 임팩트가 컸던건 3장, '바나나 - 추억과 공화국 전쟁' 편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집어먹던 바나나가 알고보니 독재정권의 자금줄이었던 것. 이게 두배로 충격이었던 이유는, 당시에 즐기던 커피쪽에서도 공정무역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략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기분'이랄까. 그리고 좀 더 찾아봤는데, 사방팔방에 이런게 널려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커피, 차.. 2010. 8. 11.
모털 엔진 거대한 전쟁으로 황폐해진 미래. 사람들은 부족한 자원을 채취하기 위해 도시를 통채로 바퀴 위에 올리고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더 작은 도시를 집어삼키고 더 큰 도시에 잡아먹히며 점점 더 커져가는 도시들. 그리고 고전적인 방식으로 도시를 만들어가는 반견인도시 연맹과의 대립.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고대 무기가 발굴되면서 벌어지는 음모, 추적, 모험 등등~ 다양한 모습의 움직이는 도시들은 왠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상시키고, 여기에 비행정 편대와 기계인간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풍경은 전형적인 스팀펑크 SF판타지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더 큰 도시(체제)가 다른 작은 도시를 통채로 포획해서 산산조각내고, 그 부속품을 흡수하고, 거주민들을 노예로 만드는 모습은 왠지 이게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헷갈리게 만.. 2010. 8. 11.
노인의 전쟁 이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에게, 젊은 몸과 새로운 인생을 줄테니 10년간 전쟁터에 나가 싸우라고 한다면? 이러한 상상에서 시작된 SF 전쟁 소설이 바로 '노인의 전쟁'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내용은 스타쉽 트루퍼스와 비슷하지만 주제의 무거움 면에서는 그보다 좀 가볍고, 그만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게 장점이자 단점일듯 하다. 물론 소설 속에서 다루는 여러가지 소재는 나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만 어디까지나 살짝 언급만 할 뿐, 본격적으로 파고들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본문에서 나오는, 늙은 몸에서 새로운 몸으로 정신을 이동시킬때 보여주는 광경은 여기에 집중하자면 이것만 갖고도 책 한권 따로 나올법한 분량이지만 3~4페이지 정도 언급하고 만다고 할까. 그러므로 이 소설을 본다면 그저 머리를 비.. 2010. 8. 10.
괴담 한 나라의 문학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물론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국력도 중요하고, 뛰어난 작품이 나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많은 문학작품들이 번역되어 외국에 소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일본 문학과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차지하는 위치나 위상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이 책 - 괴담만 하더라도 본질적으로는 일본 민간에 전승되어 내려오던 각종 설화를 묶은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출신의 그리스계 서양인이었던 저자, 라프카디오 헌이 일본에 심취되어 귀화까지 하면서 번역하고 소개했기 때문에 국제적인 문학사상에서 일본 문학이 차지하는 위치를 몇계단 상승시키는 계기가 되.. 2010. 8. 6.
최후의 끽연자 일본 SF소설계의 거장, 츠츠이 야스타카 단편집. 그의 대표작인 '파프리카'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은 그야말로 허무맹랑, 기괴발랄하다고나 할까. 현실속에서 살다가 난데없이 튀어나온 구멍에 빠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드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이 철학적 깊이가 깊다거나, 심오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부담없이 즐거운 (혹은 어이없는) 상상을 만끽할 수 있다는게 이 책의 장점일듯 하다. 2010. 8. 5.
스티븐 킹 단편집 - Night shift 메이져 소설작가이며, 공포소설쪽에선 독보적인 존재인 스티븐 킹. 장편 뿐만 아니라 단편도 많이 썼기 때문에 그의 단편집도 여러권 존재한다. 이건 그 중 하나인 'Night Shift'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철야근무'를 비롯하여 20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 단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금연 주식회사'도 있고, 기계에 대한 공포심이 무럭무럭 솟아나오게 만드는 '맹글러'나 '트럭'도 나쁘지 않다. 사람에 따라선 간혹 가다 지루하게 느껴지는 단편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건 그냥 넘겨버릴 수 있다는게 단편집의 묘미. 스티븐 킹이 서문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운전하고 가다가 잠시 속도를 줄이며 사고현장을 보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 역시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듯 하다. 2010. 8. 5.
이끼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만화 장르가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양영순이 스크롤을 통해 마치 그라데이션 효과를 보는 듯한 기법으로 유명한 반면, 윤태호는 스크롤바를 내릴때마다 영화의 한컷 한컷이 넘어가는 것 같은 구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끼의 장점은 이러한 혁신적인 화면 구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제목처럼, 이끼가 들러붙어가는 습하고 어두운 구석처럼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유지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만화적 과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역동적인 수묵화를 보는 듯한 전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만화의 줄거리도 이러한 표현과 잘 어우러지며 한층 더 몰입감을 준다. 어두운 곳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인간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를 밝혀내려는 주인공. 처음 접할땐.. 2010. 8. 2.
덱스터 드라마로 유명한 '덱스터'의 원작 소설.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어둠 속의 덱스터에 이어 이번에는 친절한 킬러 덱스터까지 번역, 출간되었다. 세상에는 워낙 부조리한 일들이 많고,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악질 범죄자들도 많은 법. 그리고 이렇게 자신의 죄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고 도망친 연쇄 살인자들만 골라서 살해하는 연쇄 살인범이 바로 덱스터다. 연쇄 살인범이 주인공이지만 흔한 스릴러와는 다르게 블랙 코메디도 적절하게 섞여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다만, 어둠 속의 덱스터는 작가가 페이스를 잃었는지 초현실적인 존재를 끌어들이면서 망쳐놨고, 그래서 독자들이 엄청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최신판인 친절한 킬러 덱스터는 예전의 흐름을 되찾은듯. 트라우마로 인해 인간.. 2010.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