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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타워 재미없는 작품보다 더 용서하기 힘든건 재밌는데 중간에 점점 재미없어지는 작품이고, 그보다 더 용서하기 힘든건 세월아 네월아 질질 끌며 조금씩 출간되는 재밌는 작품이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증오심은 그 작품의 연재주기가 늦어질 수록, 그리고 그 작품이 재미있을수록 더 커지기 마련이다. 만화계에서는 이런 작품들이 꽤 많다. 도박묵시록 카이지라거나 베르세르크 등등. 심지어 유리가면의 작가인 미우치 스즈에는 '내 손에 신이 들려야 만화를 그릴 수 있다'고 했던가. 그런 의미에서 팬들의 만만치않은 증오를 유발시키는 소설이 바로 스티븐 킹의 '다크 타워'연작이다. 작가도 언급한 바 있지만, 서부 영화와 반지의 제왕을 섞어놓은듯한 이 묘한 분위기는 스티븐 킹의 필력과 더불어 보는 사람을 점점 더 빠져들게 만든다. 숙.. 2010. 7. 13.
테메레르 예전에 '퍼언연대기(http://blackdiary.tistory.com/514)'를 리뷰하면서도 언급했지만, 드래곤이라는 동물은 인간에게 각별한 존재로 묘사되곤 한다. 그 중 걸작으로 꼽히는 소설이 바로 테메레르. 배경은 '혼블로워(http://blackdiary.tistory.com/275)'나 '마스터 앤 커맨더'등의 해전 소설에서 주로 다루는 나폴레옹 시절. 대륙을 제패한 나폴레옹이 주구장창 영국을 괴롭힐 당시의 내용이다. 하지만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용들이 존재하는 세계라는 거. 만약 드래곤이 실존했다면 어떻게 변했을까, 라는 상상이 가미된 대체역사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드래곤과 인간의 관계는 왠지 퍼언 연대기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으니, 퍼언 연대기가.. 2010. 7. 9.
엠마 '계급을 뛰어넘은 사랑'이라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기있는 소재다. 시골 무지렁이 소년이 어찌어찌하다 용사가 되어 공주를 구출하는 내용이나 재투성이 소녀가 요정의 도움을 받아 왕자와 결혼하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우리나라만 해도 춘향이와 이도령이 그런 케이스 아니던가. 그러다보니 산업혁명 시대의 영국, 그리고 메이드에 미쳐있는 만화가가 이러한 주제로 만화를 그리게 된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야기만 놓고 보면 크게 대단할 건 없다. 그냥 고아 출신의 메이드가 어찌어찌하다가 부잣집 도련님의 눈에 들어 이런저런 역경을 딛고 일어나 끝내는 해피엔딩~이 전부. 하지만 이 내용을 갖고 완결되기까지 만화책이 10권이나 나왔다는건 그 사이에 모리 카오루(작가)가 얼마나 불타오른 것인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2010. 7. 8.
더미 더 맛있는 것을 먹고싶어하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이러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벌어지는 다양한 시도. 여기에 도덕성과 윤리 문제가 결부되면서 화두를 던져준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 위해 인간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가. 사실 이러한 주제는 지금까지 상당히 여러번 다루어졌던 내용이기도 하다. 미국 SF영화의 명작 중 하나인 '소일렌트 그린(1973)'이나 아서 클라크의 단편소설 '신들의 음식'만 봐도 더미가 이러한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물론 소설의 수준 자체는 앞서 말한 최고 수준의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한단계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장르 문학의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괜찮은 주제를 접하기 쉽게 풀어내면서도 전반적인 글의 퀄리티가 지나치게 가볍.. 2010. 6. 28.
악티온의 승부사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소설을 하도 많이 보다보니 이젠 뭐가 뭔지 구분이 가지 않는 상황. 그래서 오래간만에 완결까지 나온 것 중 하나를 골라보기로 했다. 6권 완결로 그닥 부담되지 않는 악티온의 승부사. 잔머리 잘 굴러가는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 이용해서 성공해나가는 이야기다. 글의 구성이라거나 내용이 엄청나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대다수 잡타지처럼 중간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마지막 부분이 흐지부지 빠르게 끝난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그럭저럭 깔끔한 결말인듯.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먼치킨 진화형이 아니라는 게 마음에 든다. '하얀 늑대들'의 마이너 버전 정도로 생각하고 킬링타임용으로 가볍게 읽을만한 소설. 2010. 6. 28.
로빈슨 크루소 - 아후벨의 그림 이야기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세계 명작 대열에 들어가는 작품인지라 다양한 형태로 번역도 많이 되어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인 관계로 완역본부터 아동용 그림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출간되어있는데, 이 책은 다른 의미에서 노소를 불문하고 즐겁게 볼 수 있을듯. 그림책이라고 하면 대부분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그림이 주를 이루고 글자는 약간씩만 첨부되어 간략화된 내용만을 보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후벨의 그림 이야기는 아예 글이 없다. 오로지 그림뿐. 그리고 이런 그림책은 오히려 제대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일러스트에만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에 그림 한장 한장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워야 하기 때문일거다. 때문에 글자 하나 없이 그림만 .. 2010. 5. 6.
세계대전Z 마징가Z나 슈퍼로봇대전Z가 끼친 영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Z라는 알파벳은 거대한 로봇이나 오버테크놀로지를 연상시키곤 한다. 그래서인지 세계대전Z를 처음 봤을때도 왠지 모르게 전형적인 SF 전쟁소설 아닐까~라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세계대전Z의 Z는 좀비의 Z. 지구에 사는 인간들을 멸망 직전까지 끌고갔던 좀비 전쟁의 이야기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등장한 이래 좀비는 뱀파이어와 더불어 공포의 대상으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내가 볼때 좀비(와 뱀파이어)는 사람을 잡아먹는 포식자로서의 공포와 불가사의한 불사의 존재에 대한 공포, 그리고 결정적으로 희생자를 동족으로 만든다는 점에서의 공포가 어우러지며 묘한 매력을 주는듯 하다. 특히 요즘과 같이 에이즈나 사스, 신종인.. 2010. 4. 25.
우게쓰 이야기 일본의 고전 설화라고 할만한 이야기 모음집. 저자인 우에다 아키나리는 이 책의 서두에서 '나관중이나 무라사키 시키부는 세상에 있지도 않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써서 자손들이 벙어리로 태어나거나 지옥에 떨어지는 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독자들 역시 이를 진실이라 생각하지 않으니 내가 새로운 이야기를 내놓는다 해도 죄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써놓았다. 하지만 내가 볼때 이 사람의 죄는 '유언비어 유포'가 아니라 '표절'인듯 싶다. 책의 절반 이상은 이미 중국 고전 설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 에도 시대에는 이런 일이 워낙 비일비재하게 일어난지라, 이렇게 중국 소설이나 희곡을 번역, 번안한 글들을 '요미혼'이라고 부르며 하나의 독립된.. 2009. 8. 22.
인사이트 밀 전형적인 밀실 연쇄살인에 참가자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아레나를 첨가시킨 이야기. 한마디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배틀 로열'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참가자들은 잡지 광고에 난 '비정상적일정도로 높은 시급을 보장하는 아르바이트'에 끌려서 온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겐 지하 실험시설 안에 방이 제공된다. 방과 함께 제공된 것은 한개의 '살인무기' 다른 사람을 죽이면 보너스. 범인을 밝혀도 보너스. 범인으로 탄로나서 감옥에 갇히면 벌금. 이 간단한 규칙하에, 모든 사람들은 '굳이 사람을 죽여가며 돈 벌 필요까진 없다. 약속된 시급만 받아서 나가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그냥 시간때우기로 약속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누군가가 죽어나가고, 그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맨 마지막에 이 모든 일.. 2009. 8. 22.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좌절을 겪은 평범한 사람이 마치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처럼 신비한 경험을 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 성공했다는 줄거리의 자기계발서.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팔아먹는게 자기계발서의 숙명. 그러다보니 마쉬멜로우나 인디언의 가르침, 치즈조각으로는 포장하는데 슬슬 부족함을 느꼈는지 이제는 시간 여행을 하며 전설적인 위인들을 만나서 교훈을 얻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나보다. 결단, 지혜, 행동, 운명, 선택, 용서, 믿음.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실천하기엔 힘든 것들의 나열. 시간여행으로 덮어놔서 그런지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인생을 바꿔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09. 8. 22.
책도둑 인종말살정책이라는게 그렇게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약간만 범위를 확대하면 또 그렇게 희귀한 것도 아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빨갱이-반동분자 학살을 겪어보지 않았던가. 그렇기 때문에 안네의 일기가 세계적인 명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이고, '쥐'가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퓰리처상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대다수의 작품들이 '억압받는 자'의 눈에서 보인 것 또한 사실. 물론 '유태인 학살 만세'라고 외치는 책이 나와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그러한 비정상적인 사회에서도 열정적으로 찬동하는 사람과, 무지함으로 인해 따르는 사람과, 두려움으로 인해 복종하는 사람과, 양심을 따르며 억압받는 자들을 돕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2009. 8. 13.
퍼언 연대기 드래곤이 등장하는 소설은 엄청나게 많다. 강력한 힘의 상징인 이 상상의 동물은 소설가에겐 매력적인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많은 소설 중에서 드래곤이라는 존재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드래곤은 거의 항상 맹수나, 포악한 지배자나, 초월적인 방관자나, 자연재해의 일종으로 여겨졌다. 한마디로 인간보다 강력하다는 점만 빼면 인간과 똑같거나, 아예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필요한 소품 취급을 받았다는 소리다. 그나마 드래곤이 그 종족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단순한 도구 취급 받지 않는 걸작을 꼽는다면, '테메레르', '드래곤 라자', 그리고 지금 말하는 '퍼언 연대기'정도가 아닐까.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거대한 재앙을 막기 위해 활약하는 드래곤과 용기사들의 모험은 단순한.. 2009.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