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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반지 "솔로몬 왕은 신비한 반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반지를 끼고 있으면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대사를 처음 봤던건 신학 서적이 아니라 만화(닥터 스쿠르)였다는 점이 내 독서 취향의 한계를 드러내긴 하지만서도, 내가 동물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은 곧잘 하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동물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이 그 동물과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되는건 당연하지 않을까? 나만 해도 햄스터를 1년 넘게 기르면서부터는 이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간혹 짐작이 가곤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엔 햄스터 역시 내 생각을 다 파악하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이 또 하나 있었으니, 그 이름은 콘라트 로렌츠. 자연과학자.. 2009. 7. 6.
시간을 파는 남자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아니라, '시간을 파는 남자' 한 남자가 유리병에 5분을 담아서 팔고, 이걸 2달러에 산 사람들은 유리병을 사용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5분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내용. 경제학적으로 보면 상당히 오류가 많지만 '가끔 걸음을 멈추고 꽃향기를 맡아보라'는 격언을 되새기기에는 충분하다. 우리 이상에서 5분의 여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가 목숨걸고 매달리는 직업(과 돈벌이)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알게 해주는 책. 내용 자체가 그렇게까지 명작은 아니지만 자기계발서의 일종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계발서 특유의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소리'를 늘어놓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2009. 6. 29.
캡틴 블루베어의 13과 1/2 인생 고양이에게는 아홉개의 목숨이 있다고들 하지만, 푸른곰에게는 27개의 목숨이 있다. 그리고 그 중 딱 절반, 푸른곰 선장이 살아온 13과 1/2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 리틀북에서 예전에 출간했던 푸른곰 선장의 13과 1/2 인생을 재출간한 버전. 3권짜리를 2권으로 묶은건 좋은데, 표지가 너무나도 마음에 안든다. 발터 뫼르스의 차모니아 연대기는 일정한 패턴이 표지를 메꾸고 그 속에 캐릭터가 조그맣게 나와있는 식의 표지인데, 이번에 재출간하면서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누구 맘대로!) 게다가 소설 속에서 Gnome(놈 : 판타지를 좀 읽어봤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땅의 요정)을 '그놈'이라고 번역해놓은걸 보면, 내가 모르는 오역이 얼마나 많을지도 걱정된다. 하지만 이런 몇가지 단점을 제외하면, 내용상에는 그.. 2009. 5. 17.
2008년 도서 결산 읽은책, 구입한책 합쳐서 104권. 대여점에서 빌려본 만화책이나 잡타지는 제외한 수치. 작년에 비해서 좀 줄긴 했지만 영화 본 횟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데 위안을 삼는 중. 1//까칠한 가정부//20080103//도서관 2//환상 박물관//20080108//도서관 3//커피견문록//20080108//도서관 4//마지막 잎새 [외]//20080115//도서관 5//마돈나//20080123//구입 6//모로코의 낙타와 성자//20080123//구입 7//나는 전설이다//20080123//구입 8//바람의 열두 방향//20080123//구입 9//시네마 1//20080123//구입 10//손수레 전쟁//20080125//도서관 11//나홀로 동경여행//20080125//도서관 12//(베스트) 도쿄//20080.. 2008. 12. 30.
나, 제왕의 생애 '쌀'에서는 쑤퉁이라는 작가에게 약간 실망했지만, 이 책은 작가의 집필 특징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상당한 수작으로 평가할만하다. 쑤퉁 특유의 끈적거리는 늪에 하염없이 빠져드는듯한 분위기는 세기말적 내용과 기막힌 시너지 효과를 보여준다. 내용은 분명 '마지막 황제 푸이'와 비슷하지만, 역사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가상의 세계를 만든것도 즉효. 결말이 상당히 허무주의적이지만, 그것도 나름 마음에 든다. 위화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고나 할까. 2008. 12. 19.
천일일화 천일야화와 쌍벽을 이루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작가가 개작했다는 말에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소설. (나도 처음엔 천일야화 짝퉁소설인줄 알았다) 천일야화가 왕의 여성불신을 치유하기 위한 모험활극이라면 천일일화는 공주의 남성불신을 치유하기 위한 로맨스에 가깝다. 다른건 둘째치고 오페라 '투란도트'의 원작이 포함되어있다는 점에서라도 한번쯤 볼만한 책. 다만 무한 옵니버스 구조의 이야기 전개 (이야기 속에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계속되는 형식)에 익숙하지 않다면 1~2권쯤 보다가 때려치울 정도로 피곤할 수도 있을듯. 2008. 12. 2.
표류 - 바다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파이 이야기'의 현실 버전. 76일간 바다에서 표류했던 스티브 캘러핸의 기록이다. 읽다보면 느껴지는 막막함, 고독함, 그리고 정신 착란. 아마 파이 이야기도 이걸 참조해서 쓰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생각되는 비슷한 부분이 몇군데에서 보인다. (물론 파이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냉담하고, 암울하다. 한 예로, 태양열 증류기가 닳아서 못쓰게 된다는 사실도 여기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고난을 이겨낸 사람이 어떤 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이켜볼 수 있는 책. 물론 재난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 -_-; 2008. 11. 27.
십자군 이야기 원래는 6권 예정으로 만들었다던데, 2권에서 안나오고 있는 책. 불행히도 그닥 기대는 안된다. 우선 만화가 재미없는건 둘째치고, 작가의 시각이 지나치게 편협한게 훤히 보이기 때문. 거의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빠 수준인 정도로 십자군(과 미국) 까돌이라고나 할까. 물론 십자군이 욕먹을 짓을 주구장창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당시의 상황과 이념을 고려해서 '왜 그놈들은 그런 짓을 했는가'에 대한 심도깊은 고찰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냥 '나쁜놈들이니까.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놈들이 더 먹어보려고 저지른 일이니까'라는, 무책임한 전개로 일관한다. 직진코스에서 우회전하는게 잘못이라고 외치면서 좌회전하는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랄까. 결국 이런 책을 제대로 소화시키려면 이 책이 갖고있는 좌편향적 성격만.. 2008. 11. 7.
나이트 워치 직역하면 '야간경비대'. 드물게도 러시아 작가가 쓴 소설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나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월야환담 씨리즈와 비슷한 느낌도 든다. 분명히 현실이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니까. 한마디로 평범한 지하철, 평범한 골목, 평범한 아파트 안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들... 사이에 끼어있는 마법사와 뱀파이어, 라이칸스로프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뒷부분이 좀 심하게 오버하는거 아닌가 싶었던 월야환담에 비하면 나이트 워치는 끝까지 차분하게 서술해나가면서 처음의 그 어조를 잃지 않는다. 꽤 괜찮은 소설. 2008. 10. 29.
오사카 상인들 오사카 상인들 - 하늘이 두 쪽 나도 노렌은 지킨다. 오랜기간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다져진 경제중심지 오사카. 바로 그 오사카의 상인들에 대한 이야기. 유명한 몇몇 상점들, 유서깊은 과자 상점이나 초밥집에 이르기까지 수백년간(!) 전통을 지키며 이어져 내려온 가게들의 일화가 재미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또 다시 일본 여행을 가고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오사카는 도쿄보다 싸던데~~ ....라고는 하지만 오늘의 메인 뉴스는 엔화 환율 사상 최고. OTL 혹시 나중에라도 오사카 갈 일 있으면 지참하고 갈만한 책인듯. 2008. 10. 24.
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는 진짜로 뭔가 진실의 끄트머리라도 잡아본 사람 아닌가~싶은 글을 써낸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전혀 없이 주변인물들의 시각으로만 구성되는 독특한 전개는 둘째치고, 강신술이나 깨달음에 대한 묘사를 하는걸 보면 엄청 공부를 많이 했거나 진리의 껍데기라도 핥아봤거나 둘 중 하나다. 단순한 과대망상이나 자만심만으로는 이런 묘사가 나올 수 없을 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연금술사'가 일반인들에게 좀 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현실에서 시작하여 현실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머나먼 서양의, 그것도 과거의 이야기였기에 보는 사람의 관점에 맞게 알아들을 수 있었던 연금술사와는 달리, '포르토벨로의 마녀'는 세계화된 오늘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만큼 독자의 현실에 들러붙는다. 따라서 이쪽(.. 2008. 10. 21.
행운의 여신 고 시드니 셀던 옹의 작품중 하나.... ...라고 보기엔 믿을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 소설. 시드니 셀던의 소설 특성이 매우 통속적이고 뻔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나름 재미있다는 측면에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다. 게임의 여왕이라던가, 내일이 오면 등등은 그 통속적인 재미를 보장하기에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행운의 여신.. 이 책은 답이 안나온다.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이 허술한건 둘째치고, 글의 완성도도 바닥. 어쩌다 이런 글을 쓴건지...? 2008.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