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Movie_영화169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내가 봤던 영화중에서 가장 불쌍한 여주인공을 꼽으라면 이 영화의 '연아'라는 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렸던 나가요걸들의 일상에 관한 글을 몇번 읽어본 적도 있긴 하지만, 그러한 특수직(-_-;) 종사 여성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닥친 환경을 꿋꿋하게 억세게 헤쳐나가고 (뭔가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욕하는 것과 우는 것. 그녀들에게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러운지를 떠올려보면 그림이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언해피엔딩 나오는 것 만큼이나 어렵기에, 더욱 더 서글프다. '그년이랑 떡을 치는 건 상관없는데, 나란히 누워서 이야기하는 걸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아. 그러니 떡만 치고 얘기는 하지말라고 이 개새끼야!'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 2007. 4. 10. 바람피기 좋은 날 바람피우는 주부들에 대한, 약간 성인 취향의 코믹 영화. 어떻게 된게 나오는 남자들이 죄다 어리버리하게 나온다. 하긴 인터넷 채팅으로 함께 잘 여자 구하는 놈들이 오죽하겠냐만... 아무리 그래도 모텔 가면서 콘돔을 안가져간다는건, 조이(시트콤 프렌즈의 그 조이)가 봤다면 배꼽잡고 웃을 일이다. 김혜수는 '야한 컨셉의 아줌마' 역할도 엄청 잘 어울린다. 역시 팜므파탈. 마지막 부분이 좀 허무하게 끝나긴 하지만 보는 내내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영화. 2007. 4. 10. 향수 내가 만든 오일 증류기 이름이 '그르누이'인 이상, 개봉하자마자 봐주는게 최소한의 예의. 흔히들 '공기의 소중함을 모른다'라고 말하지만, 그 이상으로 '향기의 위력'도 모르는 듯 하다. 하지만 내가 아로마테라피에 미치게 된 계기도 그 비슷한 경험 때문이었으니... 오일 램프에 몇가지 오일을 섞어서 한두방울 떨어트리고 자리에 누웠을 때, 마치 밤하늘에 별이 가득한 초원에 누워 풀냄새 담긴 바람을 맞는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면, 아마 그 누구라도 향수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향기 효과를 가지고 상업화에 성공했다는데, 예를 들면 중고차 판매소에서 '새 차 냄새'를 뿌린다거나, 위험한 작업장에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딸기향'을 뿌린다거나 하는 식이다. 영화 자체만 본다면 상당.. 2007. 3. 27. 넘버 23 숫자 23에 대한 집착이 불러일으키는 일련의 사건. 짐 캐리의 변신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모으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편집증이나 수비학(數秘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다지 재미는 없을듯. 후반부로 들어가면서 템포가 빨라지기 전까지는 상당히 지루하다. 개인적으로는 '푸코의 진자'에서 등장한 복권 가판대의 수비학 이야기도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이 영화도 즐겁게 보긴 했지만서도. 2007. 3. 24. 300 섹스 10%, 폭력 90%를 잘 섞은 재료를 영상미로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가를 실험해보는 영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아무리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해도 준 판타지급 영화임은 분명하다. 페르시아군을 중동이 아닌 인도 아프리카 연합군 정도로 묘사한것도 애매하고 (물론 그 당시 페르시아군이 인도 서북부를 비롯해 넓은 지역을 장악하고 오늘날의 유엔군 뺨칠 정도로 다국적군을 긁어모은건 분명하지만 정작 페르시아군은 별로 안보인다는게 아이러니) 크세르크세스의 친위대인 이모탈(=불사신) 부대의 특징인 금은보화로 치장한 창과 갑옷은 어디다 팔아먹고 일본군 닌자부대를 고용했는지도 불만이고 스파르타군의 갑옷은 왜 다 벗겨놓고 반벌거숭이 야만인으로 만들었는지도 난감하지만... 내용에 신경쓰면 참으로 아스.. 2007. 3. 18. 페인티드 베일 근래 로맨스 영화의 양대산맥이 일루셔니스트와 페인티드 베일이라던데, 두 영화 모두 에드워드 노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지라 뭔가 묘한 기분이다. 사실, 영화 트레일러를 볼때까지만 해도 무슨 내용인지 감을 못잡다가, 영화관에서 '서머셋 모옴'의 원작 소설인 '인생의 베일'을 바탕으로 영화화했다는 것을 보고, 초반부를 약간 봤더니만 예전에 읽었던 소설이란걸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소설을 성공적으로 영화화했다는 평가를 내릴만 하기에 그다지 아깝지는 않은듯. 펄 벅 스타일로 과도기 중국의 모습을 묘사하는데 치중하기 쉬운 주제이지만, 용케도 이 영화는 본래의 주제-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아쉬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신의 색깔을 유지한다. 아름다운 중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 ps.. 2007. 3. 14. 드림걸즈 좋은 노래가 많다. 하지만 너무 많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 출연진이 워낙 빵빵하다보니 노래 자체의 질은 '시카고'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비주얼적인 측면은 훨씬 약해진것도 사실. '시카고'의 여죄수들이 감옥안에서 노래부르던 장면을, 뮤지컬이 아닌 현실적인 배경에서 노래만 부른다고 생각하면 드림 걸즈가 어떠한 분위기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차라리 공연 무대만 노래로 채우고 나머지 부분은 현실적인 면을 부각시킨 영화로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물건. 2007. 3. 9. 일루셔니스트 Illusionist. 환술사, 혹은 환영술사 정도로 해석 가능한 단어일듯. 하지만 영화의 내용상으로 볼때는 요술사가 오히려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사전의 맨 윗줄에 나와있는 '망상가'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는데, 전혀 맞지않는 해석) 내용은 지극히 간단하다. 마술사 한명. 어릴적부터 마술사와 친했던 귀족 여성 한명. 그 귀족 여성과 결혼할 예정인 성격 나쁜 황태자 한명. 이정도 등장인물 구성이라면 어지간한 사람은 대충 내용도 짐작한다. 여자가 강제로 황태자와 결혼할 입장에 처해지고, 마술사와 함께 도망치려다 황태자에게 걸리고, 열받은 황태자는 칼로 찔러 죽이고, 이에 복수를 결심한 마술사는 이성을 잃고 금단의 마법에 손을 대어 지옥의 악마군단을 불러내고, 용사가 등장해서 결국 악마를 물.. 2007. 2. 28. 그놈 목소리 중국의 고사에서 비롯된 '단장(斷腸=창자가 끊어짐)의 아픔'이라는 말이 있다. 삼협에서 사람들이 배를 타며 내려가다가 새끼원숭이 한마리를 잡아 놀고 있는데, 그 어미가 슬피 울며 따라오다가 입에서 피와 창자를 토하고 죽었다. 슬픔이 극에 달해 창자가 끊어진 것으로, 이때부터 부모자식간의 헤어지는 아픔을 이에 비유하곤 했다. 바로 그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 그 느낌이 절절히 묻어나오는 영화가 바로 '그놈 목소리'다. 실제 유괴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 영화는, 범인에 대한 공포와 증오에 초점을 맞췄던 살인의 추억과는 달리 희생자와 그 가족이 겪는 슬픔과 아픔이 주를 이룬다. 말 그대로 가슴에 멍이 드는 한. 그 한을 자칫 지루하기 쉬운 흐름에도 불구하고 잘 풀어낸 영화. 그리고 마지막 부분의 범인 실제 .. 2007. 2. 16. 사일런트 힐 언제나 그렇지만 공포영화에는 두종류가 있다. 깜깜한 한밤중에 혼자 길을 가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튀어나와 놀라게 만드는 그런 느낌. 또는 교통사고당한 고양이 시체를 봤을 때의 그런 느낌. 상당수의 공포영화는 이 두가지를 적정비율로 섞어놓지만 사일런트 힐은 전적으로 후자에만 의존한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은 괴물들의 모습을 즐기면서 감상할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이게 공포영화를 본건지 애매하기도 하다. 물론 색감이나 음향효과 등이 다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후회는 안하지만, 공포영화보다는 사후세계에 대한 미스테리 스릴러물을 본듯한 기분. (덤으로 '복수'도 양념되어있는) 2007. 1. 24. 블러드 다이아몬드 포스터에는 '최강의 다이나믹액션'운운 해놨지만, 실제로는 '로드 오브 워'와 비슷한 다큐멘터리 성격이 강하다. 상아, 금, 그리고 다이아몬드. 그 무한한 자원은 아프리카에게 축복이 아닌 저주다. 마치 이라크인들에게 주어진 석유처럼. 아프리카 반군의 주요 자금원으로 다이아몬드가 활용되며, 선진국에서 팔리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아름다운 여성의 손이 그대로 R.U.F에 의해 잘린 사람들의 손목으로 오버랩된다는 사실은 나름 충격을 가져다 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세상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같은 사람이라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지도. 우리는 이미 커피 카르텔에 의해 착취당하는 남미 농가들의 희생을 통해 커피를 마시고 말레이시아 정부에 의해 억압받는 노동자들의 피가 묻은 고무를 .. 2007. 1. 16. 로맨틱 홀리데이 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설정 자체는 상당히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등장인물 개개인의 특성과 스토리가 이를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실연. 그리고 찾아오는 새로운 사랑에 대한 따뜻한 러브 스토리.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가벼운 유머가 자칫 지루한 멜로물이 될 수도 있었을 이 영화를 구원한듯. 2006. 12. 26.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