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Fiction_소설113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 C.S.루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2018) 신비한 검색 알고리즘의 인도는 유튜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터키쉬 딜라이트에 대해 알아보다가 나니아 연대기를 찾고, 나니아 연대기에서 자연스럽게 C.S.루이스로 이어지며 그가 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까지 손이 닿았다. 나니아 연대기로 인해 얻는 명성으로 판타지 소설 작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본업은 신학자. 더 정확히 말하면 기독교 변증가, 즉 종교를 철학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그의 조카에서 쓴 편지를 모은 서간문집의 형태로 되어 있다. 그 편지를 통해 스크루테이프는 어떻게 해야 인간을 타락시킬 수 있는지, 또 원수(하나님)의 작전을 회피하고 저지하려면 어떤 계책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 2022. 1. 29.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 /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문학동네 (2017) 갈수록 사건의 스케일도 커지고, 인간관계의 치열함도 커지지만 소소한 트릭만큼은 변하지 않는 소시민 시리즈, 그 세번째. 전작에서 사귀지도 않은 주제에 이별했던 오사나이와 고바토. 여기에 신문부 부원인 우리노가 등장하면서 어설픈 아마추어와 ‘혼모노’의 차이를 보여준다. 소시민이 되기를 바라지만 머리가 너무 잘 굴러가서 억지로 꾹 자제해야 소시민 흉내를 낼 수 있는 캐릭터가 점점 마음에 드는 중. 물론 맛있는 먹거리와 귀여운 표지 역시 여전히 마음에 든다. “사각 칠기 접시에 얌전히 놓인 구리킨톤 두 알. 차분한 노란색으로 알이 굵다. 질끈 묶은 찻수건처럼 맞물린 주름이 앙증맞다. (중략) 훌륭하다. 밤의 풍미가 입안에.. 2022. 1. 26. 키친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7) “집 안이라도 둘러봐요. 안내할까요? 뭐로 판단하는 타입이죠?” 차를 따르면서 유이치가 말했다. “뭘요?” 내가 그 푹신한 소파에 앉아 되묻자, “집과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취향. 화장실을 보면 안다든지, 흔히 그런 말들 하잖아요.” 그는 담담하게 웃으면서, 차분하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부엌.”이라고 나는 말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평소 할머니와 친하게 지냈던 청년 다나베 유이치의 집에서 지내게 된 사쿠라이 미카게. 그리고 유이치의 아버지이자 지금은 성전환해서 엄마가 된 에리코.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빈 자리에 새로운 사람들이 마치 물이 차듯 채워지며 계속 살아나가는 이야기, 키친. 그리고 키친의 후속편, 에리카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2022. 1. 19.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토니오 크뢰거, 트리스탄, 베니스에서의 죽음 토니오 크뢰거, 트리스탄, 베니스에서의 죽음 / 토마스 만 지음, 안삼환 외 옮김. 민음사 (2017) 책의 말미에 나와있는 작품 해설의 한 문장이 내 심경을 대변한다. “당시의 독자들은 -요즘의 독자들도 사정은 비슷하겠지만- 이 작품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한 비범한 세공가의 공들인 작품이라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토마스 만의 단편 모음집인데, 손에 잡힐듯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이해하는 데 꽤 심력을 소모해야 할 뿐 아니라 결국 큰 감동을 받지는 못한 내 안목의 부족함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세계문학전집을 한바퀴 돌고 나면 이해할 수 있을까? 2022. 1. 18. 버터 버터 /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이봄 (2021) 여러 모로 뛰어난 미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30대 중반의 여인, 가지이 마나코. 자신과 함께 지냈던 남자들을 연쇄 살인한 혐의로 수감중인 그녀를, 주간지 기자인 리카가 취재활동을 통해 파악하고 또 그로 인해 내면에 잠재되어있던 자신을 깨닫는다. 여성성이란 무엇인가, 남자들이 원하는 여성상이란 무엇인가, 욕망(그중에서도 특히 식욕)과 사회적 규범이 어떤 식으로 사람을 지배하는가에 대한 질문들이 얽혀가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여성성, 그리고 남자들이 바라는 여성성의 대립이 얼핏보면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 도 있는데… 글쎄, 개인적인 느낌이라면 페미니즘은 ‘투쟁’의 느낌이 강한 반면, 이 소설에서는 ‘자아 성찰’에 더 가까운지라 약간.. 2021. 12. 30.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문학동네 (2016) 트릭과 추리가 함께하는, 소시민을 지향하는 소년과 복수에 중독된 소녀의 모험 이야기. 트릭은 워낙 소소한데, 케이크 3개 사놓고 하나를 몰래 먼저 먹은 다음 흔적 지우고, 또 그걸 알아차리는 식이라 뭐 대단하게 발전할 건덕지가 없다. 하지만 그게 또 소시민을 추구하는 주인공의 일상과 맞아떨어지며 묘하게 어울린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자전거를 도둑맞았던 전편에 비하면, 그래도 불량학생들에게 납치당하는 것으로 나름 스케일이 커지긴 했지만 이야기 자체는 여전히 여름 한정 디저트 순례에 굉장히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명랑한 소리와 함께 테이블에 나온 파르페를 보고 또 한 번 간 떨어질 뻔했다. 높이가 삼십 센티미.. 2021. 12. 19. 애린 왕자 애린 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최현애 옮김. 이팝 (2021) 경상도 사투리 버전으로 번역한 어린왕자. 처음에는 이게 무슨 장난인가 싶다가도, 마지막 장에 127개 언어 - 그것도 주요 언어가 아니라 방언이나 잘 쓰이지 않는 문자, 심지어는 모르스 부호까지 - 로 번역된 목록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경상도 사투리 버전의 어린 왕자가 주는, 이미 아는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읽는 것마냥 생소한 그 느낌에 다시 한 번 놀란다. 표준 맞춤법으로 읽을 때는 외국인(혹은 외계인) 느낌 물씬 나던 어린 왕자가, 단지 문자만 다르게 썼는데도 어디 바닷가 백사장에 표류한 부산 얼라 느낌으로 돌변한다. 이 책을 보며 언어의 보존과 문화의 다양성에.. 2021. 12. 16.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 로버트 뉴턴 팩 지음, 김옥수 옮김. 사계절출판사 (2017) 주인공의 경험을 투영한 자전적 소설인 동시에 성장소설. 미국 개척기 소설을 읽다보면 동화적이고 순박한 기쁨과 냉혹한 현실이 범벅이 되어 뭐라고 형언하기 어려운 감상이 들 때가 많다. 주인공 로버트는 이웃집 소가 출산하는 것을 돕고 돼지 한 마리를 얻게 된다. 소설 내내 돼지를 애지중지 기르며 미국의 농촌에서 있을 법한 여러 일들을 겪고 성장하는 주인공. 시골 축제에서 돼지가 상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것도 잠시, 곧이어 닥친 겨울동안 사슴을 사냥하지 못해 할 수 없이 돼지를 잡아먹게 된다. 읽다보면 ‘이게 대체 뭔가…’ 싶은데, 마치 요술공주가 트럭에 치여 죽는 전개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 미.. 2021. 12. 9. 49일의 레시피 49일의 레시피 /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예담 (2011) 오토미가 죽고 남겨진 남편 아쓰타와 전처 소생의 딸 유리코. 그리고 오토미의 부탁을 받았다며 49재가 끝나는 날까지 집안일을 돕겠다는 금발 썬탠 소녀, 이모토. 유리코는 바람 핀 남편과의 이혼을 고민하고, 아쓰타는 오토미의 빈자리를 새삼 깨달으며 외로워한다. 그리고 오토미가 생전에 남긴 살림법과 요리 레시피 카드를 보며 한 걸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흔적과 손길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치유한다는 점에서 “러브레터”나 “p.s. I love you”가 떠오르기도 하는 소설. 유리코가 결국 남편과 재결합하는 부분은 일본 감성이라 그런가 좀 이해가 안 되기도 하고, 마지막 반전은 의외로 좀 뻔한 반전이라 어지간하면.. 2021. 12. 3.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문학동네 (2016) 음식 이름이 들어간 제목과 먹음직스럽고 귀여운 일러스트가 그려진 표지에 끌려서 읽기 시작한 책. 평범한 소시민이 되는 것을 꿈꾸는 고등학교 신입생, 고바토 조고로와 오사나이 유키. 하지만 그들이 조용히 지내는 것을 방해라도 하듯, 갖가지 소소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추리소설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애걔, 이게 뭐야’ 싶은 허무한 결말의 연속이지만 짤막한 옴니버스식 구성에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맞물리며 그냥저냥 가볍게 후루룩 읽기 좋은 소설인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오사나이의 식탐이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써먹을 수 있겠다 싶은 문장 몇개를 건진 게 수확. “자전거를 도둑맞은 것과 봄철 한정 타르트를 먹지 못한 것... 2021. 11. 27.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햄릿 세계를 통틀어 뛰어난 문학 작품이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햄릿.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영국 문학 뿐 아니라 사회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필독서. 왕자 햄릿이 부왕의 유령을 만나며 복수를 다짐하고 벌어지는, 약간은 보는 사람을 정신 나가게 만드는 것 같은 비극 이야기다. 진짜로 클로디우스가 왕을 죽인것인지, 아니면 햄릿이 원래 미쳐있던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글 사이에 숨은 뜻과 상징, 논쟁거리들이 넘쳐난다. 개인적인 감상이라면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뭐 엄청 대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데, 이는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이 크기 때문일 듯. 진정한 걸작은 그 나라의 언어로만 완벽한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말도 있으니까. 2021. 11. 13.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 후속작. 하지만 톰 소여의 모험이 개구장이 소년의 모험기에 가까웠다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일종의 성장 소설인 동시에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 집 안에 틀어박혀 예절을 익히고 공부를 해야하는 것이 지옥에 떨어지는 것보다 싫었던 허클베리 핀이 가출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부친에게서 도망쳐 나오고, 도망친 흑인 노예와 뗏목을 타고 여행하며 겪는 모험 이야기. 미국 도서관에서는 이 책이 금서로 지정된 적도 있었는데, 작품 내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깜둥이(nigger)라는 단어 때문. 미국 유학을 다녀온 입장에서 저 무시무시한 N-word의 파괴력은 가히 볼드모트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필적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 반응이 이해가 가지만 또 한편으로는 당시의 사회상이라는 측면.. 2021. 10. 27. 이전 1 2 3 4 5 6 7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