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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사의 탑 고렘 성상영 작가의 소설은 대부분 엄청 강한 주인공이 큰 위기 겪지않고 이야기 다 끝날때까지 그냥저냥 활개치고 다니는 류의 줄거리가 많다. 어찌보면 투명드래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나 할까. 마도사의 탑 역시 꿈의 마법을 주특기로 삼는 엄청 강안 대마도사가 주인공이다. 마법 실험을 하다가 폭발하는 바람에 천년 후 미래로 날아가버린 주인공이 뛰어나게 발전한 마법 응용기술과 그 이상으로 퇴보한 순수 마법에 놀라며 적응하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법으로 구동되는 냉장고나 세탁기, 대대적으로 바뀐 사회 구조를 보며 변화를 느끼는 부분은 나름 재밌었는데 묘인족 노예를 구해주고 제자로 삼으면서 본격적으로 막나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마족도 잡아먹고, 마왕도 소멸시키고, 신족과도 말 놓고, 천공의 성 라퓨타 비스무레.. 2012. 12. 21.
무림맹 연쇄살인사건 쓰는 작품마다 좋게말하면 상당히 파격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회부적응자 집중 분석류의 소설이 되는 한상운 작가의 무협 소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추리 소설계에 은혜를 갚는다는 느낌으로 썼다는데... 글쎄올시다. -_-; 재미는 있는데 추리 소설이라고 보기엔 좀 무리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무림맹의 고위 인사들이 연속적으로 하나씩 죽어나가고, 이에 경각심을 품은 무림맹주가 최고의 수사관인 만화량을 초청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만화량이라는 캐릭터가 아주 현실적인 쌍팔년도 수사관 마인드인지라,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그랬듯이 대충 이놈이다 싶은 녀석 (주로 마음에 안드는 놈)을 범인으로 몰고 두들겨 패서 자백을 받.. 2012. 12. 9.
표류공주 무협 및 판타지 소설계에는 잘난 주인공들이 너무나 많은지라 '못난 주인공'을 내세워 튀어보려는 작품들도 꽤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결국 주인공이 기연을 얻어 잘난 놈으로 탈바꿈하고 부와 명예, 사랑 등을 골고루 얻어가는 결말을 보여주곤 한다. 그나마 수준이 좀 높은 작품들은 '복수'를 주제로 해서 나름 통쾌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시종일관 약한 주인공이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표류공주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원래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을 운명이었으나 어머니의 희생으로 살아날 수 있었던 주인공 모진위. 하지만 평균 이하의 병약한 신체를 갖게 되고, 그나마도 꾸준히 무공을 수련하지 않으면 젊은 나이에 요절할 운명. 그래서 어릴적부터 무관에 다니지만 이놈 저놈에게.. 2012. 12. 6.
베르한의 영주 굉장히 흔하디 흔한 이계진입 영지발전물. 한국의 세일즈맨이었던 주인공이 중국으로 건너가서 마지막 개방 방주에게 구걸신공을 전수받고, 그걸로 판매왕도 하고 그러다가 뜬금없이 판타지 세계로 환생하며 벌이는 모험 이야기. 10권짜리 소설이 처음부터 완결 날때까지 그닥 대단한 위기나 긴장감 없이 그냥 그렇게 전개된다. 이계진입물 특유의 대한민국 만세 사상도 잘 드러나고, 나중에 마족들과 올림픽-_-;을 개최해서 평화적으로 해결 보는게 참 깨는 스토리 라인인듯. 탄탄한 설정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 아닌지라 여기저기서 헛점이 많이 드러난다. 초반에 등장시켰다가 후반 가면서 그냥 흐지부지 사라져버리는 소재가 많은게 이런 사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초반부는 그냥 시간 남으면 킬링타임용으로 그냥저냥 볼만한데 뒷쪽 가.. 2012. 11. 22.
세월의 돌 한국 판타지 소설계는 그 역사가 상당히 짧다. 반지의 제왕이나 로도스도 전기, 혹은 일본산 RPG 게임과 같은 외국 판타지 번역본이 들어오며 시장이 형성된 것은 맞지만 극소수 독자층만을 확보했고, 본격적인 시작은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이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전화 통신망 서비스에는 나우누리,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의 이른바 4대 통신망이 있었는데 외국본 판타지를 보며 성장한 독자들이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하게 된 바탕이 바로 이 통신망에 있으니 그 역사는 길어야 20년 정도. 그렇게 등장한 1세대 작가들 중의 한명이 바로 '세월의 돌'로 데뷔한 전민희다. 개인적으로 볼 땐 데뷔작만 놓고 보면 드래곤 라자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퀄리티임에도 불구하고 후속작의 완성도에서 한 수 밀리면서 인지.. 2012. 11. 12.
촌검무인 신무협 초기 작품들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제한된 소재를 갖고 이렇게 폭넓은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는지 궁금한 경우가 많다. 요즘 무협소설로 치면 주인공 일행이 필수로 경험하는 흔하디 흔한 이벤트가 무술대회인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술대회 하나만을 메인 이벤트로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것도 무림맹에서 주관하는 대대적인 무술대회가 아니라 화산 속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화산대회다. 주인공 포이종은 화산속가 출신 무인의 제자 겸 사위인 동시에 스승을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로 뛰어난 무인이지만, 지금은 시골 촌락의 촌장. 그러다가 화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길을 나서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러저러한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아들을 업고 결투를 벌이는 부분을 .. 2012. 11. 3.
만인동 장원 공사도중 수수께끼의 동굴이 발견되고, 이걸 발굴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들어갔지만 다들 함정에 빠지거나 독에 중독되어 도망쳐나온다. 진법과 학문에 통달한 인물들을 초청하여 그 수수께끼를 밝혀보려고 하지만, 그들마저도 갇혀버린 상황. 그리고 그렇게 갇혀버린 기문둔갑의 달인 중 한명의 아들이 바로 주인공 연진수. 평소에 아버지와 티격태격 다투며 싸우기만 하던 주인공인지라, 처음엔 아버지가 갇혀서 생사불명이라는데도 시큰둥한 반응이다가 결국엔 다른 일행과 함께 만인동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찾아 서장까지 여행을 다녀오는게 주요 줄거리. 등장인물들이 나름 개성있고 글이 짜임새있는 게 상당히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왠지 모르게 내공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은 든다. 천축까지 다녀오는데다 왠지 스케일이 작게 느껴.. 2012. 10. 28.
양각양 비급 '천도서'를 놓고 벌어지는 무림의 암투...라고 말하면 왠지 흔하디 흔한 비급 쟁탈전이 떠오르지만, 양각양은 그렇게 흔한 소설은 아니다. 우선 제목부터가 양각양. 다리 두개 달린 양이라는 뜻으로 사람고기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천도서 역시 무공 비급이 아니라 인육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지를 적은 요리책. 부귀와 권력이 어느정도 있다 싶은 놈들은 이 사람고기를 즐겨먹는지라 인신매매 및 가공(-_-;)을 주업으로 삼는 뒷골목 조폭집단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이 시장에 어떻게든 밥숟갈 얹어보려는 신흥 세력들이 너나할것 없이 천도서를 손에 넣으려고 날뛴다. 이것까지만 해도 충분히 암울한 마당에 주인공 역시 여기저기 눈치 보면서 비굴하게 살아남는 스타일이다. 정의와 의협심은.. 2012. 10. 24.
악인지로 진정한 악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무협 소설은 찾기가 힘든데, 이 소설은 참으로 독특한 성격을 지닌 주인공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주인공의 이름은 장두이. 왠지 주인공의 이름이라기보단 어디 조그만 객잔 점소이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 실체는 온갖 흉계와 음모를 능수능란하게 꾸며내는 희대의 악당. 보통 악당이라고 하면 약한 악당과 강한 악당으로 나뉘고, 약한 악당은 쪼잔한 범죄를 저지르다가 주인공의 경험치나 올려주는 존재인 반면 강한 악당은 세계 정복의 야망을 불태우며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다가 막판에 주인공에게 패배당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장두이는 그 본연의 무공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으면서도 머리를 써서 목적을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비정함도 .. 2012. 10. 15.
허부대공 곧 죽을병에 걸려 골골거리는 숯쟁이 청년, 부운. 어느날 강호명문 창룡문의 대공녀가 청혼을 하면서 단번에 신분 상승을 하는가 했지만, 사실은 결혼을 해야만 성인으로 인정받고 문주가 될 수 있기에 신랑으로 선택된 것.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자니 권력에 욕심을 낼 것이고, 차라리 힘도 배경도 없는데다 마침 딱 좋게 시한부 인생인 숯쟁이 총각과 결혼한 것인데... 이대로 끝나면 당연히 이야기가 안된다. 창룡문의 주인이 된 구소희는 남편을 허수아비마냥 구석에 처박아두고, 그 덕에 부운은 '허부대공'이라는 별명까지 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편단심 사랑에 빠져버린 주인공. 결국 어찌어찌하다가 고수가 되고 위기에 빠진 구소희를 구해주며 해피엔딩. 초반 전개는 나름 볼만했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그냥 그럭저럭 괜찮은 .. 2012. 9. 30.
팔란티어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어느 소설이나 다 선구자격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에야 게임판타지라고 하면 '레벨이 올랐습니다'라는 문장 하나를 줄 바꿔가며 몇페이지씩 채워넣거나 자질구레한 각종 스탯 및 장비의 정보를 묘사하는데 귀중한 삼림자원을 낭비하는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시작점에 있는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은 확실히 수작이라고 불릴만한 소설이다. 워낙 뛰어난 작품인지라 황금가지에서 밀리언셀러 클럽으로 재발간했는데, 안팔리는 제목으로 유명한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대신 '팔란티어'라는 제목으로 바꿔 달았다. 뭐, 그건 좋은데 부제가 '게임중독 살인사건'이라니... 아주 대놓고 스포일러. -_-; 아주 실감나는 가상현실게임이 등장하고, 한 프로그래머가 이 게임에 빠지고, 그러면서 이와 관련된 살인사건이 .. 2012. 9. 29.
하수전설 무협의 세계라고 모두가 고수는 아닌 법. 수많은 절정고수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하수들이 있기에 고수 노릇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보잘것 없는 무공을 지닌 하수를 주인공삼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삼십년도 아니고, 삼년도 아니고 무려 삼개월동안 수련한 검법 하나를 가지고 이런저런 무관이나 중소방파를 떠돌며 식객으로 먹고사는게 본업인 주인공 어자서. 그럴듯한 분위기와 발검자세만으로 고수 흉내까지는 아닐지언정 어지간히 노련한 무사의 느낌을 주지만 그 실체는 삼류. 어쩌다 우연이 겹치면서 고수로 오해를 받게 되고, 하수가 고수흉내 내다간 제명대로 못산다는 자신의 철칙에 의거해 도망쳐보려고 하지만 또 다른 우연이 겹치면서 야반도주도 못하고, 그러다가 또 행운이 찾아와서 점점 더 실력있는 고수로 오해받으.. 2012. 9. 25.